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댁 신고식 ‘장난 아니네’… 쫓기는 신부와 살육 추격전

2019-08-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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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 오어 낫’ (Ready or Not) ★★★

시댁 신고식 ‘장난 아니네’… 쫓기는 신부와 살육 추격전

그레이스가 자기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시댁식구들을 향해 엽총을 겨냥하고 있다.

눈 뜨고 볼 수 없게끔 끔찍하고 잔인하고 피가 철철 넘쳐흐르는 스릴러이자 깔깔대고 웃게 만드는 코미디로 너무 해괴망측하고 터무니가 없어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이렇게 과도하니 유혈 낭자한 영화도 보기 힘든데 두 감독 맷 베티넬리-올핀과 타일러 질렛은 킬러들에게 쫓기는 여주인공을 시종일관 상해하고 못 살게 굴면서 고약한 새디즘을 즐기고 있다.

끔찍하고 피가 튀고 또 잔인하기로 말하자면 둘째가기를 마다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 영화는 부자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건 간에 가난한 사람을 자기보다 못한 인간으로 깔본다는 진리(?)를 장난하듯이 비꼬고 있다.

양부모 밑에서 자라 소속감에 갈급한 아름답고 똑똑한 그레이스(사마라 위빙이 마고 로비를 똑 닮았다)와 게임산업으로 백만장자가 된 토니 르 도마스(헨리 서니)의 둘째 아들 알렉스(마크 오브라이언)의 결혼식이 토니의 대저택에서 열린다. 그런데 토니를 비롯해 그의 아내(앤디 맥다웰)와 코케인 중독자인 딸 에밀리(멜라니 스크로파노) 및 토니의 마녀처럼 생긴 누나 헬렌(니키 구아다니) 등 르 도마스네 사람들은 신분과 계급이 자기네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 그레이스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그레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알렉스의 형 대니얼(애담답 브로디).


피로연이 끝나자 알렉스가 그레이스에게 “당신이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온 가족이 참가한 중에 자정부터 시작되는 게임에 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게임이 될지는 그레이스가 게임 이름이 적힌 카드를 뽑아서 결정한다. 그레이스는 처음에 이것이 장난인줄 알고 카드를 뽑는데 게임은 ‘숨바꼭질’. 숨는 사람은 그레이스이고 찾는 사람들은 르 도마스 가족. 그런데 게임은 장난이 아니라 온갖 흉기를 든 사냥꾼과 그의 제물 간의 고양이와 쥐의 추격과 도주. 르 도마스 가족이 이런 살육게임을 하는 이유는 이 집에 내려진 저주 탓으로 게임 마감시간은 이튿날 새벽까지 .

이 때부터 신부드레스에 운동화를 신은 그레이스는 문들이 잠긴 대저택 안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숨으면서 도끼와 엽총과 권총 및 크로스보우를 든 르 도마스 가족들의 추적을 피하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 그 와중에서 그레이스는 온갖 부상을 입고 피투성이가 되는데 알렉스는 자기 아내를 구해주려고 하나 그의 가족에 의해 침실에 감금된다.

도주와 추격의 살육전이 벌어지면서 엉뚱하게 이 집의 하녀들까지 희생되는데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쥐가 고양이를 반격한다고 알렉스의 반격이 시작된다. 마지막에 담배를 꼬나문 알렉스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 소방관에게 “시집 사람들”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웃긴다. 위빙이 불꽃 튀는 연기를 하고 앙상블 연기도 좋다. 계급 간 전쟁을 치르는 영화로 봉준호의 ‘기생충’을 생각나게 한다. R 등급. Fox Searchlight. 랜드마크 등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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