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는 보수 편향성이 가장 강한 매체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넘어 극우적 색채까지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 매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그리고 높은 시청률은 높은 수익으로 연결된다.
“공화당 방송”이라는 비판에 폭스뉴스는 “우리를 그렇게 부를수록 보수적인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응수한다. 폭스뉴스는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질수록 더 많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모으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밑바닥에는 무의식적으로 당파적 사고를 하는 인간의 속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꼼꼼히 살펴보고 판단하기보다, 그냥 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과 같은 맥락의 뉴스와 견해들을 찾아 채널을 돌린다. 그래서 사회인류학자 비키 쿤켈은 “자신과 견해를 같이 하는 방송에서 해석한 뉴스를 듣는 일은 아주 마음이 편하다. 그 내용을 다시 생각할 일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성향은 보수와 진보가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뿐 아니라 신문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지면보다는 내 입맛과 생각에 맞는 제목과 내용으로 포장된 신문을 집어 든다. 그런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묶어두기 위해 논조는 더욱 극단화된다.
방송이나 신문보다 편향성이 한층 더 극성을 부리는 공간은 유튜브다. 특히 한국 유튜브에서는 보수가 진보를 압도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설 곳을 잃은 보수 논객들과, 마음 줄 곳을 잃은 보수 지지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유튜버들은 최근 조국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유튜브는 ‘편향성의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매체라 할 수 있다.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데다 구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신속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던져주기 때문이다. 복잡한 건 딱 질색인 사람들에게 유튜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슈들을 머리에 쏙 들어오도록 입맛에 맞게 가공해 던져주는 요점정리 노트 같은 존재다. 시청자들은 비키 쿤켈이 지적한 것처럼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만 하면” 된다. 알고 싶은 뉴스가 아닌, 믿고 싶은 뉴스를 찾아보는 데 유튜브만한 공간은 없다.
비교적 일리 있는 주장을 내보내는 채널도 있지만 상당수 유튜브 방송은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운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의 가짜뉴스들이 넘쳐난다. 허무맹랑한 얘기들을 뉴스라며 내보내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 나온 참가자들 인터뷰를 보니 이런 주장들을 사실로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자신들이 허황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아마도 해당 유튜버들 스스로는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믿거나말거나 식의 무책임한 얘기들을 뱉어내는 것은 구독자와 클릭수가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편향에 혐오가 더해질수록 수입 또한 비례해 늘어난다는 한 조사 결과는 유튜버 공간에서 거짓과 선동이 넘쳐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디지털 공간에서 선동과 거짓이 업(業)이 되고 있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이런 환경에서 정확하고 바른 뉴스를 추구하는 매체들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둠의 뉴스, 거짓 뉴스를 폭로하고 고발해야할 매체들이 오히려 경쟁적으로 비슷한 행태를 닮아가고 있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리는 일방적인 뉴스 전달이 아닌 쌍방형 소통을 통한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시대의 도래를 꿈꿨다. 그러나 당파적 사고를 하는 인간의 속성과 아주 손쉽게 이를 강화시켜주는 뉴미디어가 결합되면서 현실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술과 방식이 첨단화되면서 오히려 언론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돈맛을 알아버린 거짓과 혐오의 확산을 막는 것은 돼지열병 박멸 정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난한 일임을 갈수록 절감하게 된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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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