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주민 미국인의 삶터 돌아보며 비극적 역사 되새기는 로드무비

2019-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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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서 백인 이기면 승리요 우리가 이기면 학살인 세상”

▶ 원주민과 백인 작가의 역사적 장소 순방하는 여정,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

원주민 미국인의 삶터 돌아보며 비극적 역사 되새기는 로드무비

댄(왼쪽)과 그로버가 켄트를 차에 태우고 원주민 미국인들의 삶의 터전을 돌아보고 있다.

제목은 영화에서 사우스 다코타 주의 인디언 거주지역에 사는 90대의 라코타 인디언 댄(데이브 볼드 이글)이 하는 말로 백인 흉내를 내는 인디언을 일컫는 말이다. 인디언이라는 말은 백인들이 지어낸 말이고 원주민 미국인이라고 해야 옳다.

원주민 미국인들의 삶을 제대로 알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댄을 찾아간 작가 켄트 너번(크리스토퍼 스위니)이 댄과 함께 거주지의 역사적 장소를 돌면서 서서히 우정을 나누고 또 그들의 진정한 역사와 문화를 알게 되는 로드무비로 진행은 느리지만 감동적인 작품이다. 켄트 너번은 미네소타 주에 사는 실제 작가로 영화는 자신의 작품을 본인이 각색한 것인데 작중 인물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써 기록영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원주민 미국인들의 진짜 삶을 스스로 체험,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진지한 의도와 선의와 따스함이 깃든 영화로 다소 느리고 교훈적이요 가다가 샛길로 빠지긴 하지만 재미있고 다시 한 번 비극적이요 불행한 원주민 미국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원주민 인디언에 관한 책을 쓴 미네소타에 사는 작가 켄트는 댄의 손녀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90대 원로인 댄이 자기 삶과 생각과 철학을 써놓은 것이 있는데 댄이 이를 책으로 출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어 켄은 1,000마일의 대장정의 길에 올라 댄의 집을 찾아간다. 삶의 예지와 온갖 풍파의 흔적을 간직한 듯한 자비로운 얼굴을 지닌 댄은 원주민 미국인의 학살자인 백인 켄트를 시큰둥하게 맞는다.

그런데 댄은 자기가 써 구두상자 안에 넣어둔 기록을 켄트에게 넘겨주기 전에 원주민 미국인들의 실제 삶과 그들이 백인들로부터 학살당한 장소를 둘러보자며 역사적 장소 순방길에 오른다. 자동차 운전은 켄트를 무시하는 다소 적대적인 댄의 친구 그로버(리처드 레이 위트만)가 한다.

이 여정을 통해 켄트는 거주지에 사는 백인과 원주민 미국인들을 만나면서 백인들이 만들어낸 구태의연한 범주를 벗어난 진짜 원주민 미국인들의 삶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켄트는 댄과의 대화를 통해 댄의 조상들에 관한 역사공부도 받게 된다. 댄이 하는 말 중에 기억나는 것이 “우리와 백인들 간의 전투에서 백인들이 이기면 승리요 우리가 이기면 학살”이라는 말.

이들이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곳은 백인들의 원주민 미국인들의 학살 장소인 운디드 니. 이 장면이 감상적이나 아름답다. 영화는 사우스 다코타 주의 ‘파인 리지 인디언 보호 지역’에서 찍었다.

댄과 켄트의 주고받는 대사와 입씨름과 농담이 재미있는데 영화에서 뛰어난 것은 볼드 이글(대머리 독수리)의 자연스럽고 따스하고 짓궂고 매력적인 연기다. 볼드 이글은 영화촬영이 끝난지 얼마 안 돼 97세로 사망했다. 댄이 집으로 돌아간 켄트가 출판한 책을 받아 처리하는 모습이 세상을 달관한 도사의 그 것 같다.

감독은 스코틀랜드인 스티븐 루이스 심슨. 플레이하우스 7(패사디나) 상영.

박흥진의 영화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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