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 바다내음 ‘오감 행복’

2019-04-26 (금) 정진옥
크게 작게

▶ Malibu Creek State Park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 바다내음 ‘오감 행복’

Black Mustard가 우거진 싱그런 산야.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 바다내음 ‘오감 행복’

Sego Lily.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 바다내음 ‘오감 행복’

공원내 Century Lake에서 바라본 정경.


남가주의 이번 봄은 예년에 비해 ‘야생화 구경’이 하나의 두드러진 사회현상이 되고 있는데, 원래부터 상춘의 풍류를 즐기는 우리 한인들이야 더더욱 예외는 아닐 것이다.

평소 외곽의 산야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던 아내마저도, 주변인들이 워낙 들꽃구경을 화제에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선지, 꽃구경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거듭 피력해 온다. 매주 거의 두번씩 등산을 하는 필자로서는 이런저런 곳들에서 나름대로의 특징있는 꽃들의 축제를 만끽하는 셈이지만, 그래도 단연 명성이 높은 금년의 ‘Antelope Valley’라는 Poppy꽃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왔다.

결국 인파가 몰린다는 주말을 피해, 마침 주휴를 맞은 아들과 아내를 대동, 지난 4월 15일에 Antelope Valley Poppy Reserve를 탐방하기에 이른다. 완만하게 펼쳐진 일대의 구릉들을 온통 선연한 Red Carpet으로 감싼 듯, 온 세상이 ‘빨강’이었다. ‘만산홍’이란 그야말로 이런 경개를 이르는 말이겠다.


저 드넓은 건조한 땅 어디에 저렇듯 불타듯 붉은 색소가, 저렇듯 엄청난 생명의 기운이 갈무리되어 있었던 것인지 마냥 불가사의하다. 무수한 Poppy들이 일시에 발산하는 환희의 군무요, 청춘의 찬가가 아닐 수 없다. 매년 춘삼월 호시절이면 고국의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곤 하는 진달래 철쭉의 화사한 향연과는 또 많이 다른 풍경이다.

마침 지난주에 한 한국일보 독자로부터 ‘꽃구경을 갈만한 어디 가까운 곳을 소개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Antelope Valley는 80마일쯤의 거리가 되니 결코 가까운 곳이라고 할 수는 없겠고 또 지금쯤은 다소간 Poppy철이 지나는 시기가 아닌가 싶은 우려에서 나름대로 고민을 하다가 ‘Malibu Creek State Park’을 떠올리게 됐다.

LA 한인타운에서 36마일쯤의 거리가 되어 대개는 40분 이내에 닿을 수 있으니 그런대로 가까운 곳으로 볼 수 있겠다. 또 꽃구경은 물론 제대로 된 등산을 하고 싶은 분을 위해서도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또 주말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인파로 심한 혼잡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에 넣었다.

작년에 산불이 크게 난 곳이라 아직은 여러가지로 을씨년한 분위기도 있지만, 그래도 지난 겨울에 많은 비가 내렸었고 또 Malibu Creek의 물줄기가 공원을 지나고 있기에 더욱 무성한 야생화들을 십분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라 하겠다. 특히 공원안을 이리저리 관통하는 등산로를 걷다보면 꽃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수십종 다양한 꽃들의 자태를 즐길 수 있다. 또 Creek주변으로 쉴새없이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는 여러 종류의 새들이 있어 더욱 매력적인 나들이가 된다. 등산보다는 꽃구경이 주관심사인 분들은, 거의 밋밋한 평지를 짧게는 편도 1.5마일이나 3.5마일의 쉬운 코스를 걸으며 뭇 꽃들이 펼치는 봄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 꽃구경과 함께 본격적인 산행을 원하는 분이라면 이 공원의 가파른 외곽 능선을 오르내리는 16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 3450’가 되는 매우 짱짱한 산행의 희열을 맛볼 수 있기도 하다.

대체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Loop Trail인데, 전반적으로 내륙쪽인 북쪽은 낮고, 바다쪽인 남쪽은 우뚝 높은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4월이 다 지나고 있는 작금까지도 이렇다 하게 상춘을 하지 않은 분이라면 이제라도 한번 이곳을 다녀 오심으로써, 이 특별한 2019년 봄을 맞아 잠시 자연을 벗하는 멋진 풍류객이 되어 보시길 권한다.

