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시의 분망함 잠시 잊고… 물길따라 촉촉한 휴식

2019-07-05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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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Gabrielino National Recreation Trail

도시의 분망함 잠시 잊고… 물길따라 촉촉한 휴식

Arroyo Seco 물길의 한 자락.

도시의 분망함 잠시 잊고… 물길따라 촉촉한 휴식

Gabrielino Trail의 서쪽 시종점인 Windsor Ave.


도시의 분망함 잠시 잊고… 물길따라 촉촉한 휴식

West Fork의 물 흐름을 건너는 모습.


우리 LA 인근에는 실로 수많은 고산들이 있고 그에 따른 숱한 등산로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하루에는 산행을 끝낼 수 없는 긴 루트들도 있다. 예컨대 Santa Monica 산맥을 그 중심 Ridge를 따라 동서로 종주하는 Backbone Trail(BBT; 68마일), San Gabriel 산맥의 Silver Moccasin Trail(SMT; 53마일), 또 역시 San Gabriel 산맥의 일부를 말발굽 모양으로 도는 Gabrielino Trail(28.5마일)들이다.

Santa Monica 산맥의 BBT는, 동쪽으로는 Pacific Palisades의 Will Rogers State Historic Park에서 서쪽의 Point Mugu State Park에 걸쳐 있는데, 2016년에 공식적인 Open Ceremony가 있었던 등산길이다. 이 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Sandstone Peak(3111’)으로 비교적 낮은 산줄기를 따라가며 드문 드문 태평양의 푸른 물도 굽어볼 수 있는, 그야말로 그림같은 코스이다.

San Gabriel 산맥의 SMT는, 동쪽으로는 Wrightwood 지역의 Vincent Gap에서 서쪽으로는 Pasadena 북쪽의 Chantry Flats에 걸쳐 있다. 이 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Mt. Baden Powell(9399’)이며, 상당한 구간이 고산지역에 걸쳐있어, 울창한 송림지대를 많이 지나는 아름다운 길이다. Boy Scouts에서 1942년에 설정하여 그 단원들의 수련루트로 삼고 있는데, 이 지역 토착 원주민이었던 Tongva인들이 사냥을 다니던 루트들이 기초가 되었기에, 그들 토착민들의 신발인 ‘Moccasin’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Gabrielino Trail은, Arcadia의 북쪽이며 Wilson Mountain 남동쪽 기슭인 Chantry Flats에서 시작하여, Wilson Mountain 북동쪽의 Red Box를 경유, Pasadena에 위치한 JPL인근이면서 Altadena시의 Windsor Ave와 Ventura St이 만나는 곳까지의 루트를 일컫는다. 두드러진 특징을 말한다면, 동쪽에서는 San Gabriel River의 지류인 ‘West Fork’을 따르고, 서쪽에서는 Los Angeles River의 지류인 ‘Arroyo Seco’를 따르는 물길 루트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구간에서 물 흐름을 따라 길이 이어지므로, 촉촉하고 청량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Gabrielino’란 이 지역의 토착민이었던 Tongva인들을, 스페인이 세운 선교본부(Mission)인 ‘San Gabriel Arcangel’의 영향권 안에 있는 부족이라는 의미에서, 그들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지칭한 이름으로 안다.

오늘은 이 Gabrielino Trail을 찾아 간다. “도시에 살고있는 당신이, 잠시나마 분망한 생활의 속박을 벗어나, 한적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로 들어가 험준하고 거친 그 아름다움을 즐기면서 모험을 통한 해방감을 십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이 등산로를 통합 개설하였다.” 1970년에 산림청에서 이 길의 개설을 공식발표하면서 밝힌 취지이다. 당연히 많은 시민들이 아끼고 즐기는 등산로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2009년의 기록적인 대형산불인 ‘Station Fire’로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안전을 위하여 일부구간이 폐쇄된다. 그후, 민과 관의 협력으로 개보수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어, 마침내 지난 2018년 8월 27일에 다시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여기서는 보통 장거리를 잘 걸을 수 있는 등산인들이 단 1회에 산행을 마치는 방식을 제시한다. 제가 지난 6월9일에 모두 7명이 팀이 되어 Chantry Flats에서 JPL까지 이렇게 전 구간의 산행을 실제로 해 보았는데, 대단히 간편하였기에,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안내키로 한다. Garmin GPS로 측정한 전 구간의 거리는 31.1마일이서 공식기록인 28.5마일과는 달랐다. 정규 Gabrielino Trail 구간에 포함시키지 않은 듯한 Valley Forge Trail Camp도 들렸기에 차이가 더 커진게 아닌가 싶은데, 이 글에서는 제 측정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한다.

