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다이어트식품 가르시니아, 미국서 과잉 홍보로 집단소송
▶ 글루코사민, 관절에 효과 없고 오메가3, 수술 환자는 피해야
물로 받은 건강기능식품을 몸에 좋다고 무턱대고 먹다간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노니
마리골드꽃
“종편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중에 인접한 홈쇼핑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면 마침 그 식품을 팔 때가 있다. 시청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며 구매해 왔다. 알고 보니 그것이 ‘종편-홈쇼핑 연계방송’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식품 판매업체 등이 종편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협찬해 방송이 되도록 하고, 그 시간대에 홈쇼핑 방송을 잡는 방식이라고 한다. 사실상 광고 방송인 셈이다.”(하재근 문화평론가)
종편-홈쇼핑 연계방송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우리 국민의 42.9%가 1년에 2주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먹을 정도다(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하지만 제대로 건강기능식품을 가려 먹지 않다간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신동해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 같은 인공 화합물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오래 먹으면 간과 콩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누가 선물로 줘서, 혹은 몸에 좋다는 얘기만 듣고 무조건 먹다간 건강을 해친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건강기능식품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HCA)’이다. 미국 TV 건강프로그램 ‘닥터 오즈쇼’ 진행자 메멧 오즈 미국 컬럼비아대 외과 교수가 인도 남서부 자생 열대식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혁신적으로 지방을 빼는 성분”으로 치켜세운 뒤 ‘살 빼는 약’으로 유명해졌다.
HCA는 1960년대 실험실과 동물실험으로 식욕 억제 효과가 밝혀졌지만 인체 연구가 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됐다. 이후 HCA가 살 빼는 데 효과 없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미국의학협회지 1998년)가 잇따랐다. 2009년에는 HCA로 인해 심각한 간 손상(혈중 간 효소 변화, 간 이식, 사망)이 보고돼 미 식품의약국(FDA)은 부작용 주의를 권고했다. 오즈 교수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과잉 홍보’를 인정했고, 집단소송을 당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HCA 기능성 인정 수위를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에서 ‘줄 수 있음’으로 낮췄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이 찾는 건강기능식품이 ‘글루코사민’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효과 없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4편의 글루코사민 논문을 분석해 효과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발표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중성지방 수치 개선에는 효과 있지만 혈전을 녹여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므로 뇌졸중이나 수술 환자는 출혈 부작용 때문에 삼가야 한다.
‘폴리코사놀’은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올린다. 하지만 혈액 응고를 늦춰 수술하거나 지혈에 문제 있는 사람이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전문의에게 약 처방을 받는 게 우선”이라며 “무작정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건강기능식품은 아니지만 최근 ‘쇳가루 파동’으로 문제된 ‘노니’에는 혈관 내 염증을 막는 파이토케미컬 성분이 많다. 열매와 뿌리에 함유된 강력한 항산화 물질 담나칸탈은 암세포 생성과 증식을 억제한다. 하지만 노니는 칼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약이나 칼륨 보존성 이뇨제를 먹는 사람은 고칼륨혈증에 주의해야 한다.
눈 건강에 좋다고 루테인을 많이 찾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 황반 건강에 좋다는 루테인 성분이 많이 든 마리골드꽃 추출물을 ‘노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에서 ‘줄 수 있다’로 기능성 인정수위를 낮췄다. 마리골드꽃은 국화과 한해살이풀로 카렌듈라, 금잔화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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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