공원입구의 매표소에서 안내지도를 구하시거나 아니면 미리 공원의 상세지도를 구하여 이 봄나들이에 나서면 좋겠다. 공원의 대강을 한바퀴 도는 등산을 하려면 공원의 상세지도가 필수이다. 또 공원의 초입에서 몇마일을 더 들어가면 통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로 호젓한 환경이 되니, 산행에 익숙한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극히 바람직하겠다. 산행의 전구간에 그늘이 거의 없으니 충분한 물과 햇볕차단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겠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MASH’ Site 까지만 걸으려는 경우에는 왕복 7마일 내외에 4~5시간이 걸리고, 한 바퀴를 빙 돌고자 하면 16마일에 7~9시간이 걸린다.


가는길

LA한인타운에서는 Freeway 10 West를 탔다가 Freeway 405 North로 바꿔 타고 다시 Freeway 101 North로 갈아 탄다. Calabasas지역의 Las Virgenes Road 출구로 나가서 좌회전한다. 3마일을 직진으로 달리면 Mulholland Highway를 교차하게 되는데 0.2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에 공원입구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곧 매표소 Kiosk를 만난다. 차량당 입장료는 $12인데 시니어는 $11이다. 왼쪽의 큰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고도 550’).

가는길

주차장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Crags Road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Black Mustard가 온통 노오란 꽃동네를 이룬 녹지가 마냥 싱그럽다. Phacelia, 나팔꽃 등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환상적인 길을 0.8마일을 가다보면 좌우로 길이 나뉘며 안내판이 있다. 왼쪽 길로 나아가면 유수량이 제법 많은 Malibu Creek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지난다. Visitor Center가 있는데, 건물이 화재의 피해를 입어 현재는 닫혀 있다. 다시 다리를 건너 되돌아 나와 정면의 오름길로 직진한다. 길이 다시 남쪽으로 또 서쪽으로 굽는다. 대단히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지는데, 가까이로 제법 넓은 물줄기가 퍼져 있다. Century Lake이다. 그 뒤로 운치가 그만인 몇 그루 Oak Tree를 키워낸 초원이 있고, 신령스런 느낌을 주는 자그마한 봉우리들이 있다. 범상치 않은 품격이 담긴 풍경이다.

2마일쯤의 지점에 이르면 Creek을 건너게 되는데, 나지막한 교량이 뭉툭 잘라져 있다. 오른쪽으로 다소 우회하여 물을 건넌다. 이제 물길을 우측에 두고 남으로 굽어지는 Use Trail을 따르는데 양 켠으로 각양각색 꽃들의 경염이 화사하다.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미녀 꽃들이 즐비하다. Farewell to-Spring, Sego Lily, Chinese Houses, Milkweed, Golden Poppy, Fire Poppy, White Globe Lily, Fiesta Flower 등 그 아름답고 향기로운 자태가 현란하다. 여기에 또 뭇 새들의 명랑한 지저귐이 있고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경지라 하겠다. 아니 백화첨명(百花添鳴)이라야 걸맞는 말이 되려나.

3마일쯤에는 진행방향이 서쪽으로 굽으며, 적십자 마크가 아직 선명한 녹슨 군용차량을 만난다. 이 밖에 녹슬어 삭아진 작은 차량들의 형해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에 인기리에 방영된 TV시리즈 “M-A-S-H”(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육군이동외과병원)의 촬영장으로 활용된 장소이다.

다시 0.4마일을 직진하면 Bulldog Road (=Bulldog Motorway)라는 길 표지가 있다(670’). 02마일쯤 뒤에는 길이 갈라진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왼쪽의 오름길이 우리의 길이다. 다시 1마일쯤을 가면 길이 나뉜다(1130’). 또 왼쪽 길이다. 0.2마일 후의 갈림길(1300’)에서 또다시 왼쪽이다. 이제부터 2.5마일에 걸쳐 남쪽 산줄기의 능선을 향해 꼬불꼬불 올라가는 힘든 구간이 계속된다. 사방의 전망이 확장된다.

