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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꽃목걸이 걸고 은퇴식하는 군견…“요즘 군대 개과천선”

2019-10-30 (수)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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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해공 전체 1000여 마리 복무, 작전견 활동하다 9세 전후 은퇴

▶ 이전엔 의학용 기증·안락사 최후, 2015년부터는 민간 입양 허용...“사회성 우수” 320마리 새 터전으로
“네발 전우들 헌신에 대한 예우” 영결식 해주고 추모공원도 추진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꽃목걸이 걸고 은퇴식하는 군견…“요즘 군대 개과천선”

지난 8월30일 강원 춘천시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열린 민간입양행사에서 군견‘라오’(말리노이즈)를 담당하던 박해민(오른쪽) 병장과 민간입양을 받은 김종근 씨 가족(경남 사천시)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그람이 정진욱]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꽃목걸이 걸고 은퇴식하는 군견…“요즘 군대 개과천선”

대한민국 국군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8월28일 강원 춘천시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열린 군견 은퇴식에서 은퇴견 3마리 중 1마리인 ‘단수’가 꽃목걸이를 걸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동그람이 한송아]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꽃목걸이 걸고 은퇴식하는 군견…“요즘 군대 개과천선”

군견병 출신 오규식 씨가 제대 두 달만인 지난 8월30일 강원 춘천시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자신과 함께 생활했던 군견 ‘이실’을 만나 서로 안부를 전하고 있다. [동그람이 이태무]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꽃목걸이 걸고 은퇴식하는 군견…“요즘 군대 개과천선”


“며칠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실컷 돌아다니는가 싶더니 어느 날은 뒷산에서 오소리를 잡아온 거예요. 나이에 비해 좋은 체력에 깜짝 놀랐죠. 그런데 가만 보니 우리 닭장 속 닭은 절대 안 건드리더라고요. 거기서 ‘이실’이의 똑똑함에 또 한 번 놀랐죠.”

군견병으로 강원 인제군 포병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다 지난 6월말 전역한 오규식(22)씨. 꼬박 두 달을 기다려 자신과 군생활을 함께 했던 군견 이실(말리노이즈 품종)을 분양 받았다. 오씨는 “이실이와 1년 가까이 함께 군생활을 하다 정이 들었다”며 “올해로 7살 암컷인 이실이가 나이 탓에 곧 군견 역할을 끝내게 될 것을 알고 은퇴견이 되길 기다리다 입양하게 됐다”고 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실험실에 기증되거나 안락사되는 등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군견들에게 이실이처럼 민간분양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희소식이다. 한평생 나라에 충성하고도 단순히 인간의 시선에서 ‘명예롭게 숨져야 한다’며 가혹함을 강요당하던 그들에게 최근 조금씩 더 나은 삶의 기회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간 군견 입양에 폐쇄적이던 군이 민간입양을 대폭 개방한 후, 올해는 군견 영결식과 은퇴식을 열거나 추모공원 조성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더 큰 변화의 바람도 감지된다.

말리노이즈가 58%... 셰퍼드보다 많아

대한민국 군견의 민간입양은 2015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동물보호법 강화 등에 발맞춰 국방부가 작전 수행 능력이 없는 군견 등을 민간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내용을 담은 군수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군견이 사회에 나가 범죄에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등으로 은퇴견이 되면 의학실습용으로 기증되거나 안락사 됐다. 6ㆍ25 전쟁 후 미군에게서 10마리의 군견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1966년 1월 공식적으로 군견대를 창설해 운영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역사를 감안하면 그간 얼마나 많은 군견들이 말없이 사라졌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총 군견 수는 1,000여마리다. 해군과 해병대 소속 군견까지 아우르는 육군 소속 군견이 660여마리이며 나머지는 별도 군견대를 운영하는 공군 소속이다. 660여마리 중 410여마리는 각 부대에서 ‘작전견’(정찰견, 추적견, 폭발물탐지견)으로 활동하며, 나머지 250여마리는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지낸다.

견종별로는 셰퍼드 품종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말리노이즈(58%), 셰퍼드(29%), 래브라도 레트리버(13%) 순으로 구성돼 있다. 특유의 충성심으로 첫 주인만 따르는 것으로 알려진 진돗개는 1998년 20마리를 대상으로 군견 양성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2015년 10여 마리를 시도, 이중 ‘파도’와 ‘용필’을 각각 폭발물탐지견과 추적견으로 양성교육 중이다.