총 13시간 43분이 걸렸고, 5730’ Gain이었다. 한국의 지리산을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주파하는 ‘화대종주’의 거리가 약 29마일이니까, 지리산을 당일로 종주하는 산행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재미있겠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우선 Freeway 110 North를 타고 북상하다가 Freeway 5 North로, 또 Freeway 2 North로 올라간다. 다시 Freeway 134 East로 가다가 마지막으로 Freeway 210 West로 갈아탄다. 약 1.8마일을 가면 Arroyo Blvd/Windsor Ave로 나가는 출구(Exit 22B)가 나온다. 나가서 우회전하여 0.8마일을 북상하면 왼쪽에 공용 무료주차장(Windsor Ave Bike Trailhead Parking)이 있다. 이 곳에 주차한다. 이 주차장 끝에서 북쪽으로 약 50m거리에 Gabrielino Trailhead가 있는데, 오늘 산행의 서쪽 종점이 된다. 한인타운에서 약 18.5마일이고, 승용차로 40분 내외가 걸린다.

여기에 주차를 해놓고, 택시를 불러 산행을 시작할 Chantry Flats로 이동한다. 우리의 경우 Uber와 Lift의 택시를 이용하였는데, 대당 $28이 나왔다. 일행이 분담하면 그리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등산 전이나 등산 후에 따로 번거롭게 셔틀을 할 필요가 없어 대단히 유익하다.


등산코스

Chantry Flats Parking의 입구(2211’)에 Gabrielino National Recreation Trailhead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이 앞을 지나는 포장도로(2N40)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내리막으로 시작되어 크게 굽고 또 펴지면서 이어지나, 크게는 북쪽 방향으로 뻗어간다. 길 오른쪽으로 Santa Anita Wash의 청량한 물 흐름과 침식방지용 둑이 눈에 들어올 때 쯤에는 길이 비포장으로 바뀌고, 곧이어 왼쪽으로 Winter Creek Trail이 갈려 나간다. 우리는 직진이다.

짙고 넓게 그늘을 드리우는 Oak Tree들이 멋지고도 시원하다. 가끔 물 흐름 주변에 남아있는 Cabin들을 지난다. 이런 Cabin들이 아직 남아 있기에 Chantry Flats쪽에 Adams Pack Station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Gabrielino Trail이 Upper 와 Lower로 잠시 갈라짐을 알리는 이정판이 있다(1.75마일). 대략 1마일을 더 나아가면 다시 통합되어지므로 어느 쪽이라도 무방하나, 물 흐름 가까이로 이어지는 Lower Gabrielino Trail을 따라가기로 하자.

이 지점을 지나 약5~6분을 가면, 등산로 오른쪽 아래 나무들 사이 사이로 Sturtevant Falls의 힘찬 물줄기를 보게 된다. 폭포의 낙수성이 상쾌하다. 등산로는 잠시 이 폭포의 상류를 거슬러 이어지는데, 개울물이 작지만 몇 개의 담소를 이루며 빠르게 흘러내리는 모습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빠른 물 흐름이 부딪치고 부서지는 양안의 바위벽들이 제법 변화무쌍 험준하여,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그 상류인 상팔담의 모습이 떠 오른다.

