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지대 생태와 지형의 매력을 느끼며 시종 촉촉한 발길

2019-08-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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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San Bernardino Peak (10,649’)

고지대 생태와 지형의 매력을 느끼며 시종 촉촉한 발길

정상부근 등산로의 Lodgepole Pine Trees.


고지대 생태와 지형의 매력을 느끼며 시종 촉촉한 발길

John’s Meadow Trail Junction.



고지대 생태와 지형의 매력을 느끼며 시종 촉촉한 발길

Limber Pine Bench 주변의 어느 풍경.



고지대 생태와 지형의 매력을 느끼며 시종 촉촉한 발길

정상에서의 남가주 최고봉인 Mt. San Gorgonio(11503’) 전경.



LA 한인타운에서 10번 Freeway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략 Pomona 쯤을 지날 때면 LA에서부터 북쪽으로 보이던 산줄기들보다 훨씬 더 높게 우뚝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나타나는데 이는 바로 Mt. Baldy(10,064’), Ontario Peak(8,693’), Cucamonga Peak(8,859’)을 비롯한, San Gabriel 산맥에 속하는 고봉들의 위용일 것이다.

다시 차가 Fontana 쯤을 지날 때에는 대략 11시 방향으로 또 다른 산군이 우뚝 솟아나 있는 것을 보게된다. 우리 남가주에서 제일 높은 산인 Mt. San Gorgonio(11,503’)가 속해있는 San Bernardino 산맥 서남단 줄기의 모습이다. 이 산들의 음영중에 왼쪽으로 가장 높게 보이면서 피라밋처럼 삼각형 모양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오늘 안내코자 하는 San Bernardino Peak(10,649’)이다.

이 산에서 동쪽으로 약 6마일의 직선거리에 있는 Mt. San Gorgonio(11,503’)가 남가주 전체에서의 최고봉이지만, 이 제1봉은 Freeway로 부터의 거리가 조금 더 먼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이쯤에서는 San Bernardino Peak이 더욱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겠다.

이 San Bernardino Peak은 남가주의 ‘3 성인’산이라고 불리는 Mt. San Gorgonio(11,503’), Mt. San Jacinto(10,834’), Mt. San Antonio(10,064’; = Mt. Baldy)에 이어 ‘4 성인’산의 하나로 불리기도 하는 고산이다.

보통 우리네 등산인들이 즐겨 찾는, 우리가 통상 Big Bear 지역이라고도 일컫는, San Bernardino산맥에는 해발고도 10,000’가 넘으면서 이름이 부여되어 있는 봉우리가 17개가 되는데, 이 San Bernardino Peak은 그 중에서 큰 도시와 가장 가까운 서남쪽에 위치한 산이라서, 우리들 눈에 더욱 확연히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이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보통은 Angelus Oaks라는 마을의 동편 뒷쪽에 있는 San Bernardino Peak Divide Trail의 시작점(5,950’)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다양한 특성의 지형과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상이한 식물대를 보게 되면서, 시종 촉촉한 푸르름을 볼 수 있는 대단히 아름다운 코스이다.

이 지역에 살던 Cahuilla 토착민들은 이 산을 ‘younger sister’라는 의미가 있는 ‘pwipwi’라는 이름으로 불렀으며, 이에 상대하여 오늘날의 Cucamonga Peak은 ‘elder sister’라는 뜻으로 호칭했었다고 한다.


왕복 17마일에 순등반고도가 4,900’가 되어, 왕복 9시간 내외가 소요되는 쉽지않은 산행이지만 등산로의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특별히 위태로운 구간이 없어, 일출에 즈음하는 이른 아침에 산행을 시작한다면 별로 무리가 없이 기억에 남을 쾌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는 길

10번 Freeway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San Bernardino를 지나서 Orange Street Exit으로 나간다. 출구로 나가서 1블럭을 더 직진하면 Orange Street에 닿는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북쪽으로 0.5마일을 가면 Lugonia Avenue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한다.

