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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골든타임 72시간…이후엔 약 안 들어

2019-09-17 (화) 정이온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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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 떨어지면 발병 쉬워...띠 모양 발진·물집에 고통, 약 중단땐 신경통 위험 커

▶ 40대이후 예방백신 맞아야...2~6개월후 2차 접종 바람직, 대상포진 걸렸어도 재발

치료 골든타임 72시간…이후엔 약 안 들어

대상포진도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다. 징후나 발진이 나타난 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대상포진 후 생길 수 있는 신경통 발병 위험을 낮춰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료 골든타임 72시간…이후엔 약 안 들어


이동현 내과전문의가 말하는 대상포진

성인도 유아처럼 맞아야 하는 백신들이 있다. 독감 백신이 대표적이지만, 대상포진 예방백신 접종은 50세 이상 권고되는 성인 백신이다.


내과·노인의학과 임상 전문의 이동현 내과전문의(사진)의 도움말을 빌어 대상포진 백신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대상포진은

이 전문의는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우리 몸 신경절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몸 자체가 면역 기능 떨어졌을 때 문제 일으킨다.

계절에 상관없이 어느 때에라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면역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아주 덥거나 혹은 추울 때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수두 바이러스와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같다. 그러나 대상포진을 성인 수두라고 하지는 않는다.

증상은 피부에 발진과 물집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데, 반드시 물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생긴 형태는 띠모양으로 보통은 한번에 한곳에 생기는데, 몸의 넓은 지역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 전문의는 “한인 환자들은 물집에만 신경쓰는데, 물집이 생겼다고 다 대상포진인 것은 아니다. 다른 질환과 감별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얼굴부터 몸 전체를 좌우로 나눴을 때 정중앙을 넘지 않는다. 오른쪽이면 오른쪽, 왼쪽이면 왼쪽, 한쪽에만 나타난다. 몸의 중앙을 넘은 발진은 대상포진이 아닌 다른 바이러스성이나 열성 발진, 피부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빨갛게 발진이 나는데 나중에 수포(물집)이 생긴다.


또한 물집 위치도 중요하다. 얼굴, 몸통이나 사지 등 몸 전체에 다 생길 수 있는데, 눈 근처에 발진이 나타나면 실명 우려가 있으므로 눈 안 조직에 침범했는지의 여부를 안과에 가서 즉시 검사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이 아프거나 시력 이상이 오는 등의 증상이 있어도 반드시 안과에 가야 한다.

#대상포진의 치료, 골든타임은?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는데, 문제는 시간이다. 발진 증상 발현 후 3일 넘으면 약으로 치료해도 효과가 떨어진다. 이 전문의는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만 3일인데, 3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이틀, 이틀보다는 하루, 하루보다는 몇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치료효과가 좋다. 대상포진 치료제는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항바이러스제는 대개 안전하며, 보통 일주일 복용한다.

복용하자마자 3일 안에 자연적으로 증상이 많이 호전되지만, 복용 기간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진이 없어져도 후에 신경통이 생길 수 위험이 높아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빠른 진단과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후에 생길 수 있는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신경통은 발병하면 짧게는 수일에서 수주, 길게는 6개월 이상 갈 수 있다. 또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신경통이 생겼어도 통증의 정도나 기간이 많이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면역력이 떨어지며, 고령일수록 더 취약하다. 신경통은 대상포진과 동시에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낫고 나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 재발이 잦은 환자는 발진이 생기기 전에 신경통부터 오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치료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의사를 만나기 어려운 주말이라면 어전트 케어를 가거나 혹은 주치의에게 연락해 약국을 통해서라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도록 한다.

#대상포진 발병 확률이 높은 위험군은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박멸되지 못한다. 신경절에 잠복해 있어 발진을 일으킬 때에도 신경절을 따라 발생한다. 신경통도 신경절을 따라 발병한다.

평상시에는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를 억제하지만,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스트레스가 있으면 면역 기능이 약해지면서 바이러스가 활성화될 우려가 있다.

당뇨환자는 면역 세포 기능이 떨어진다. 면역 치료제를 사용하는 면역 결핍증 환자,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장기 이식환자, 천식환자, 만성 폐질환자 등), 신부전 환자 등은 면역 기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 취약한 환자들이다.

#대상포진의 예방 백신 가이드라인은

이 전문의는 “가이드라인은 50세 이상이지만, 의사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10년 전만 해도 55세가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러나 백신 권고 연령이 낮아져 현재는 50세로 내려왔다. 개인적인 임상경험으로는 젊은 사람들도 잘 걸리기 때문에 40대부터도 맞아도 된다고 본다. 육체와 정신이 연결돼 있어 만성질환자나 과도한 업무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는 사람은 발병 가능성이 높고, 가이드라인보다 이른 나이라도 백신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고위험군 뿐 아니라 건강한 성인도 50세 이상 맞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백신이 고가이다보니 현실적으로는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 보험과 메디칼·메디케어로 인해65세부터 맞는 경우가 많다.

