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 홈오너 대상 리버스 모기지 피해 끊이지 않아

2019-05-02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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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세대 급증하면서 미국인 리버스 모기지 관심 늘어

▶ 가주 전체대출 33%로 1위, 플로리다·콜로라도주 2~3위

리버스 모기지 피해사례 및 주의점

시니어 주택 소유주 대상의 ‘리버스 모기지’(Reverse Mortgage)에 관한 광고를 흔히 접하게 된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은퇴 연령층에 접어들면서부터 리버스 모기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광고대로라면 리버스 모기지를 통해 노인들이 은퇴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리버스 모기지 프로그램을 잘못 이해한데 따른 피해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이 리버스 모기지 피해 사례와 주의할 점 등을 소개했다.

■ 남편 사망 뒤 압류 위기
부동산 에이전트로 업계에서 수십 년간 ‘잔뼈’가 굵은 셰론 보스(79) 씨는 최근 30년간 살아온 정 든 집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인생의 황금기를 재정적으로 책임져 줄 것으로 믿고 발급받은 리버스 모기지가 남편 사망과 함께 날벼락으로 돌아온 것이다.


남편은 사망 전 노후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연방 정부가 보증하는 ‘홈 에퀴티 전환 모기지’(HECM: 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를 신청했다.

HECM은 흔히 불리는 리버스 모기지의 정식 명칭으로 대출 발급 대상은 부부가 반평생 소유한 올랜도 인근 한적한 동네의 2,000 평방피트 규모 침실 4개짜리 주택이다.

부부는 미국 내 100만 명이 넘는 노인 주택 보유자들이 하는 것처럼 남은 기타 대출 청산과 기타 생활비에 필요한 현금을 제공받기 위해 주택 소유권과 자산을 대출 은행 측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리버스 모기지를 신청했다.

일반적인 리버스 모기지 대출 조건에 따라 부부는 둘 다 사망할 때까지 집에서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남편 사망 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약 6년 전의 일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마자 슬픔을 달랠 겨를도 없이 은행에서 압류 통보를 보내기 시작했다. 보스씨가 남편 사망 뒤 갑자기 압류 통보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은 리버스 모기지 신청 당시 한가지 조건 변경에 동의한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부인인 셰론 보스씨의 소유권을 포기해야 남편 명의로 리버스 모기지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은행 측의 설명대로 서류에 서명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부는 남편이 먼저 사망할 경우 주택 소유권이 다시 부인 명의로 전환될 것으로 믿고 안심했지만 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보스씨는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될 상황에 처했다.

올랜도 지역 부동산 협회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보스씨는 “남편은 자기가 사망한 뒤 나를 재정적으로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리버스 모기지를 신청했다”라며 “너무 무지했던 것이 후회스럽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보증 기관 손실액 눈덩이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은퇴 세대가 사상 최대 규모로 급격히 불어나면서 리버스 모기지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융자 업계는 은퇴 자금 마련이 필요한 은퇴 세대 사이에서 리버스 모기지에 대한 인기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리버스 모기지 은행 협회’(National Reverse Mortgage Lender Association)에 따르면 최근 매년 약 5만 건에 달하는 리버스 모기지 대출이 발급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인 5명 중 1명이 리버스 모기지 신청 가능 연령대에 진입하게 될 약 10년 뒤에는 리버스 모기지 대출 발급 건수 역시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리버스 모기지에 대한 높은 수요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보스씨와 같은 억울한 피해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재정 설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리버스 모기지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연방 정부는 리버스 모기지 상품에 대한 실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정부가 조사를 착수하게 된 것은 연방 정부 보증 기관의 관련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 정부 보증 기관을 상대로 한 보증 보험 청구액이 대출액 규모를 초과하면서 무려 약 13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연방 주택도시 개발국’(HUD)을 통해 리버스 모기지 업계 개정안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수수료 비용을 높이고 리버스 모기지 대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앞으로 급증 전망, 피해 줄이는 것이 급선무
리버스 모기지 프로그램은 1960년대에 노인들에게 소득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개발됐다. 62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주택 자산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페이먼트 형식으로 지급하거나 ‘신용 대출’(Line of Credit)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리버스 모기지 대출이다. 리버스 모기지를 통해 지급받은 현금으로 병원비, 여행 경비, 재산세 납부, 기타 보험료 및 주택 관리비 등으로 사용하는 노인들이 많다.

리버스 모기지를 발급받은 등기부상 주택 소유주가 집을 팔거나 사망하게 되면 대출액은 전액 상환되어야 한다. 만약 대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택 상속인에게 상환 의무가 양도되거나 대출 은행이 주택을 압류할 수 있다.

현재 리버스 모기지 대출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가주로 전체 중 약 33%를 차지하고 있고 이어 플로리다와 콜로라도 주의 비율이 두 번째로 높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잉그리드 에반스 변호사는 연방 정부가 노인 피해를 막기 위해 리버스 모기지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버스 모기지의 문제점 중 하나는 선불 수수료 비용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20만 달러짜리 주택을 대상으로 리버스 모기지를 신청할 때 수수료 금액이 약 1만 5,000달러~2만 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현재 주택에서 오래 거주할 계획이 없거나 적은 금액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청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보스씨의 사례처럼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주택이 압류되는 사실을 몰라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고 의료비와 기타 생활비가 치솟아 재산세 미납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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