흐르는 물길도, 우거진 수목들도, 다 아름답기만 하다. Picnic Table과 작은 건물이 있는 곳에 이른다. Spruce Grove Campground(4.0마일; 2860’)이다. 쉬어가기에 좋다. 이정판이 있어 다음 목표지인 Newcomb Pass까지 2.25마일임을 알려준다.

이제부터는 물 흐르는 계곡의 낮은 지대를 벗어나 북동쪽으로 길의 방향이 바뀌면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Santa Anita Canyon과 Monrovia Peak 줄기의 일부가 눈에 든다. 길섶에 실로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다. Canterbury Bells, Monkey Flower, Indian Pink, Phacelia, Golden Yarrow, California Everlasting, Dudleya, Farewell-to-Springs, Prickly Phlox 등 뭇 꽃들이 벌이는 오색경염에 정신을 팔다보면 금새Newcomb Pass(6.15마일; 4115’)에 도달한다. 왼쪽으로 Mt. Wilson에 이르는 Rim Trail이 나있다. 그러나 우리는 직진하여 고개를 내려간다. 5분쯤 뒤에 ‘Gabrielino National Recreation Trail(11w14)’이라 쓰인 안내판이 있는 Truck Trail 도로를 교차한다. 계속 직진이다.

가파른 내리막이나, 울창한 숲을 지나는 쾌적한 길이다. Devore Trail Camp(7.7마일; 2820’)에 이른다. Picnic Table과 Fire Ring이 있는 아늑한 곳으로, West Fork의 물길을 끼고 있다.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의 경지라고 할까. 다시 또 비교적 완만한 길을, 여러번 개울을 건너며 가다보면 이제 West Fork Trail Camp(8.9마일; 3015’)에 다다른다. Chantry Flats에서 여기까지가 Silver Moccasin Trail과 Gabrielino Trail이 중복되어 온 구간인데, 비로소 예서 SMT가 오른쪽으로 떨어져 나간다.

다시 Valley Forge Trail Camp(12.7마일; 3840’)를 지나고, 마침내 Red Box(15.6마일; 4543’)에 올라 선다. Gabrielino Trail의 딱 중간지점이며, 이 코스중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Red Box의 서쪽에 있는 작은 건물은 ‘Haramokngna 토착민 문화센터’로, 주말에 오후 2시까지는 시원한 음료와 스넥을 살 수 있고, 이 건물 앞에는 상수도도 있어 언제라도 필요한 식수를 받을 수 있다.

이 건물 서북쪽 끝에서 등산로가 이어진다. 여태까지가 San Gabriel River의 지류인 West Fork의 흐름을 따라서 이어진 길이었다면, 이제는 Los Angeles River의 지류인 Arroyo Seco의 흐름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산행의 종점까지 내리막이 지속된다.

Switzer Picnic Area(20.0마일; 3300’)에 이어 Switzer Trail Camp(21.4마일; 2910’)에 이르러 Arroyo Seco 개울을 건너면, 산세가 다소 험악한 지형이 나온다. Bear Canyon Junction(21.7마일; 3010’)에서 오른쪽 길로 나아간다. 여기서 부터 4마일 내외가 2009년의 산불로 폐쇄되었다가 2018년 8월에야 비로소 개통되어진 구간일 것이다. 전망이 대단하나, 등산로의 바로 왼쪽이 낙차가 큰, 깊은 계곡이라 실족치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동안은 가파른 내리막이 지속된다. ‘Ken Burton Trail’ 표지판이 있는 곳(25.6마일; 1763’)에서 길이 갈라지는데, 맞는 길은 오른쪽이다. Brown Dam을 지나면 곧 ‘Paul Little Picnic Area’ 표지물(28.1마일; 1640’)이 나온다. 역시 여러번 개울물을 건너다 보면 ‘Nino Picnic Area’(28.1마일; 1470’)를 지나고, 3거리(28.6마일; 1397’)에 이른다. 직진이다. 오른쪽으로 JPL의 대규모 건물군이 나오고, Gabrielino Trailhead(31.1마일; 1100’)에 드디어 도달한다. 아침에 세워둔 우리의 차가 바로 코 앞에 있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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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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