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외출이다.
아침부터 출근 준비에 북적이는 식구들과 함께 서둘러 아침을 먹었다. 항암 투약이 5일 전 이어서인지 오늘은 제법 음식이 당긴다 싶어 오랫동안 뵙자 뵙자 마음먹었던 지인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시간에 맞춰 문을 나서니 벌써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문을 나서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발짝을 옮기면서 나는 이렇게 중얼 거렸다 .
“역시 나는 환자구나 ! 하지만 나는 이것을 이겨 낼 수 있어....” 많은 생각을 하는 동안 택시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10분 일찍 도착이다. 맨하탄에서 오신다 생각하니 안쓰런 마음이 든다. 만날 때 마다 일방적으로 내가 정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예 ! 하고 살갑게 대답해 주시는 고마움에 늘 미안했다. 느긋하게 생각하자 하고 들어올 때 들고 들어온 신문을 펼쳐들었다. 딱히 눈에 띠는 내용은 없었다. 서로 물고 흔드는 것 외에는. 신선함은 없다. 늘, 그렇듯이.
정확히 오후 1시다. 카운터 앞에서 두리번거리던 지인은 손을 번쩍 든 나를 향해 발짝을 옮겼다. 참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서로의 안부가 계속 되면서 나이 들면 제일 가깝고 자주 드나드는 곳이 병원이라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이어갔다. 비어 있던 식당에 손님이 하나, 둘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점심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도 음식을 청했다
냉면과 된장찌개의 어우러진 향 속에 주제 없는 대화는 1시간여$ , 우리는 서로의 대화 속 이것 저것에 감정이 서로 일치하기도 했고 기막힌 대화엔 웃음을 던지기도 했다.
식사후 우리는 베이커리로 자리를 옮겨 후식으로 녹차를 마시며 다음 언젠가 또 만남을 뇌이면서 서로의 건강을 빌고 아쉬운 여운을 남겼다.
6개월 동안 차갑게만 느껴지는 외국 의사들의 웃음 없는 무표정한 인간 숲에서 빠져 나와 잠시나마 쉬고 있다는 순간이 행복했다, 다음 주 화요일엔 채혈과 주치의 상담이 이어지고 수요일엔 5차 항암이다. 머리 탈모와 헤진 입속에 음식물과의 전쟁이 또 시작 될 것이다.
삼복 더위에 항암 주사와 씨름 하느라 계절을 잊었는데 등 떠미는 가을바람에 독한 약으로 빠져 버리고 남은 몇 가닥 흰 머리카락이 파르르 날린다.
가을이다.. 오늘은 여름의 문턱을 넘는 가을과 동행한 지인과의 아름다운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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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임/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