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류현진 제구력, ‘입신 경지’ 올랐다

2019-05-09 (목) 12:00:00 김동우 기자
크게 작게

▶ 삼진/볼넷 22.50로 ML 1위…2위에 2배이상 압도적 선두

▶ 6년 만의 두 번째 완봉승, 다저스 투수론 3년 만에 처음

류현진 제구력, ‘입신 경지’ 올랐다

류현진이 환상적인 무사사구 93개 투구 완봉승을 따낸 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

류현진(LA 다저스)의 제구력이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

7일 LA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9이닝을 완투하며 산발 4안타 무사사구 역투로 9-0 완봉승(셧아웃)을 거뒀다. 시즌 4승(1패)을 자신의 빅리그 통산 2번째 완봉승으로 장식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2.55에서 2.03까지 끌어내려 1점대 평균자책점을 눈앞에 뒀다.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둔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이던 지난 2013년 5월28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다저스 선발투수로는 지난 2016년 5월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단 5번째 완봉승이었다. 이날 밤 류현진에 이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오른손투수 마이크 파이어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300번째 노히터로 시즌 6번째 완봉승을 기록, 올해 셧아웃 기록은 6개로 늘었다.


이만큼 현대야구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 기록인 완봉승만큼 눈길을 끈 것은 류현진의 신기에 가까운 제구력이다. 이날 류현진은 단 93개의 투구수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이날까지 7경기에서 44⅓이닝을 던지며 볼넷을 단 2개만 내주고 삼진을 45개 잡아낸 류현진은 삼진 대 볼넷(SO/BB) 비율이 무려 22.50에 달한다.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인 맥스 셔저(9.00)보다 2배 이상 높은 압도적인 1위다. 3위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카를로스 카라스코(7.14)보다는 3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이 정도면 ‘신의 제구력’ 또는 ‘제구의 달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사실 류현진은 언제나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였지만 그래도 올해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2년간 14승씩을 올렸을때도 그랬다. 류현진의 2013년 삼진/볼넷 비율은 3.14였고, 그 다음 해인 2014년에는 4.79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활약할 때부터 “홈런 맞는 것보다 볼넷 내주는 것이 더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볼 카운트가 불리하더라도 다양한 구종을 송곳처럼 꽂아 넣기 때문에 타자들 입장에서는 수 싸움에서 밀리기 일쑤다. 타자들도 류현진의 제구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격하다 보니 투구 수 관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류현진은 이날 1회초 1사 후 애틀랜타 2번 타자 자시 도널드슨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뒤 6구째 시속 87마일짜리 커터를 던졌다.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훨씬 넘어 높게 들어갔으나 도널드슨은 배트를 참지 못하고 체크스윙 삼진을 당했다.

9회초 2사 후 도널드슨이 오른쪽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치고 나가 마지막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류현진의 제구력은 빛을 발했다. 프레디 프리먼은 상대로 4구만에 시속 91마일짜리 빠른 볼을 높게 던졌고 애틀랜타 최고의 강타자 중 한 명인 프리먼은 너무도 맥없이 배트를 휘둘러 삼진을 당하며 경기가 끝났다. 류현진의 송곳 제구에 완전히 압도당해 나온 무기력한 스윙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단 93개의 공으로 9이닝을 혼자서 책임졌다. 5회까지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고, 가장 투구 수가 많았던 이닝은 5회로 그마저도 17개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올해 첫 7번의 등판에서 이닝당 투구수가 13.53개에 불과, 삼진 대 볼넷 비율에 이어 이 부문에서도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말 그대로 ‘제구의 달인’이다.

한편 현재 류현진의 대기록으로 인해 또 다른 기록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저스에서 류현진 이전에 마지막으로 완봉승을 기록한 선수는 지난 2016년 5월 클레이튼 커쇼였다. 당시 커쇼는 첫 7번의 선발 등판에서 삼진을 무려 64개를 뽑아내고 볼넷은 3개만 내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올렸다. 올해 류현진이 첫 7번의 등판에서 기록한 삼진 45개와 볼넷 2개의 경이적인 기록마저 압도하는 수치다. 커쇼가 전성기 때 얼마나 위대한 투수였는지를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동우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