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철 지난 호숫가

2019-09-25 (수) 송온경/ 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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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여름이,
작별을 고하자

인적없는 호수,
오롯이 남은
오리 한 가족

날아가는 걸까 그냥 남기로 한 걸까


앞장 선 아빠오리,
결정 못한 듯
우왕좌왕한다

호숫가의 수양버들,
말없이 늘어뜨린 두 팔로
함께 살자고 손짓하는데...

그늘 아래 벤치에
홀로 앉은 저 사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 눈 사이 주름이 깊어가네

정말 저 벤치 옆자리
나 앉을 수 있다면...

수양버들 이파리되어
그의 마음 쓰다듬을 수 있다면...

선뜻,
가을이 풍경으로 다가온다

<송온경/ 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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