이 길은 San Bernardino국유림을 관통하여 Big Bear Lake까지 이어지는 간선도로 SR-38 이 된다. I-10 을 나와서부터 SR-38을 따라 약 8.4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Mill Creek Ranger Station이 나온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Self-serve입산허가증을 만들어 지녀야 했는데, 그러나 지금 현 싯점에는 허가증이 요구되지 않는 상황이다. 허가증 필요여부를 산행에 앞서 미리 확인할 것을 권한다. 다시 SR-38 을 따라 Angelus Oaks까지 11마일을 더 가서, 오른쪽으로 소방서가 있는 곳에서 우회전한다. 우회전을 하자마자 곧 바로 다시 좌회전하여 0.1마일을 가면 ‘Trail’이라는 싸인이 있다. 여기서 우회전을 하고 다시 60m쯤을 가서 다시 우측길로 들어간다. 0.4마일 정도를 또 들어가면 길이 끝나고 주차장이 된다. San Bernardino Peak Divide Trail의 등산시작점(5,950’)이다.

등산코스

약 8.5마일에 걸쳐 이어지는 등산로를 개괄하자면, 전체적으로는 동쪽을 향해 올라가는 형국인데, 처음의 Manzanita Springs(8,240’)까지의 4.5마일은 대체로 동쪽으로 뻗어가되, 전반의 2.5마일은 대개 Switchback으로 다소 가파르게 올라가는 구간이며, 후반의 2마일은 경사가 아주 완만한 평지이고 부드럽게 굽거나 펴지면서 이어지는 편안한 길이다. 그 다음의 Limber Pine Campground(9,360’)까지의 2마일 정도의 구간은 남쪽을 향하여 뻗어가는데 Switchback과 밋밋한 구간이 혼재되어있는 지세이다. 마지막으로 정상(10,649’)까지의 2마일 쯤의 구간은 대체로는 남쪽과 동쪽을 향한 Switchback으로 그러나 완만하게 오르는 코스가 된다.

등산로 입구를 들어서면 곧바로 긴 Switchback의 형태로 올라가는 산행이 시작된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만한 구간인데, 특히 하산시에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다. 약 1.5마일을 지나는 지점에 San Gorgonio Wilderness구역이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Wilderness란 인위적인 개발이나 관리를 하지않고 원시의 자연환경 그대로의 상태로 보존하려는 특별구역이라고 말 할 수 있으며, 대개는 이 구역의 산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입산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2마일쯤을 지나면 Ponderosa Pine으로 보이는 거대한 소나무들이 등산로 주변에 하늘 높이 솟구쳐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오래지 않아 시야가 확 터지며 평탄하고도 광활한 녹지대가 나타난다. Chinquapin과 Manzanita가 무성하게 푸르러 한껏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건조한 이미지의 남가주 산록이라기에는 매우 특이한 윤택함이고 푸르름이다.

이 지점에서는 대개 2시 방향으로 보이는 산줄기가 San Bernardino Ridge이며 우리가 올라가야 할 San Bernardino Peak은 오른쪽에서 첫번째로 도드라진 부분이다. 이 봉우리 바로 전인 오른쪽에 언덕처럼 조금 불거진 부분은 우리가 나중에 정상에 가깝게 올라갔을 때 보게될 Washington Monument이 있는 곳이다.

대략 4.5마일 지점에 이르면 이정표가 있는 4거리에 이른다. Manzanita Springs Junction(8,240’)이다. 우리는 직진한다. 만약 여기서 오른쪽의 Spur Trail로 내려간다면 곧바로 Manzanita Springs가 있고, 0.5마일을 더 내려가면 캠프를 할 수 있는 Columbine Springs가 있다. 이 산의 인근지역에 살았던 여러 토착부족민들은 모두가 이 산의 여러 Springs 주변에 자라는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병을 치료하는 효능이나 주술적인 효능이 아주 높은 것으로 인식했었다고 한다.

