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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후 눈병… 렌즈 끼고 노셨군요

2019-07-30 (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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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 끼면 각·결막 감염에 취약, 알레르기 예방도 물안경이 좋아
물놀이 후 눈 가렵거나 따갑다면 인공눈물 점안하고 안과 진료를

▶ 다회용 렌즈 수돗물 세척·보관땐 가시아메바 각결막염 걸릴 위험
치료 잘 안되고 시력손상 우려도

물놀이 후 눈병… 렌즈 끼고 노셨군요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는 이들이 많은 계절이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이는 물도 고온다습한 날씨로 각종 바이러스·세균이 활발하게 번식하는 시기인 만큼 눈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안경을 쓰는 사람도 물놀이를 할 때만큼은 콘택트렌즈를 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콘택트렌즈를 장시간 착용하고 물놀이를 하다 보면 각막이 산소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종이 생기거나 각막 상피층이 깨져 감염 위험이 커진다. 바이러스·세균이 렌즈와 각막에 달라붙으면 각막·결막염의 원인이 된다.

◇렌즈 관리용액·보관통 등 욕실에 보관 말아야=안과 전문의들은 물놀이를 할 때는 꼭 물안경을 착용할 것을 권한다. 수영장·워터파크는 물론 그리 깨끗하지 않은 계곡물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물안경은 여름철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행성 각결막염 같은 눈병, 실내 수영장의 독한 소독제로 인한 눈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평소 안경을 쓰다 물놀이하기가 불편해 콘택트렌즈를 끼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미생물이나 세균이 렌즈와 각막에 달라붙어 쉽게 세균에 감염될 수 있어서다. 렌즈를 끼지 않고 도수가 들어간 물안경을 착용한다면 더 바람직하다. 수영장이나 바닷물에 물안경을 적셔 쓰는 잘못된 습관은 버려야 한다.


물놀이 후 콘택트렌즈를 빼기 전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손에 남아 있는 세균이 눈으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짧은 시간이라도 꼈던 1회용 콘택트렌즈는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다회용 콘택트렌즈는 세척액으로 렌즈를 꼼꼼하게 닦아 렌즈에 붙은 세균을 제거한 뒤 살균 성분이 포함된 렌즈 세척액에 담가 보관한다. 렌즈 세척액을 미리 보관통에 담아 휴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눈 건강을 위해 삼가야 한다. 살균 성분이 있는 세척액일지라도 방치하면 살균 능력이 떨어지고 녹농균에 오염돼 시력저하·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휴대용 렌즈 세척액을 갖고 다니는 게 좋다. 렌즈 보관통은 매일 깨끗이 세척해 바짝 말린 후 사용한다. 렌즈 관리용액·보관통 등을 습도가 높아 세균 번식이 왕성한 욕실에 보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물놀이 후 눈이 가렵거나 따갑다면 비비지 말고 깨끗한 손으로 렌즈를 뺀 뒤 인공눈물을 점안하고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린다. 증상이 지속된다면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송상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평소 안경을 쓰는 사람이 수경을 끼지 않은 채 물놀이를 할 경우라면 콘택트렌즈보다 불편하겠지만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눈 비비거나 문지르는 행동 최대한 피해야=콘택트렌즈를 낀 채 깨끗하지 않은 곳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오염된 손으로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 렌즈 세척액을 챙기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수돗물에 세척·보관할 경우 ‘가시아메바 각결막염’에 걸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가시아메바는 주로 물·토양에 서식하는 기생충의 일종이다. 흔하지는 않지만 각막 등이 가시아메바에 감염되면 출혈·통증·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치료가 잘 안 돼 시력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장마철을 포함해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성 눈병도 조심해야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과 급성출혈성 결막염(아폴로눈병)이 대표적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아동·청소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눈병 환자와의 직접접촉은 물론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심한 이물감과 충혈·분비물·통증이 있고 눈부심, 귀 뒤쪽 림프절이 부어오를 수 있다. 오한이나 미열·근육통 등 감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상은 3~4주 정도 지속되며 염증이 각막으로 퍼지면 각막상피가 벗겨지면서 심한 통증으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환자의 반 정도가 일시적 시력감퇴를 호소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저하가 생길 수 있다. 발병 3주 정도까지 전염력이 있다. 땀을 손으로 닦는 행동, 수영장 등 신체 접촉이 많은 장소에서 수건·세면도구·개인용품 등을 통해 전염되므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특히 눈병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출혈성 결막염은 잠복기가 1~2일로 짧고 진행·감염속도가 빠르며 심한 결막출혈 증상을 동반한다. 이지혜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전문의는 “여름철에는 눈을 비비거나 문지르는 행동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철명 전문의는 “눈병에 걸렸다고 의심되거나 이미 눈병에 걸렸다면 눈을 만진 손으로는 주변의 물건을 만지지 말고 타인에게 옮기지 않도록 수건·비누 등을 따로 사용해야 한다”며 “눈병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물놀이 때 물안경을 끼며 콘택트렌즈 이용자는 평소보다 자주 렌즈를 세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수영장이나 워터파크는 수인성 세균을 막기 위해 대부분 많은 양의 염소를 사용하므로 아이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김민지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영장에 다녀온 후 발진이 돋았다면 물속의 염소 성분 때문”이라며 “수영 후 깨끗한 물로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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