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무리한 운동은 심장에 독, 목표 심박수 지키세요

2019-05-14 (화) 임웅재 기자
크게 작게

▶ 심장관리 어떻게, 선수처럼 격한 운동했다간 흉통·부정맥 유발

▶ 심장질환 있다면 1시간 이상 걷는 것도 위험, 맥박수+20~30박 등 ‘한계선’ 도달 전 휴식을

무리한 운동은 심장에 독, 목표 심박수 지키세요
무리한 운동은 심장에 독, 목표 심박수 지키세요

일반인의 심장은 1분에 70~80번 뛴다. 반면 장기간 운동으로 단련된 스포츠 선수들의 심장은 일반인에 비해 심장에서 혈액을 펌프질하는 좌심실 용적이 크고 덜 뛴다. 특히 좌심실이 우심실에 비해 크고 근육도 두껍다. 이 때문에 한 번의 심박동을 통해서도 산소를 머금은 많은 혈액을 온몸에 공급할 수 있어 심박동이 느리고 과격한 운동을 해도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거의 없다. 이런 유형의 심장을 ‘스포츠 심장’이라고 하는데 1분에 40~50회 안팎 뛴다.

마라톤 황영조·이봉주 선수는 전성기에 분당 심장박동수가 38회로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축구의 박지성 선수는 40회,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는 60회 정도다.

스포츠 심장은 이처럼 심장박동수가 적고 최대 박동수에서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빠르다. 일반인은 평균 3분이 걸리지만 정상 회복까지 2분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스포츠 심장은 심장근육에 혈액·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동맥)도 잘 발달돼 있어 과격한 운동을 한 후에도 바로 산소·영양을 충분히 공급받는다. 반면 일반인들은 혈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심장 박동이 훨씬 빨라지면서 심박출량을 늘린다. 호흡곤란·흉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반인에서 심장이 커지는 심비대증이 나타나면 좋은 징후가 아니다. 최철웅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일반인들의 심비대증은 고혈압이 오래 됐거나 유전적으로 비후성 심근증을 가진 상태에서 과도한 운동을 하면 호흡곤란·흉통을 동반한 심근경색, 협심증이나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는 건 건강에 독이 된다. 일주일에 운동으로 2,000㎉를 소모하면 사망률이 25~30% 감소하지만, 4,000㎉ 이상 소모하면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 교수는 “일반 성인이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운동선수의 신체 능력과 심폐 기능을 따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므로 과한 운동 욕심은 금물”이라며 “본인 상태에 맞는 적정량의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30분 정도의 걷기, 달리기, 자전거 등을 일주일에 3번 정도 하면 심장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져 영하가 되면 심장은 무리할 수밖에 없다. 몸과 혈관이 체온 유지를 위해 움츠러든 상태여서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펌프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부전·부정맥 등의 질환이 있으면 자칫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평소에도 심폐능력 등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한다. 심장질환자라면 테니스·등산·사이클 등 운동시간이 긴 운동은 1~2주에 1회 정도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하고 규칙적인 운동은 실내에서 하는 것이 안전하다. 심혈관질환 등으로 심장이 안 좋은 환자가 사이클·테니스·등산 등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심폐기능이 오히려 떨어진다.

강석민 세브란스병원 심부전센터장은 “심혈관질환자들은 심장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심폐기능을 평가받고 맞춤형 운동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허리·골반이 비뚤어져 있으면 이를 교정한 뒤 운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집 주변이나 피트니스센터 등에서 운동할 경우에는 맥박수를 잴 수 있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자들이 등산·걷기 등 운동을 연속해서 1시간 이상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보다 운동 강도에 따라 달라지는 심박동수, 즉 맥박수다. 분당 맥박수가 ‘안전 한계선(목표 심박수)’에 도달하기 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5분 이상 앉아서 쉬면 심장이 안정 상태가 된다.

개흉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편안한 상태에서의 분당 맥박수에 20~30박을 더한 수치가 안전 한계선이다. 빠르게 걸을 때 맥박수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류호열 세브란스병원 물리치료사는 “테니스 단식 게임은 등산 이상의 운동 강도이므로 피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는데도 무리하게 테니스를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남성 환자도 있다”며 “무리한 운동, 특히 여러 명이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로 장거리 라이딩을 할 경우 심폐력이 떨어지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 휴식을 취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 기능이 안 좋은 환자라면 상체를 수그리고 자전거를 타거나 팔을 위아래로 크게 흔들며 파워워킹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공기저항을 덜 받으려고 상체를 수그리면 복압이 올라가 심장이 펌프질을 할 때 주변의 저항과 심장의 부담,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구나무서기, 윗몸 일으키기는 더욱 그렇다. 이런 자세는 심장에 큰 부담을 준다. 러닝머신 위에서도 손잡이를 잡고 걷는 것이 심장에 부담이 덜 간다. 바닥을 평평하게 하고 파워워킹을 하거나 뛰는 것보다 경사도를 높이고 걷는 게 심장의 펌핑능력 회복에 효과적이다.

<임웅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