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국의 아이들 (Children of Paradise·1945), 한 여인 둘러싼 네 남자의 사랑

2019-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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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증·욕망 섞인 흑백 서사극 “20세기 최고 프랑스영화”뽑혀

▶ ★★★★★ (5개 만점)

천국의 아이들 (Children of Paradise·1945), 한 여인 둘러싼 네 남자의 사랑

무언극 배우 밥티스트(왼쪽)는 가랑스를 사랑하나 가랑스는 남자 품을 떠돌아 다닌다.

프랑스의 명장 마르셀 카르네가 감독하고 자크 프레베르가 각본을 쓴 기념비적 작품으로 프랑스 영화인들과 비평가들에 의해 20세기 최고의 프랑스영화로 선택됐다. 나치의 프랑스 점령 하에 만들어진 190분짜리 흑백 대하 서사 로맨틱 드라마로 연극과 그것에 관계된 사람들과 사랑에 관한 얘기다.

많은 명배우들이 나와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극 중 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환상적으로 아름답고 배우들의 모습과 연기 그리고 성격 묘사가 뛰어난 명화다. 극 중 인물들은 19세기 초의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했지만 내용은 허구다.

제1부 ‘범죄의 거리’(The Boulevard of Crime)와 제2부 ‘백의의 남자’(The Man in White)로 구성됐으며 커튼이 오르면서 시작되고 커튼이 내려지면서 끝난다. 신비하고 사로잡는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화류계 여인 가랑스(알레티)를 둘러싼 각기 다른 직업과 성격의 네 남자의 사랑과 함께 무언극과 연극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시하며 그것들을 고찰하고 있다.


고고한 우아함을 지닌 가랑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무언극을 하는 백의의 피에로로 민감한 몽상가인 밥티스트(장-루이 바로)와 야심 찬 셰익스피어극 배우 프레데릭(피에르 브라쇠르) 그리고 허무주의자로 지적이며 잔인한 지하세계 인물 라스네르(마르셀 에랑) 및 위선적인 귀족 에두아르(루이 살루).

이 네 명의 남자와 가랑스를 둘러싸고 애증과 음모와 욕망이 얼키설키 엮어지는데 작품의 중심이 되는 못 이룰 사랑의 두 주인공은 밥티스트와 가랑스. 밥티스는 가랑스를 간절히 사모하나 가랑스는 잡힐듯하면서도 항상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래서 밥티스는 자기를 사랑하는 나탈리(마리아 카자레스)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나 가랑스를 잊지 못한다. 한편 가랑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밥티스트다.

마침내 두 사람은 달빛이 내려쬐는 밤 서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정염을 불사르나 이튿날 가랑스는 다시 밥티스트를 떠난다. 수천 명의 군중들이 가면을 쓰고 광란하는 카니발 사이로 마차를 타고 떠나가는 가랑스를 뒤쫓아 가며 밥티스트가 가랑스의 이름을 외친다. 황홀무아 지경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운에 잠기게 되는 작품이다.

13일(오후 7시30분) Aero극장(1328 Montana Ave. Santa Mo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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