이윽고 능선의 고점(2410’)에 오르면 Castro Motorway를 만난다. 전망이 대단하다. 오른쪽은 Castro Peak(2824’)으로 가는 길이나, 우리는 동쪽을 향해 완만하게 내려가는 왼쪽길로 나아간다. 길은 이제 산타모니카산맥의 거친 등뼈 위로 뻗어가는 형국인데, 비로소 오른쪽으로 드러나는 태평양의 망망한 푸르름이 마냥 신비롭다.

촉촉하고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거두어 간다. 완만한 내림길을 0.8마일을 나아가면 안내판이 있고 나무벤치가 있다. 정면 동쪽에 기묘한 형태의 큰 바위들이 솟아나 있고, 약간 오른쪽으로는 포장도로인 ‘Corral Canyon Road’가 펼쳐져 있다. 우리는 도로가 아닌 바위들의 돌출지대로 올라가는데, 여기서 부터는 Backbone Trail과 중복된다. 바위들 사이로 Use Trail이 있다. 0.4마일을 지나면 오른쪽의 Mesa Peak Motorway로 통합된다. 푸르른 바다에 Palos Verdes가 둥실 떠있고 Santa Monica일 해안선이 아스라 하다.

바다에 맞닿은 Malibu의 푸른 산줄기와 상쾌한 바람을 즐기면서 동쪽으로 2.8마일을 계속 가면 길이 내륙쪽인 왼쪽으로 바짝 꺾이게 된다. 이제 이곳에서 바다풍경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마지막으로 달래라는 뜻인지 나무벤치 하나가 태평양을 잘 조망토록 놓여있다(1850’). 등산시작점에서 약 11마일을 온 곳이다. 아마도 여기서 남쪽으로 반마일 남짓한 거리에 있는 밋밋한 둔덕이 Mesa Peak(1844’)으로 보여진다. ‘Mesa’라는 말이 ‘고원’ 또는 ‘봉우리가 평평한 산’의 뜻을 지녔기에 이 이름이 붙여진 것이리라. 벤치를 지나면 바로 길이 갈라지는데 우리는 왼쪽으로 직진한다. 약 2마일에 걸쳐 1100’의 고도를 내려가면 오른쪽 숲속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타난다(760’). Piuma Trailhead로 이어진다는 팻말이 있는 이 좁고 거친 길을 따라간다. 0.6마일에 교통량이 많은 큰 길인 Malibu Canyon Road에 도착한다. Piuma Trailhead라는 표지가 있는 주차장이 있다. 여기에서 그동안 5.5마일에 걸쳐 Backbone Trail과 중첩되었던 구간이 끝난다.

이제 Malibu Canyon Road를 타고 북쪽으로 향한다. 길 왼쪽으로 있는 Tapia Water Reclamation Facility 입구를 지나고, 밀려드는 차량의 흐름에 조심하며 교량을 지난다. Piuma Trailhead지점에서 약 0.2마일을 오면 왼쪽으로 Tapia Park Public Use Area 입구가 나온다. 이 공원으로 들어가 공원의 중심도로를 따라 0.1마일을 북상한다.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0.5마일쯤 직진한다. 공원은 커다란 Oak Tree들이 울창한 푸른 숲인데 수많은 Picnic Table들이 구비되어 있어, 가족단위로 소풍을 나온 사람들로 떠들썩한 정경이다.

길 정면에 ‘Salvation Army Camp’ 건물이 있고, 오른쪽에 ‘Tapia Spur Trailhead’라는 표지가 있다(450’). 이 등산로를 따라 0.6마일을 오르면 능선의 고점에 이르게 되는데, 발 아래로 멀리 차를 세워둔 주차장 방향이 눈에 들어온다. 내리막에 이은 평탄한 구간으로 약 1마일의 거리가 된다. 이로써 약 16마일에 걸친 긴 산행을 모두 마치게 되는데, 다리가 다소 뻐끈할 수 있지만, 그래도 도처에 피어있던 봄꽃들, 빼어난 지형과 바위들, 뭇 새들의 지저귐, 부드럽고 상쾌했던 바람결, 또 그를 타고 흐르던 향긋한 내음들 등, 두루 오감을 통해 누린 일곱시간여의 행복감에 비할까 보냐.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