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입에 수포 생기는 전염병, 무더운 여름에 의심환자 급증
▶ 7~10일 지나면 자연 회복되지만, 무균성 뇌수막염·뇌염 위험도
백신·치료제 없어 예방이 중요, 물 끓여 마시기 등 위생 철저히
수족구병이 급증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므로 예방을 위해 평소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무더위 탓에 여름 유행병의 대명사인 수족구병이 최근 급증하면서 어린 자녀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수족구병은 주로 6~8월에 영·유아에게 많이 발생한다. 발열과 입안의 물집, 궤양, 손·발의 수포성 발진 등이 주증상이다.
지난달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외래환자 1,000명당 수족구병 의심환자 수는 5월 중순까지 10명 미만이었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증가해 24주(6월 9∼15일) 2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수족구병 의심환자가 정점을 찍은 29주의 31.8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의심환자 증가 추이를 보면 19주(5월 5∼11일) 6명, 20주(5월 12∼18일) 8.9명 등으로 늘었다. 21주(5월 19∼25일)에는 14.4명으로 10명을 넘어섰고 22주(5월 26∼6월 1일) 16.4명, 23주(6월 2∼8일) 21.3명, 24주 29명으로 한 달 새 3배가량 증가했다.
임정혁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그 위험성과 전염성이 매우 강력하지만 7~10일 지나면 대부분 자연히 회복된다”면서도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 신경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두통과 구토가 동반되거나 3일 이상 열이 지속되거나, 심하게 보채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생후 6개월에서 6세까지 영유아가 주로 걸려 수족구병은 콕사키 바이러스와 엔테로 바이러스 등 70여가지의 장(腸) 내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병이다. 손·발·입 등에 주요 증상인 수포(水疱)가 생긴다고 해서 수족구병으로 명명됐다. 보통 3~5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손바닥, 손가락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 입안에 쌀이나 팥알 크기 정도의 수포가 생긴다. 가렵거나 아프지 않기도 한다. 감염된 사람의 침, 가래, 코 같은 호흡기 분비물과 대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생후 6개월에서 6세까지의 영유아가 주로 걸린다. 성인도 걸리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모를 뿐이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는 “성인 감염자는 수족구병을 잘 인지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영·유아에게 감염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했다.
수족구병이라고 해서 증상이 손·발·입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손·발·입에 증상이 나타났다가 엉덩이·팔뚝·등과 같은 몸의 다른 부위에 수포가 퍼지기도 한다. 발열, 설사,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임정혁 교수는 “보호자들이 수족구병은 손과 발, 입에만 나타난다고 여겨 다른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면 다른 감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진료하다 보면 손·발·입 외에도 전신에 퍼지거나, 엉덩이·팔뚝·등과 같은 전혀 다른 부위에만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한승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으로 1주일 넘게 발열, 두통 등이 계속 생기고 목의 강직현상까지 나타난다면 무균성 뇌수막염이나 뇌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무균성 뇌수막염이 생기면 뇌압이 올라가 뇌부종이 오거나 심한 고열로 경련까지 나타날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수족구병에 걸리면 입안의 수포와 궤양 때문에 잘 먹지 못해 축 늘어지고 탈수증상이 잘 생기므로 충분한 수분과 영양 공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 보리차 등을 조금씩 자주 먹이고, 고형식보다 유동식이 좋다. 음식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지 않도록 해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설사를 하지 않으면 아이스크림 같은 시원한 음식이라도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방백신 없어 손 씻기 등 위생 철저히수족구병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장바이러스의 종류가 70가지가 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출 후 소금물 양치 및 손 씻기, 물 끓여 마시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및 학교생활을 하는 10세 미만 어린이에게 많이 발병하고 전염성이 강하므로 보육시설과 학교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기도 한다.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수족구병이 발생하면 되도록 집에서 쉬도록 하고 자녀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주변 환경을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
또, 기침할 때는 옷소매 위쪽이나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는 기침 예절을 지키고, 환자의 배설물이 묻은 옷 등은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정혁 교수는 “수족구병는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며 “아이가 스스로 청결을 챙기기 어려우므로 부모가 손 씻기, 양치 등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