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셀러에게서 집을 ‘AS-IS’로 팔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20년 넘게 살아온 집인데 그동안 제대로 관리해오며 살아오지 못해서 막상 집을 팔려고 하니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을 수리해 주지 않는 조건으로 팔고 싶다는 뜻이다. 주위에서 까다로운 바이어를 만나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해보는 주택 매매이다 보니 이 셀러는 무엇부터 알아보고 결정해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은데다 주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어 왔다. 시작도 해보기 전에 힘들다고 셀러는 말했다.

그래서 필자에게 AS-IS로 팔게 해달라며 신신 당부를 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내용을 이해하면 걱정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문제가 없는 집은 단 한 채도 없다. 새 집이거나 헌 집이거나 깨끗해 보이거나 그렇지 않아 보이거나 대부분의 건축물이나 주택에는 문제점들이 있기 마련이다. . 단지 주거환경으로 부적절할 만큼 위험한 상황인지, 아니면 수리해야 할 상황인지 등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 모든 주택은 세월이 지나면 낡아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어진 주택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안전에 관한 건축 규정도 해마다 업데이트되기 마련이다.

일단 캘리포니아 부동산 협회에서 제공하는 표준 매매 계약서에는 모든 주택 매매는 AS-IS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부동산 거래는 기본적으로 매수인과 매입인이 매매가와 기타 조건 등에서 합의한 시점의 부동산의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면 집을 짓는 전문 건축인도 전문 조사인도 아닌 매입자, 즉 바이어는 본인이 살아보지도 않았고 건축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이 어마무시한 가격의 주택을 어떻게 사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바이어 측에서는 집의 상태에 대하여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쌍방 합의 후 보통 17일이며 이 기간 안에 지붕, 상하수도 시설, 전기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해 점검하게 한다.

이후 바이어는 셀러에게 수리를 요청한다. 아니면 주택 가격을 낮춰 싸게 사는 대신 주택 수리를 하지 않고 AS-IS로 매입하는 제안을 한다. AS-IS조건인 경우 셀러는 이 때 주택 수리를 해 주지 않는다. 중간쯤에서 서로 합의를 볼 수도 있다. 처음의 가격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흥정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AS-IS 로 판다, 팔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바이어를 사전에 쫓아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매물에 무슨 큰 하자나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시세보다 유별나게 싼 매물의 경우 무조건 산다며 AS-IS를 바이어 측에서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셀러 측에서 집을 조사하는 기간을 제공한다. 단지 17일이 아닌 5~7일 안에 집 조사를 끝내라는 식이다.

바이어 측에서 읍소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간을 주는 이유는 주택을 조사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클레임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즉 집의 하자를 알지 못한 채 매입했다며 받은 손실을 나중에 셀러에게 전가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없애려는 목적에서다.

AS-IS가 반드시 셀러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AS-IS를 매매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과 관계없이 먼저 AS-IS의 취지와 뜻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현명하고 순조로운 주택 매매가 가능하다.

문의 (818)317-8525

<써니 김 SK부동산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