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만원대 쁘띠 스카프·30만원대 키링… ‘입문 제품’쏟아내며 밀레니얼 세대 유혹, 저렴한 가격에 명품 감성 그대로 담아 인기
▶ 스포츠·스트릿 브랜드와 컬래버도 활발, 10분의 1 가격으로 유니크한 스타일 선사
구찌 리본 브로치
구찌 이어링
구찌 가든 에코백
나이키x사카이 컬래버 운동화
아시아인의 명품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에르메스 프랑스 매장은 중국, 한국, 일본인 등 아시아인들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현장에서 바로 입장할 수 없고 반드시 사전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도록 입장 제한을 걸어놨습니다. 심지어 에르메스 측이‘허락’하는 지정된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답니다.
건설, 외식, 금융 등 모든 업종이 최악의 경기 불황이라며 신음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돼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 중입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백화점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매장의 ‘한 곳’의 연 매출이 수 백억원(400억~600억원)으로 중소기업 연 매출 수준”이라며 “주말에 다른 매장은 텅텅 비었지만 샤넬 매장만 줄지어 서 있다”고 전하는군요. 명품의 두 자릿수 성장은 심지어 등골 브레이커로 떠오른 명품 스니커즈 구매 대열에 합류한 10대들까지 거든 것도 있지만 명품 브랜드들이 영리하게도 가격적으로 큰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엔트리(entry·명품 입문) 제품을 쏟아내며 진입 문턱을 낮춰 젊은 층 유입을 촉구하고 있는 영향도 큽니다. 헤어밴드, 미니 스카프, 링, 네크리스 등 액세서리를 비롯해 핸드폰 케이스, 젤리 슈즈, 여름샌들, 펜슬케이스, 향수 등 이번 달 고생한 나에게 이것 하나쯤 선물하고 명품족이 됐다는 기분을 낼 수 있는 것들을 내놓고 젊은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작은 주얼리 하나로 선호하는 브랜드 감성 극대화=똑똑한 남성들은 여친 선물을 할 때 명품 액세서리를 많이 한답니다. 기념일에 5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여친의 만족도를 상당히 끌어 올릴 수 있어서죠. 의류와 가방으로 화려한 수사를 펼치고 있는 구찌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액세서리를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30만원대 남녀 공용 실버 반지는 묵직한 느낌으로 아주 심플하지만 스타일리시해 보입니다. 블랙핑크 제니를 인간 구찌로 만들어준 구찌의 리본 브로치(52만원)는 그 하나로 셔츠나 블라우스, 재킷, 티셔츠 등에 다채롭게 활용 가능해 새로운 구찌녀로 등극시켜 줄 것 같습니다. 목걸이처럼 목을 둘러 싸 연출하는 구찌의 초커는 가격대는 다른 액세서리보다 높지만 초커 하나만 있다면 바로 패피 등극입니다.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어도 초커를 두르면 티셔츠가 원래 패션인가보다 생각할 정도로 사람이 시크해집니다. 무난한 옷일 수록 더 초커는 돋보이게 마련이며 미니 드레스에 초커로 화룡점정해준다면 파티에서 도발적인 포스를 뿜어낼 수 있습니다.
600만원부터 시작하는 샤넬 백 구입 대열에 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40만원 대 CC MINI 귀걸이 하나로 샤넬의 로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루이비통에서는 에르메스의 다양한 스카프 컬러를 연상시키는 스카프의 패브릭(fabric)을 꼬아 만든 팔찌를 35만원에 내놓았네요. 특히 루이비통은 골드 이외에 ‘브라스’ 소재로 만들어 루이비통의 다른 제품 보다 훨씬 저렴한 30만~50만원대의 액세서리군이 있는데요, 루이비통의 감성을 비교적 엔트리급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거죠.
여성의 로망인 쥬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제품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만 20만~30만원대 실버 제품이 있다는 사실은 기념일 선물을 고르는 남성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듯합니다. 22만 5,000원(실버 하트 팬던트 목걸이)부터 34만원(자물쇠와 열쇠 모양 실버 목걸이)이면 여친을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 감성 찍어낸 미니 스카프, 연출만 잘해도 스타일리시한 그녀=구찌부터 에르메스, 루이비통, 페라가모, 프라다, 펜디 등 웬만한 명품 브랜드에서는 이름은 각각 다르지만 미니 스카프가 구비돼 있습니다. 에르메스는 길고 가는 ‘트윌리’, 루이비통은 가는 끈이라는 의미의 ‘방도(Bandeau)’ 등으로 이름만 달리합니다. 샤넬 로고가 새겨진 샤넬의 실크 헤어밴드는 20만원대로 목에도 쁘띠 스카프처럼 착용할 수 있어서 인기랍니다.
명품 미니 스카프는 명품 특유의 로고와 이미지, 감성을 노출하면서도 가방 가격 대비 5~10%인 2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명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요가 높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명품 스카프 구매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전체 연령의 30% 이상 20대 여성 고객이었다고 하는군요.
미니 스카프는 활용도가 참 높습니다. 냉방이 심한 여름에도 실내에서 목을 감싸며 보온 효과를 줄 뿐 아니라 밋밋한 티셔츠나 중성적인 셔츠에 이것 하나로 감성이 달라 보이게 연출할 수 있죠. 목이 갑갑하다 느낄 땐 팔목에다 팔찌처럼 활용할 수 있고, 가방을 색다르게 연출하고 싶을 땐 손잡이에 돌돌 감아주기도 합니다. 검정 끈으로 질끈 묶은 머리에 스카프로 한번 더 묶어주면 순정만화 여주인공으로 변신도 가능합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가 스카프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로 만든 제품으로 파리 본점에서 파는 뚜르비옹을 초커(20만원대)처럼 쓰고 있다”며 “보통 팔찌로 많이 착용하는데 목에 살짝 둘러주면 고급 초커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길거리 브랜드 가격으로 명품 즐기는 팁=큰 돈 들이지 않고도 명품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제품을 통해 명품의 감성을 즐기거나 오히려 더 유니크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 뜬 사카이 브랜드의 재킷이 300만~400만원인 데 반해 나이키와 컬래버한 제품은 70만~80만원입니다. 나이키의 스포티함과 사카이의 유니크함을 함께 얻으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럭셔리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젊은 층이 열광하는 오프화이트도 반스, 나이키, 컨버스 등과 자주 컬래버를 하는데 나올 때 마다 완판행진입니다.
이아람 스타일리스트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컬래버 제품은 그 자체로 유니크하고 가격도 합리적이기 때문에 평소 제한된 광고 예산에서 출연자들을 스타일링할 때마다 컬래버 제품을 자주 활용한다”고 귀띔합니다. 그는 고가의 명품 핸드백 보다 오히려 가볍게 들기 좋고 젊고 캐주얼해 보이는 명품 에코백도 권합니다. 구찌 핸드백이 수 백 만원인데 비해 구찌 가든 에코백은 그 10분의 1 가격이지만 오히려 영(young)한 감성과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해 보이는 것이 긍정적인 이미지가 연출된다는 겁니다. 무겁고 진중한 클래식 명품백 보다 가벼운 소재의 에코백으로 트렌디하면서 지구를 사랑하는 패피로 거듭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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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