참고삼아 부연하면, 이 4거리에서 왼쪽 길로 약 1마일쯤을 내려가면 Forsee Creek의 물길을 이용하여 꾸며놓은 Johns Meadow Campground(7,200’)에 닿을 수 있는데, 정비관리를 하지않는 구간이라서 등산로 상태는 좋지 않다. 물론 우리는 직진하는데, 길은 이제 완만한 경사를 오르며 서서히 남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오른쪽으로 서쪽 계곡과 그 너머의 넓은 전망이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군데군데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산줄기들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온다. 오를수록 Lodgepole과 Limber Pine들의 용모가 수려해진다.

남쪽으로 향하던 등산로가 동쪽으로 바짝 꺾이는 지점에 닿는다. 기품있는 소나무들이 주변의 바위들과 적당히 잘 어우러진 유난히 아름답고 평활한 공간이다. Limber Pine Bench(9,360’)라고도 하고 Limber Pine Campground라고도 부르는 곳으로 정상까지는 이제 2마일에 1300’쯤의 고도를 남겨놓은 지점이다. 고사한 Limber Pine 몇 그루의 몸통들을 땅에 가지런히 눕혀놓고 지나는 과객들이 그위에 걸터앉아 주변의 아름다운 경개도 음미하며 쉬어가도록 배려한, 시대를 초월하는 순자연산 벤치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동쪽으로난 등산길을 따라 대략 0.4마일을 가노라면 길이 다시 남쪽으로 꺾여지는데 바로 이곳이 Limber Pine Springs이다. 조금전에 지나온 Limber Pine Campground에서 야영을 하는 경우에 보통 이곳까지 와서 물을 길어간다.

다시 남쪽으로 나있는 길을 1마일을 더 가면 길이 다시 동쪽으로 굽어진다. 곧바로 오른쪽 길가에 기념패가 부착된 작은 돌 조형물이 있다.

1852년에 Henry Washington대령과 12명의 대원이 4일간의 고행끝에 이곳에 올라 우리 남가주의 토지를 측량키 위한 기준점을 세운 사실을 기리는 기념비이다.

안쪽으로 몇십 걸음만 들어가면 167년전에 그들이 세웠던 구축물을 직접 볼 수 있다. 원래의 Monument은 2개의 나무를 이어 지상에서 24’ 높이가 되도록 세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일부가 남아있다. 현재 2,5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남가주의 모든 토지대장은 바로 이 Washington Monument(10,300’)이 측량기준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다시 동쪽을 향하여 나아간다. 정상까지는 0.6마일 쯤이 남아있으니, 이제 거의 다 올라온 셈이다. 고도로는 350’를 더 올라가는 것으로 완만한 경사의 편안한 송림을 간다. 여기서 정면으로 바로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의 목적지인 San Bernardino Peak이다.

한동안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San Bernardino Peak의 봉우리에 올라서면서 봉우리의 최고점을 오른쪽에 두고 등산로가 갈라진다. 직진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은 San Bernardino Ridge를 따라 East San Bernardino Peak(10,691’)과 Anderson Peak(10,840’)쪽으로 가는 San Bernardino Peak Divide Trail의 계속이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바로 지척인 정상을 향해 오른다.

약 100m 정도의 가까운 곳에 정상이 있다. 8.5마일에 걸쳐 길게 이어져 온 푸르고 아름다운 등산길이 여기서 마무리된다. 산줄기의 크기에 비해 정상의 모습은 아주 소박하다. 그러나 역시 10,649’라는 높이에서의 전망은 가히 일품인데, 특히 수목의 성장한계고도를 넘어서는 남가주 최고봉인 Mt. San Gorgonio(11,503’)와 그 주변 고봉들의 정상부는 보석처럼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어서, 뭔가 상서로운 느낌이 우러난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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