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짜이찌엔’, 그 많던 중국인 구입자 다 어디로?

2019-08-01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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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정부의 자본 유출 영향으로 구입 전년 대비 50%나 급감

▶ 냉랭한 글로벌 경기 탓 외국인들 부동산 구입에 관심 ‘시들’

‘짜이찌엔’, 그 많던 중국인 구입자 다 어디로?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 정부의 자본 해외 유출 단속, 달러 강세 등이 외국인 주택 구입 감소 원인이다. [AP]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외국인의 미국 부동산 구입 열기가 갑자기 식었다.‘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외국인 부동산 거래 현황 보고서’(Profile of International Transactions in U.S. Residential Real Estate 2019)에 따르면 올해 조사 기간(2018년 4월~2019년 3월) 외국인들의 미국인 부동산 구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부동산 구입 감소 원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 외에도 미국 달러 강세, 매물 부족, 중국 자본 유출 단속 강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 전년 대비 36% 급감

NAR의 조사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구입한 미국 내 재판매 주택 규모는 약 779억 달러로 집계됐다. 외국인 주택 구입 활동이 활발했던 전년도 조사 기간의 약 1,210억 달러에서 무려 약 36%나 급감한 수치다. 올해 조사 기간 중 비거주 외국인에 의한 재판매 주택 구입 규모는 약 332억 달러로 전년(약 530억 달러) 대비 약 37% 떨어졌고 거주 외국인에 의한 구입 규모 역시 약 447억 달러로 전년(약 679억 달러)보다 약 34% 감소했다. 거주 외국인은 최근에 이민 온 외국인 또는 거주용 비자 소지 외국인을 지칭한다.


외국인에 의한 주택 구입 추세는 달러 기준은 물론 구입 건수와 구입 가격 기준으로도 각각 하락세를 보였다. 조사 기간 동안 외국인이 구입한 주택은 약 18만 3,100채로 전년 기간의 약 26만 6, 800채보다 약 31% 감소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정부의 자본 해외 유출 단속 강화, 달러 강세, 미국 내 주택 매물 부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외국인 구입 규모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보유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음을 반영한다”라고 분석했다.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성장세를 보인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2018년 약 3.6%로 떨어졌고 올해도 이 같은 하락세가 이어져 올해 성장률은 약 3.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인 구입 절반으로 ‘뚝’

출신 국가별 주택 구입 규모면(구입 금액 기준)에서는 중국인들의 구입이 전년 대비 약 56%나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조사 기간 동안 중국인들이 구입한 주택 규모는 약 134억 달러로 전년 조사 기간의 약 304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극심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중국 경제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본 유출 단속 정책이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2017년 약 6.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경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약 6.3%로 하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주택 구입 규모가 큰 국가는 캐나다로 이번 조사 기간 동안 약 80억 달러 규모의 주택이 캐나다인의 소유가 됐다. 캐나다인에 의한 주택 구입은 금액 기준으로는 중국에 이어 2위지만 구입 주택 수로는 중국과 동일한 약 1만 9,900채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캐나다인들이 구입한 주택 가격이 중국인 구입 가격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조사 기간 동안 중국인들이 구입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약 67만 4,900달러로 영국인(약 73만 8,700달러)에 비해 2번째로 높았던 반면 캐나다인이 구입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약 40만 달러로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캐나다인에 이어 세 번째로 주택 구입 규모가 큰 국가는 인도인으로 약 69억 달러 규모의 주택을 사들였고 이어 영국인(약 38억 달러)과 멕시코인(약 23억 달러)이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1위부터 5위까지의 국가 모두 전년 보다 주택 구입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중국인은 가주, 캐나다인은 플로리다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플로리다 주로 전체 외국인 구입 중 약 20%가 플로리다 주에서 이뤄졌다. 플로리다 주의 경우 캐나다인에 의해 주택 구입이 가장 활발해 미국 주택 구입 캐나다인 중 약 42%가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주택을 장만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플로리다 주의 세금 규정이 덜 까다로운 점과 대도시 지역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으로 인해 캐나다인들이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에 이어 전국에서 외국인 주택 구입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주는 가주로 중국인 구입 비율이 전체 외국인 중 약 12%로 가장 높았다. 한편 미국 주택 구입 중국인 중 가주 구입 비율은 타 주에 비해 월등히 높아 중국인들의 ‘가주 사랑’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미국 주택 구입 중국인 중 약 34%가 가주 주택을 구입, 기타 중국인 주택 구입 주인 뉴저지 주(약 8%), 일리노이 주(약 5%), 매서추세츠 주(약 5%), 인디애나 주(약 5%) 등을 크게 앞질렀다. 이 밖에도 텍사스 주, 애리조나 주, 뉴저지 주 등도 외국인 주택 구입 주로 선호됐다.

▲ 내국인보다 조금 비싸게 구입

외국인들이 구입한 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28만 600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에서 거래된 전체 재판매 주택의 중간 가격인 약 25만 9,600달러보다 조금 높았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구입 주택 가격대가 소폭 높은 것은 선호하는 주택 구입 지역과 주택 형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구입자 중 약 46%는 주로 도심 외곽 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했고 약 76%는 단독 주택 또는 타운 하우스 형태의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구입자 중 구입 금액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한 비율은 약 41%로 전체 현금 구입 비율(약 21%)의 2배 가까이 됐다. 특히 비거주 외국인들의 현금 구입 비율이 높았는데 전체 비거주 외국인 중 약 63%가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한 반면 거주 외국인에 의한 현금 구입 비율은 약 25%로 낮았다. 국가별로는 캐나다인의 현금 구입 비율이 약 75%로 가장 높았고 인도인은 대부분 모기지 대출을 받아 주택을 장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인의 경우 현금 구입 비율과 모기지 대출을 통한 구입 비율이 비슷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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