입양 대상 군견은 군견훈련소에서 지내는 ‘관리견’들이다. 관리견은 보통 9세 이상 노령이 돼 작전견 임무를 종료한 ‘은퇴견’과, 양성훈련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개로 구성된다. 이들 중 사회성이 좋은 관리견들이 우선 민간 분양된다. 박창보(42) 육군 군견훈련소장(중령)은 “작전견 선발 과정이 워낙 까다로운 만큼 양성훈련 부적격견이라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일반견들과 비교해 체력이나 사회성이 더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군견훈련소에서 양육하는 ‘종견’들 사이에 태어난 개들은 생후 7개월 전후 소유욕, 집중력, 대담성 등을 중점 평가하는 군견 훈련 능력 적격심사를 통해 ‘양성 후보견’으로 선발되는데, 그 합격률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양성 후보견은 여기서 또 20주간 양성훈련 과정을 거쳐 군견 자격 평가에 합격해야 ‘작전견’이 된다. 양성 후보견이 되지 못한 개들도 이실이처럼 야전부대 ‘경계 보조견’으로 활동하는 등 그 능력은 뛰어나다. 박 소장은 “작전견도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군견훈련소에서 8주간 보수훈련을 받아야 하고, 매년 재평가를 받아 자격이 유지된다”고 했다.


‘네 발의 전우’에 대한 예우 좋아져야

지난 8월 14일 강원 춘천시 육군 군견훈련소에서는 군견을 대상으로 한 첫 영결식이 열렸다. 각각 정찰견과 종견으로 활동하다 세상을 떠난 명빈(셰퍼드)과 요다(말리노이즈)의 영결식은 부대원들의 요구에 따라 헌화와 분향 및 추도사 등 전사자 영결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같은 달 28일에는 국군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인 ‘군견 은퇴식’도 열렸다. 8년 동안 각자 부대에서 정찰견으로 활동하다 은퇴한 ‘가도’와 ‘단수’(셰퍼드), ‘무궁’(말리노이즈)은 이날 꽃목걸이를 받고, 자신들과 군생활을 함께 한 군견병에게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도 받았다. “내가 제대해 널 데리러 갈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란 내용이다.

‘살아 있는 전투 장비’로 구분돼 계급 자체가 없고, 50년 넘게 배출된 군견들 가운데 단 2마리만이 훈장 포상을 받은 그간 역사와 비교하면 군견을 대하는 군의 태도변화가 확실히 느껴진다. 지금껏 1968년 1ㆍ21 사태 때 적 1명을 생포하고 30명을 사살하는 데 기여한 ‘린틴’과 1990년 제4땅굴 소탕 당시 북한이 설치한 지뢰를 자신의 몸으로 막아 1개 분대원의 생명을 구한 ‘헌트’만이 무공훈장을 받았다.

지난 3월말 군견훈련소장에 취임해 영결식과 은퇴식을 기획한 박 소장은 “은퇴식은 국가를 위해 희생해 온 전우인 군견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로 진행했다”며 “군에서 군견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메시지와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전했다.

박 소장은 내년 육군 군견훈련소 내 군견추모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육군 군견훈련소 내 대략 800㎡ 규모로 조성 계획 중인 군견추모공원은 영결식 등 행사 장소와 장병 휴식처, 외부인 면회소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필요 예산은 이미 상급부대에 건의해 긍정적인 검토도 받았다. 박 소장은 “평일 오전과 오후에 3시간씩 진행하는 군견 훈련에는 산악지역 작전수행을 위한 다양한 높이의 레펠 훈련과 러닝머신 구보 등 강도 높은 훈련들이 포함돼 있다”며 “인간을 위한 그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한다면 추모공원은 작은 선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달 말 현재 육군 군견훈련소를 통해 민간 입양된 군견은 총 320마리 정도다.

육군 소속 군견을 입양하려면 육군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받아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1차 심사를 통해 선정돼 개별 연락을 받은 신청자들이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열리는 군견 무료 분양 행사에 참석해, 직접 분양 받을 군견을 데리고 가는 방식이다. 민간입양 대상 군견은 나이가 적지 않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에 적합하다는 게 군견훈련소의 설명이다. 다만 입양 대상 군견들이 최소 20㎏ 이상의 몸무게가 나가는 중형견 이상의 체구를 가진만큼 야외 공간에서 키울 수 있는지 여부 등이 심사 조건에 포함된다. 박 소장은 “훈련 받은 군견의 후각은 사람보다 1만 배 뛰어나고, 청각과 야간 시각도 각각 40배, 10배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말과 비둘기 등 많은 동물들이 전투에 동원됐지만, 장비현대화 등으로 모두 사라지고, 군견만 유일하게 남았다”며 “‘네 발의 전우’에 대한 예우는 더 좋아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한국일보와 네이버 합작회사인 동그람이를 통해 홍보가 되면서 입양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요즘 군대 좋아졌다”는 말이 나올 것 같다”며 웃었다.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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