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디’(Judy), 가수 주디 갈랜드 삶을 뮤지컬로

2019-09-2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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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½ (5개 만점)...47세 요절하기 전의 마지막 공연 중심

▶ 파워풀 노래와 내면세계·불면증·로맨스…젤웨이거, 빙의한듯 혼신의 연기 펼쳐

‘주디’(Judy), 가수 주디 갈랜드 삶을 뮤지컬로

주디 갈랜드가 런던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노래 ‘섬웨어 오버 더 레이보우’로 유명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소녀 도로시로 나온 배우이자 엄청난 성량의 가수인 주디 갈랜드의 삶의 마지막 부분을 다룬 뮤지컬 전기영화로 주디로 나오는 르네 젤웨이거가 불타는 혼신의 연기를 한다. 주디 갈랜드는 40대에 들어 인기가 시들면서 술과 약물을 과용, 47세로 요절했다.

영화는 그가 죽기 얼마 전 런던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중심으로 노래와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여러 가지 개인적 문제와 함께 뒤늦은 로맨스 등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극적 내용보다 주디의 노래가 얘기를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디 갈랜드는 생애 모두 다섯 차례 결혼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유명한 영화감독 빈센트 미넬리다. 둘 사이에서 본 딸 라이자 미넬리 역시 가수요 배우. 빈센트 미넬리는 주디가 나와 ‘해브 우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 등 여러 곡을 노래 부른 뮤지컬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와 커크 더글러스가 반 고흐로 나온 ‘삶의 욕망’ 그리고 프랭크 시내트라와 딘 마틴과 셜리 매클레인이 공연한 ‘섬 케임 런닝’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든 훌륭한 감독이다.


영화는 주디가 40대 중반에 들어선 1968년에 시작된다. 이 때 주디의 인기는 이미 시들어져 주디는 어린 두 남매와 함께 먹고 살기 위해 후진 공연도 마다 않고 출연할 때. 쇼업계의 거물인 세 번째 남편 시드니 러프트(루퍼스 시웰)는 도움을 청하는 주디를 문전박대하고 할리웃도 마찬가지. 그래서 주디는 거의 홈리스 처지가 된다.

이 때 주디에게 5주간 런던에서 공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표가 완전 매진된 가운데 주디는 아이들을 남겨놓고 런던에 온다. 그러나 주디는 아이들이 보고 싶은데다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술과 약물에 절어 리허설도 거절하고 첫 공연도 떼밀리다시피 해 무대에 오른다. 내면의 개인적 악마와 다툼을 벌이는 처지라 공연이 잘 될 리가 없어 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는다. 그러나 일단 노래를 시작하면 그의 열창은 완전히 무대와 관객을 사로잡는다.

혼란에 빠진 주디를 다소 안정시키는 사람이 LA의 파티에서 만난 연하의 미남 미키 딘스(핀 위트록)와 주디의 충실한 보조인 로잘린(제시 버클리). 주디는 런던으로 자기를 보러온 딘스와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한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조차 과거의 영광을 상실해 실의에 빠진 주디를 완전히 치유하진 못한다. 주디는 공연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런던서 사망했다.

영화는 가끔 과거로 돌아가 소녀배우 주디의 MGM 시절을 보여주면서 MGM의 사장이었던 루이 B. 메이어가 주디를 불러다 제대로 하라고 위협을 하고 주디 담당 영화사 직원이 주디가 살이 안 찌도록 먹는 것마저 통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완전히 젤웨이거의 것이다. ‘콜드 마운틴’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탄 그는 ‘시카고’에서도 그랬듯이 여기서도 자신이 직접 노래 부르는데 가창력이 대단하다. 주디와는 얼굴이 닮지 않은 젤웨이거는 화려한 분장을 하고 완전히 주디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를 재생시키는데 때론 연기가 티가 날 정도여서 오히려 주디가 아니라 젤웨이거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루퍼트 굴드 감독. PG-13.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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