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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 스포츠와 사고상해

2019-10-25 (금) 정지원/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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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미국 스포츠팬들에게 최적의 달이다.

4대 프로 스포츠로 꼽히는 미식축구(풋볼)와 야구, 농구, 그리고 아이스하키 경기가 모두 열리는 달이기 때문이다. 비록 기대했던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무산되고 뉴욕과 뉴저지에 연고를 둔 팀들이 고전하고 있긴 하지만 요즘 주말마다 스포츠팬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기 시청도 좋아하지만 틈이 날 때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한인들이 많이 즐기는 골프에서부터 조기 축구, 사회인 야구, 탁구, 볼링에 이르기까지 스포츠는 우리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레저 활동이다.


스포츠를 하다가 누군가의 과실로 부상을 입었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축구를 하다가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로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면 치료비와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까?

운동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을 때 미국에서 거의 모든 법원이 적용하는 잣대는 ‘위험인수의 법리’(Assumption of Risk)라는 논리다. 위험인수의 법리란 운동경기의 참가자는 자신이 참여하는 종목에 내재된 통상적인 위험을 인수한다는 뜻이다. 축구경기에서 상대측 공격수를 저지하기 위해 태클을 하는 것은 지극히 통상적이다. 축구를 한다면 태클을 당해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인지해야 된다.

따라서 상대측 태클로 부상을 입은 축구인은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골프 라운딩도중 뒤에서 친 공을 맞아 다쳤을 경우는 보상금 수령이 가능할까?
이 역시 답은 ‘어렵다’이다.

뒤에서 공을 친 사람(가해자)이 앞에 있는 골퍼에게 공이 날아가니 조심하라고 쓰이는 표현인 ‘포어’(fore)를 외쳤다면 가해자를 상대로 승소하기가 어렵다. 또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이 있는 곳을 겨냥해 고위로 공을 쳤다는 점을 입증해야 된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야구 경기장에서 관람객이 선수가 친 파울볼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LA 다저스 경기를 관람하던 70세 여성이 파울볼을 머리에 맞아 며칠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야구장 관람객이 파울볼을 맞아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도 위에서 언급한 ‘위험인수의 법리’가 적용된다. 야구 경기에서 파울볼은 통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강한 파울볼이 날아갈 수 있는 위치에 앉은 팬들은 이를 인식하고 스스로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자와 인접한 홈 바로 뒤에 앉아 있는 팬들은 아무리 경기에 집중하고 있더라도 엄청나게 빠른 파울볼이 날아오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야구장의 홈 뒤에는 그물 보호망이 설치돼 있다.

스포츠나 레저에 있어 피고소인들에게 있어 ‘위험인수의 법리’보다 더 강한 법적 보호책은 ‘Waiver’(권리포기)다. ’Waiver’란 부상이 발생할 수 있는 레저 활동을 하기 전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상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서명하는 것이다.

권리포기에 서명하면 고의적, 또는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심각한 과실을 제외하고는 승소하기 어렵다. 이를 알기 때문에 어린이 대부분의 놀이시설과 스카이다이빙 등 부상위험이 따르는 시설들은 이용객들이 권리포기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출입자체를 거부한다.

<정지원/ 상해사고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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