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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돈 놓고 돈 먹는 세상 ― 2

2019-11-04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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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소득과 임대 소득의 세율은 같다. 지하 셋방 사는 사람이 주급 받아서 돈을 벌든, 건물 몇 채 가진 사람이 월세 받아서 돈을 벌든, 그 세율은 같다. 대부분의 경우, 소득세 세율은 그 사람의 전체 소득금액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지, 어디서 돈을 벌었는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서 세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서, 흥부가 월급으로 10만 달러를 벌든지(earned income), 놀부가 월세로 10만 달러를 벌든지(passive income), 국세청에서 걷어가는 세금은 어차피 16%로 똑같다(뉴욕시 기준).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세금 떼는 것이 같다고 해서, 실제로 손에 쥐는 돈도 과연 같을까? 그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오늘 보여주겠다. 첫째 쉬운 이유는 흥부는 소득세 16% 말고도 국민연금으로 8%를 추가로 내야한다. 이렇게 총 24%를 떼이고 나면, 흥부가 아내에게 갖다 줄 수 있는 돈은 7만 6천 달러가 전부다.

두 번째 좀 더 어려운 이유는 흥부에게는 없고 놀부에게만 있는 것 - 감가상각비(depreciation) 혜택이다. 이것 때문에 놀부는 자기가 세금 신고한 10만 달러보다도 더 많은 10만 4천 달러를 집에 갖다 줄 수 있다. 세금을 모두 내고 나서도 말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가령 월세 수입과 비용이 각각 13만 달러와 1만 달러라고 치자. 그러면 12만 달러가 주머니에 남는 돈이다. 그런데 실제로 돈이 나간 것도 아닌데, 세금 계산 할 때는 감가상각비라는 비용항목으로 예컨대 2만 달러를 추가로 빼준다. 결국 세무상 소득으로 잡히는 것은 흥부와 같은 10만 달러가 되니까, 놀부가 내는 소득세도 흥부가 내는 금액과 같아진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 흥부는 월급 10만 달러에 대해서 16%의 세금을 내는 것이고, 놀부는 실제로 번 12만 달러가 아닌, 거기서 감가상각비 2만 달러를 더 뺀 뒤에 남은 10만 달러에 대해서 16%의 세금을 낸다. 따라서 놀부는 12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의 16%인 1만 6천 달러를 뺀 10만 4천 달러가 남는다. 흥부와 비교하면 거의 3만 달러의 차이가 난다. 물론 이 단순한 설명에는 많은 누락과 비약이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의 세무상 장점과 감가상각비(IRS Pub. 946)의 힘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오늘 칼럼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어느 손님이 ‘앞으로 부동산이 폭락한다’는 유튜브를 내게 보내왔다. 그래서 내가 카톡으로 답을 길게 보냈는데, 거기에는 이런 말도 있었던 것 같다. ‘우르르 몰려가면 많이 못 드십니다. 혼자 가야 많이 드시죠.’ 나는 부동산을 전혀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 용감한 손님들은 많이 알고 있다. 오늘은 내 소득의 원천과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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