이 전문의는 “비용적인 문제만 없다면 가이드라인보다 좀더 일찍 예방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대상포진 예방 백신의 종류는

살아있는 균을 약화시킨 조스터 백신(ZVL, Zostavax)와 유전자 재조합의 싱글릭스(RZV, Shingrix)로 두 가지가 있다. 두 가지 모두 근육주사다. 조스터 백신은 2006년부터, 싱글릭스는 2017년부터 상용돼 왔다.

이 전문의는 “점차 싱글릭스를 처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다. 효과가 더 있고 효과가 좀더 길게 가는 면이 있다. 예방 효과가 9~10년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조스터 백신은 보통 5년 지나면 항체 면역 방어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고 말했다.

싱글릭스의 장점은 면역 억제가 된 사람에게도 살아있는 균이 아니라서 용량을 낮춰 안전하게 접종이 가능하다.

50세 이상 1회 맞고, 2회째 접종은 2~6개월 정도 지나 맞으면 된다. 3개월 안에 맞기도 한다.

싱글릭스의 단점은 2회 맞아야 하며, 비용이 고가라는 점이다. 메디칼·메디케어가 있으면 적용받는다. 또한 조스터 백신보다 부작용이 많다. 싱글릭스 부작용으로는 일반적인 주사 맞은 부위의 국소 염증 반응이나 국소 통증이 생길 수 있으며, 근육통, 오한, 발열, 극심한 피로, 두통, 설사나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 등 전신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 전문의는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경험상 싱글릭스는 최소 10명 중 1명 정도가 부작용을 경험하는데, 적지 않은 편이다. 환자들이 부작용으로 크게 앓게 되면 2회차는 잘 맞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조스터 백신의 단점은 싱글릭스보다 예방 백신의 효과가 떨어져 재발율이 높다. 장점은 한 번 접종하면 되며, 가격도 싱글릭스보다 저렴하며 부작용이 나타나는 비율도 훨씬 적다.

두 백신 모두 대상포진의 첫 발병 및 재발을 낮추며, 신경통 발병을 낮추는데 효과가 크다.

물론 백신을 맞았어도 재발 위험은 남아 있다. 환자마다 재발 비율은 달라진다. 또한 백신의 효과는 재발이 나타났어도 병의 강도나 앓는 기간은 줄어들고, 신경통이 발병할 확률이나 기간이 줄게 된다.

#이전에 대상포진에 한 번 걸렸던 적이 있어도 예방 백신 맞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렇다. 대상포진에 걸렸다면 재발될 가능성도 높다. 이전에 앓아서 면역이 생겼다해도 예방 백신을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대상포진 환자였던 사람의 경우,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맞는 시기는 대상포진에 앓고나서 1년은 지나고 맞는 것이 좋다.

#이전에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더라도 나중에 추가접종(booster shot)을 하는 것은 어떤가?

조스터 백신의 경우는 5년 후 한 번 더 맞는 것이 추천된다. 환자에 따라 이전에 조스터 백신을 맞았다면 5년 지나 다시 백신을 고려할 때 싱글릭스를 맞기도 한다.

싱글릭스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만 있다면 10년 후에라도 또 추가로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가적으로 맞게 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이 전문의는 “대상포진은 발병하면 정말 괴로운 병이다. 신경통이라도 생기면 마약성 진통제를 찾을 정도로 아프고 고통스럽다. 치료나 예방을 해도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것이 아닌 잠재우는 것이다. 항바이러스제나 예방 백신을 군대로 이해하면 쉽다. 내몸에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활성화 시켜 바이러스의 활동을 방어하는 것이다. 앞으로 부작용을 줄인 신약은 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이드라인도 40대 까지 낮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전염성이 있나?

대상포진 자체는 일반적으로 전염이 되지 않지만, 물집에 바이러스가 있다.

모든 물집은 터트리는 것이 아니다. 물집을 터트려 접촉되면 2차적으로 세균 감염이나 이론상 바이러스가 전염될 우려는 있다. 그러나 꼭 환자가 아닌 사람이 터진 물집에 접촉됐다 하더라도 꼭 전염되는 것도 아니며, 확률은 미미하다.

피부 자체가 몸에서 가장 큰 방어 조직으로 먼저 방어한다. 물론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이론적으로 감염될 소지는 남아 있지만 그래도 확률은 매우 낮다.

수포는 생기면 터질 수 있으므로 최대한 건드리지 말고 자체적으로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정이온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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