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 내 130만명이 대상포진에 걸린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데 그 확률은 30% 정도이고 대상포진 감염자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대상포진의 예방과 치료법을 알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 우리가 어릴 때 걸렸던 질병으로부터 시작된다. 바로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 (Varicella zoster virus: VZV)인데 어린 시절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우리가 아는 수두 증상으로 얼굴과 온몸에 발진으로 퍼지고 약간의 미열과 피로감,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수두 증상이 다 나았을 때 바이러스가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신경계에 휴지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다 성인이 된 후 어느 순간 VZV 바이러스가 다시 발현되면 대상포진에 생기게 된다. 18세 이상 성인의 95%는 수두를 앓은 경험이 있다고 보고된다.
대상포진 발진은 수두와 달리 한쪽 몸에 물집이 생기면서 통증이 심하게 올라올 때도 있다. 이러한 통증은 피부 신경 내 바이러스가 감염되어서 생기는 것인데 만약 바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평생 가는 만성 신경통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발진 이외에도 처음에는 단순한 목감기나 몸살 증상 같이 미열, 두통, 피부가 예민해져서 살짝 가렵거나 쓰라린 느낌, 찌릿찌릿한 느낌 등이 올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피부가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어딘가에 살짝만 닿아도 통증이 심하고 2-3일 후에 물집이 여러 개 나타나기 시작한다. 3~5일 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물집이 올라오고 7~10일 이내에 가라앉지 않은 물집은 딱지처럼 굳어진다. 간혹 흉터나 색소침착이 남기도 한다.
얼마 전 한 환자분은 3일간 오른팔이 쑤시고 아파 침을 맞아도 소용이 없고 소염진통제로 통증이 좋아졌다가 약을 끊고 통증이 더욱 심하여 내원하였다. 다친 적도 없고, 무리하지도 않았는데 심한 통증으로 팔을 들어올리기도 힘들 정도였다. 진찰을 해보니 피부는 깨끗한데 살짝만 스쳐도 예민하고 환자가 자극을 많이 느껴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에 대상포진 바이러스 알약을 처방해드렸는데 약을 타와서 복용하려던 찰나 물집 하나가 올라온 걸 확인하였고, 약 복용 후에 통증도 바로 가라앉고 올라오던 물집도 싹 없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물집이 올라오기 전에 단순 증상으로만 대상포진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에는 꼭 주치의에게 진찰 받으시길 권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검사를 하여 대상포진을 확진할 수도 있다.
대상포진에 걸리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나이이다. 50대부터 발병률이 올라가는데, 50~59세의 발병률은 20%, 60세 이상은 40%, 그리고 85세 이상 어르신들이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은 50%에 달한다. 발현되는 증상의 정도나 합병증 위험도 또한 연령대가 높을수록 심해진다.
연령대 다음으로 두 번째 위험요소는 면역력 상태이다. 특히 이식수술을 받은 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환자들, 방사선치료를 받는 암환자들, 에이즈/ HIV 환자 등 면역력 결핍환자들은 대상포진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주요 합병증들로는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이다. 대상포진 발병 후 90일 이상 계속되는 신경통으로 발병 부위가 저리고 쓰라리거나 가렵기도 하다. 이러한 통증은 대부분 일년 안에 사라지지만 몇 년에서 평생 가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음 합병증으로는 눈 대상포진(Herpes zoster ophthalmicus: HZO)이 있다. 만약 얼굴, 코, 눈 주위에 대상포진 발진이 올라왔다면 HZO의 가능성이 있다. 눈 대상포진 발병시 50%는 시력에 영향이 가는데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HZO 발병시 즉시 안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램제이 헌트 증후군(Ramsay Hunt syndrome: RHS)은 귀 대상포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주로 귀 통증, 귀 안쪽에 물집, 그리고 안면마비의 증상이 있다. RHS의 안면마비 증상은 단순 안면신경마비(Bell’s palsy)와 유사하지만 더 심하고 회복되는 확률이 더 낮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직접 피부접촉 또는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된다.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매일 골고루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 없이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으로는 2006년 Zostavax가 처음 나왔는데 50~60% 정도 예방 효과가 있다. 이는 여전히 40~50%의 감염확률이 있다는 뜻이다. 2017년 새로 나온 Shingrix는 90~97%의 예방효과가 있어 필자는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백신을 권한다.
대상포진 치료약으로는 먹는 약과 바르는 연고가 있다. 치료 효과를 보려면 반드시 발병 이후 72시간 안에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더디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을 땐 최대한 빨리 주치의를 만나보시길 권한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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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