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철 서울대 교수팀 SW개발...인공관절 치환술 1,686명 분석...수혈판단 정확도 84.2% 달해
▶ 나이·혈소판 수치·수술유형 등 6개 변수 입력하면 위험 측정
TXA 지혈제 사용·빈혈 교정 등 수술전 ‘맞춤형 예방’ 가능
힘찬병원 의료진이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평힘찬병원]
심한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관절을 모두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는 환자의 ‘수술 중·수술 후 수혈 위험’을 84.2%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AI SW)가 처음으로 개발돼 맞춤형 수혈 예방이 가능해졌다.
의사는 물론 수술을 받을 환자나 보호자가 환자의 나이, 몸무게, 트라넥삼산(TXA) 지혈제 사용 여부, 혈중 혈소판 수와 헤모글로빈 수준, 수술 유형(한쪽, 양쪽 단계·동시 수술) 등 6개 변수를 공개 웹에 입력하면 변수별 수혈 위험은 물론 종합적인 수혈 위험(고위험·저위험)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수혈 표준 없어 수술환자 수혈비율 3~67%로 큰 편차= 14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명철·한혁수·노두현 정형외과 교수팀은 무릎관절을 모두 인공물로 대체하는 수술인 인공관절전(全)치환술(TKA) 환자의 수혈 위험을 예측하는 AI SW(세이프 TKA)를 개발하고 예측 정확도에 대해 검증한 논문을 유럽무릎관절학회지 ‘무릎수술, 스포츠 외상, 관절경’에 발표했다.
수혈은 감염과 심부정맥혈전증 등 합병증의 위험을 높인다. 국내 무릎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3분의1가량이 수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대병원의 경우 그 비율이 6.4%로 낮은 편이었다. 수혈은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미쳐 재입원율이 높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개별적인 수혈의 위험변수만 알려졌고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혈 위험예측 SW가 없어 맞춤형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국가·의료기관마다 수혈이 필요한 헤모글로빈 수준 등 수혈 표준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부추겼다. 무릎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수혈 비율이 3~67%로 매우 큰 편차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병원들은 수혈 예방을 위해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준이 낮은 빈혈일 경우 수술 전 철분제 처방 등을 통해 수치를 높인 뒤 수술하는 식의 단편적 대응을 해왔다.
AI SW의 등장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체중이 적을수록, TXA 지혈제를 사용하지 않을수록, 양쪽 무릎을 동시에 수술할수록, 혈중 혈소판 수가 적거나 헤모글로빈 수준이 낮을수록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수혈 위험이 높다는 사실도 명확해졌다.
특히 수혈 고위험군 환자에게 TXA 지혈제를 사용하거나, 양쪽 인공관절수술을 동시에 하지 않고 시차를 두고 하거나, 헤모글로빈 수준 등을 높이는 대책을 조합해 저위험군으로 낮추는 맞춤식 대응이 가능해졌다. 노 교수는 “AI SW를 활용하면 어떤 변수 때문에 수혈 고위험군에 속하는지,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어떤 변수를 얼마만큼 조절해야 하는지 맞춤형 예방조치를 할 수 있어 환자의 안전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부담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쪽 무릎 동시 수술 수혈위험, 한쪽 수술의 9.63배= 공개 웹에 70세, 체중 60㎏인 여성의 혈중 헤모글로빈 수준이 데시리터(㎗, 1㎗는 0.1ℓ)당 13g, 혈소판 수치가 나노리터(nℓ, 1nℓ는 10억분의1ℓ)당 100개라고 입력하면 TXA 지혈제를 사용하지 않고 한쪽만 수술(유형0)할 경우 ‘수혈 고위험군’이라고 뜬다. 하지만 TXA 지혈제를 사용하면 저위험군으로 바뀐다. 지혈제를 사용하면 혈중 헤모글로빈 11g/㎗, 혈소판 100개/nℓ이거나 헤모글로빈 9g/㎗, 혈소판 200개/nℓ인 경우도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양쪽 관절을 동시에 수술(유형2)할 경우 고위험군,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수술(유형1)하면 저위험군이 된다.
한쪽만 수술하고 TXA 지혈제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헤모글로빈 12g/㎗, 혈소판 100개/nℓ면 고위험군이지만 혈소판 수치가 200개/nℓ이거나 같은 조건에서 몸무게가 80㎏인 노인은 저위험군에 속한다. 몸무게 80㎏ 노인의 헤모글로빈 수준이 12g/㎗, 혈소판 수치가 200개/nℓ면 저위험군이지만 두 수치가 10g/㎗, 100개/nℓ면 고위험군으로 뜬다.
노 교수는 “혈중 헤모글로빈 수준이 낮은 환자는 수혈 위험이 높고 수술 후 재활치료가 늦어지며 회복이 더딘 경향이 있다”며 “수혈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사전에 TXA 지혈제 사용, 빈혈 교정 등 예방조치를 함으로써 수혈 없는 안전한 수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이미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1,686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AI SW를 개발했다. 이들에게 적용해보니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가 실제로 수혈을 받은 민감도는 89.8%,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환자가 실제로 수혈을 받지 않은 특이도는 74.8%로 나타났다. 민감도와 특이도를 포괄하는 정확도는 84.2%였다. 또 객관적 평가를 위해 다른 병원 환자 400명의 데이터를 입력해 검증했더니 88%의 정확도를 보여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쪽 무릎에 이 수술을 단계적으로 받거나 동시에 받는 환자의 수혈 위험은 한쪽만 수술을 받는 이들보다 각각 2.64배, 9.63배 높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첫 수술 후 혈중 헤모글로빈 수준이 2주 안에 7g/㎗ 미만으로 떨어진 환자를 수혈 고위험군으로 정의했다. 수술 환자들의 평균 헤모글로빈 수준은 수술 전 12.7g/㎗에서 수술 2주 후 8.6g/㎗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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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