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은 ‘명상의 달’…세계인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종교를 떠나 현대인의 정신건강 지킴이로 명상이 각광 받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세계 명상의 날 행사 참가자들이 단체로 명상을 하고 있다. [AP]
구글·애플 등 대기업 명상수련법 도입후 매출증가 효과
우울증·편두통·불면 등은 물론 고혈압 치료에도 활용
가부좌 자세뿐만 아니라 걷거나 뛰면서 하는 명상도 유행
동양권에 뿌리를 둔 종교인 불교의 수행법에서 시작된 명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종교를 떠나 정신건강 지킴이와 치유의 방편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매년 5월을 명상의 달로 정하고 특히 5월21일이면 오히려 서양국가에서 ‘세계 명상의 날’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릴 정도다. 미국에서도 매년 5월31일을 ‘전국 명상의 날’로 지내고 있다. 갈수록 새롭고 다양한 명상법도 소개되고 있고 명상을 즐기는 세계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최신 트렌드를 짚어본다.
■유명인도 푹 빠져들었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명상으로 새롭게 변화된 삶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아내와 주 2~3회씩 매 10분간 명상을 한다는 빌 게이츠는 머릿속의 생각에 집중하면서도 생각에서 거리를 두고 물러나 편안함을 얻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는 것.
최근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영국의 해리 왕손도 미국 출신의 메건 마클과 결혼하면서 명상 수련에 빠져들었다. 마클 왕자비가 결혼 전부터 매일 명상을 하던 터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최근 불교 승려를 만난 자리에서 명상 수련 중임을 직접 고백하며 대화를 나눈 것이 화제가 됐다.
한국에서도 메이저리거 출신 박찬호가 명상 지도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실내 장식의 새로운 개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긴장을 낮춰주고 편히 쉴 수 있는 명상 분위기의 디자인이 관심을 얻으면서 한 검색 사이트에서는 관련 단어 검색이 최근 1년 사이 248%나 늘기도 했다.
■대기업도 명상의 세계로 속속
미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들도 직원들에게 명상 수련 프로그램을 소개해 능률을 높이고 있다.
구글을 비롯해 애플, 제너럴 밀스, 골드만 삭스 등이 대표적이다. 의료보험 회사인 애트나도 명상법 도입 후 직원 일인당 월 3,000달러 이상 매출 증가에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명상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쏟아지고 있고 그중 가장 규모가 큰 헤드 스페이스는 8개 항공사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00여개의 명상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는 등 상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명상 관련 산업은 2017년 한해 미국에서만 12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을 정도다.
■왜 명상인가?
부처는 고통에서 자유를 얻는 중요한 도구가 바로 명상이라고 했다. 불교 명상 수련의 두 가지 핵심은 집중과 통찰이다. 서양문화에서는 이를 정신건강과 접목시켜 치유와 내면의 돌봄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심리학자와 뇌신경학자부터 의학자와 생리학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명상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긴장을 완화시키며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력을 높이는 등 명상의 긍정적인 효과도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에서는 370개 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돕는 명상 수련 호흡법으로 감정 조절력과 균형감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2021년까지 시범 운영해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힌두교에서 불교로 전파된 명상의 기술이 서양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확산됐지만 당시에는 각성 효과를 앞세운 초월 명상법이 더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소위 ‘마음 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 대세다. 이는 주관적인 개입 없이 현재의 순간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주의를 기울일 때 더욱 뚜렷한 자각을 할 수 있다는 원리로 불교 수행 전통에서 기원한 심리학적 구성 개념이다. 우울증, 편두통, 불면, 불안은 물론 고혈압 치료에 명상이 활용되기도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매일 잠깐씩 몰입하는 명상이 괴로운 감정에 휩싸인 뇌를 행복한 뇌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명상은 어떻게 하나?
미국 곳곳에도 명상 수련센터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집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능하면 명상 장소를 지정해두고 초보자는 5분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 나가길 권한다. 보통은 가부좌를 하고 방석에 앉지만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두 발을 바닥에 대고 앉아도 무방하다. 대신 등을 등받이에 대지 않고 앉는 것이 포인트다.
손바닥은 아래로 향하게 두 손을 허벅지에 올리고 몸을 곧고 편안하게 편 후 시선은 6피트 정도 앞쪽을 내려다보면 된다. 처음에는 들이마시는 호흡에 집중하고 점차 익숙해지면 내쉬는 호흡까지 들숨날숨 모두 하나하나 집중해 천천히 호흡하면서 된다.
흔히 명상을 앉아서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처도 앉던지 서든지 걷든지 눕던지 상관 말고 일상의 모든 순간을 언제나 명상의 자세로 임할 것을 강조했다. 때문에 최근에는 걷거나 뛰면서 하는 명상도 유행이다.
걷는 명상은 20~30피트 거리로 양쪽에 두 지점을 정해두고 혼자서 조용히 천천히 걷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어딘가를 가야 한다는 목표를 내려놓고 걷는 데에만 집중하고 처음 3분의1은 느리게, 두 번째는 좀 더 느리게, 마지막에는 최대한 느리게 걸으면서 호흡하면 된다.
최근 미주를 방문해 한국 불교의 간화선 수행에 토대를 두고 초기 불교를 응용한 명상법을 전수한 각산 스님은 “스스로를 믿고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탐착을 멀리 객관화시키는 명상 수행을 통해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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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