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팜므파탈에 빠져 남편 살해하는 치정살인 다룬 걸작 느와르

2019-08-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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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부는 항상 벨을 두 번 누른다’(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 (5개 만점)

▶ 라나 터너-존 가필드 주연, 1946년 작 흑백 4일 상영

팜므파탈에 빠져 남편 살해하는 치정살인 다룬 걸작 느와르

어리숙한 프랭크는 요부 코라(왼쪽)의 유혹과 간계에 휘말려 살인자가 된다.

탐욕과 욕정에 절은 젊은 요부와 이 여자의 유혹에 휘말려 여자의 무미건조하고 나이 먹은 남편을 살해하는 어리숙한 남자의 치정살인극을 다룬 걸작 필름 느와르 중의 하나로 1946년 작 흑백영화다.

테이 가넷이 제임스 M. 케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연출했는데 케인은 이 소설과 내용이 비슷하고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진 또 다른 치정범죄 소설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31일자 오피니언면 ‘주말 산책’ 참조)을 썼다.

이런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팜므 파탈’(femme fatale)이라고 부르는데 이 영화의 간부 코라야말로 살기 감도는 매력을 발산하는 으뜸가는 ‘치명적 여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이와 같은 코라의 독성 가득한 매력은 왕년의 할리웃 최고급 글래머걸 수퍼 스타 중의 하나였던 라나 터너에 의해 화장기 짙은 냄새를 풍긴다.


떠돌이인 프랭크(존 가필드)가 시골길에 있는 식당 겸 주유소인 트윈 옥스에 도착, 나이 먹고 사람 좋은 식당 주인 닉(시슬 켈라웨이)에 의해 고용된다. 프랭크는 닉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코라를 보고 첫 눈에 이끌리면서 둘은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프랭크가 코라를 처음 목격하는 장면이 아찔하게 멋있다. 카메라가 코라의 앞발가락이 보이는 하얀 구두로부터 시작해 탐스럽게 드러난 맨살의 긴 다리와 하얀 짧은 바지 그리고 맨살의 허리와 소매 없는 하얀 블라우스에 이어 하얀 수건으로 마치 왕관처럼 머리를 감싼 고혹적인 얼굴을 천천히 애무하듯이 따라가면서 보여주는 코라의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황홀하다.

이 같은 코라의 모습과 자태는 가히 범행의 동기가 될 만한 유혹적인 것으로 터너에게 코라 역은 그야말로 하늘이 준 것. 이 역은 실제로도 터너가 가장 좋아한 역이었다.

코라는 악의라곤 전연 없는 프랭크에게 둘이 행복하고 넉넉하게 살려면 닉을 죽이고 그의 재산을 챙기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재촉, 프랭크는 별 수 없이 살인자가 된다. 그러나 행복할 것 같았던 둘의 삶은 코라의 배신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둘 간의 사랑은 증오로 변한다. 둘은 마침내 화해하고 사랑을 되찾지만 악인은 모두 지옥으로 간다.

터너와 가필드의 화면에서의 팽팽한 성적 긴장과 화끈한 화학작용은 스크린 밖으로까지 넘쳐 둘은 이 영화로 잠시 로맨스를 불 태웠으나 오래가진 못 했다. 프랭크 역으로 그레고리 펙이 고려되기도 했지만 가필드가 선정됐는데 펙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다. 4일 오후 2시 뉴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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