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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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내가

2019-08-28 (수) 이인명/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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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에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께 감사하는 기도 들어주시고
이렇게 축복내려주셔서…

얼마나 이 아침 가슴 벅찬지요.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프기 전에 쓴 그의 일기에서 몇 구절--

(위의 시는 독자 이유성씨가 작고한 아내 이인명(1943-2016)씨의 발표하지 않은 유작시를 그의 생일(8월21일)을 보내며 매년 1 편씩 본보에 투고하고 있다. 이 번이 세 번째이다)

<이인명/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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