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사 잊고 환희의 탄성을 지르고 싶다면 산으로…

2019-04-05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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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omas Mountain (6825’)

세상사 잊고 환희의 탄성을 지르고 싶다면 산으로…

등산로의 어느 구간.

세상사 잊고 환희의 탄성을 지르고 싶다면 산으로…

등산로에서 보는 Garner Valley.


세상사 잊고 환희의 탄성을 지르고 싶다면 산으로…

정상의 모습.


대략 250년전 쯤에 이곳 가주를 탐험했던 유럽인들에게 이곳 California라는 신세계란 과연 어떠한 모습이었으며, 어떠한 느낌이었을까 궁금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끝에 닿아본 사람이 없었을 테니 그 북쪽으로나 동쪽으로 그 끝을 알 수 없었을 테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땅을 달리는 자동차도 아직 없었을 테니, 그 윤곽이나마도 거의 상상이 안되었을 것이다.

1774년에 San Jacinto산맥 인근지역을 지나던 Juan Bautista de Anza가 남긴 기록의 일부를 보자. “우리가 San Jose Valley라고 명명한 이 아름다운 Valley에는 상당한 크기의 강이 흐르고 있고 이 강의 양안으로는 푸른 숲이 우거져 있는데, 소나무들 떡갈나무들 그 밖의 다른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나 있어, 마치 산줄기처럼도 보였다. 이곳에 있는 아주 넓은 평야 전체는, 온갖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비옥한 초원을 이루고 있고,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의 수많은 가축을 먹일 수 있을 여러 다른 초목들로 가득했다”

세월은 계속 흘렀고, 이제는 Charles Thomas(1836~1917)라는 어느 자수성가한 독지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New York 부근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외조부모 슬하에서 성장한다. 그도 역시 미 대륙을 뜨겁게 달군 캘리포니아 Gold Rush의 열기에 부풀어 선편으로 1849년 11월에 San Francisco항에 내린 것은 불과 13살이 막 되었을 무렵이었다. 이곳의 금광에서 1~2년동안 약간의 돈을 모았다. 다시 불법약탈을 목적으로하는 원정대에 끼어 멕시코로 갔으나 실패하고, 미국에 돌아온뒤 체포되어 수감되나, 1854년(18세)에 석방된다.


San Francisco 인근에서 1년정도 Ranch를 운영해 본다. 다시 북가주의 Trinity River로 가서 1년간 금을 찾다가, Arizona로 옮겨간 뒤에 여기서 몇개의 광맥을 발견하였고, 1858년(22세)에 이 광맥의 권리를 매각하고 남가주로 옮겨온다. Corona 인근에서 2년간 광산운영에 참여한다.

1861년(25세)에는 유명한 Santa Barbara가문의 여인 Genoveva Bardico와 결혼을 하게되는데 이를 계기로 그의 인생이 크게 뒤바뀌게 되어진다. 결혼한 그 해에 광산의 지분을 매각하고 Temecula로 옮겨와 Ranch를 시작함으로써 비로소 정착을 하여, 총 12명의 자녀를 두게 된다. 그는 굶주리는 토착 원주민들에게 때로는 밀가루를 주는 등 그들에게 큰 인심을 얻게 되었는데, 이들 토착민들이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비옥한 목초지와 송림이 있는 환상적인 미지의 세계로 안내를 해준다.

이곳이 바로 Hemet Valley였는데, 오래전에 육로로 이 지역을 통과한 Fages나 Anza는 이곳 Thomas Mountain의 바로 서쪽인 Anza Valley를 통과했었기에, 이때까지 이곳은 백인들에게는 미지의 계곡이었던 듯 하다. Thomas는 이곳의 원주민인 Cahuilla인들에게 22마리의 소를 나누어주고 그 댓가로 이 곳에서 목장을 하도록 허락을 받게 된다. 자기가 살던 그 땅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하는 원주민들에겐 Ramada라는 판잣집도 지어준다.

Thomas는 항상 원주민들을 친구처럼 대했고 그들이 배가 고파 때로 그의 소를 잡아먹더라도 이를 못본척하며 그들과 시종 평화로이 잘 지냈다. 그의 부인이나 자녀들도 주변의 모든 원주민이나 백인 모두에게 겸손하고 친절하여 칭찬이 자자했다.

처음에 약 480에이커로 시작한 Ranch가 세월이 흐르면서 나중에는 8000에이커로 확대되어진다. 결국 Hemet Valley 거의 전체와 오늘날의 Idyllwild라 부르는 Strawberry Valley까지도 포함되는 큰 규모가 되고, California에서 가장 우수한 소 Black Angus와 가장 뛰어난 순종의 경주마를 길러내게 되는데, 또 가장 아름답고 가장 친절한 목장으로도 꼽히게 된다.

이 Hemet Valley는 곧 Thomas Valley로 불리우게 되는데, 지금은 1905년에 이 목장을 인수하게된 Robert F Garner(1862~1930)의 이름을 따서 Garner Valley로 호칭되고 있다. San Jacinto산맥과 Santa Rosa산맥을 이어주는 Desert Divide 산줄기와 Thomas Mountain 줄기의 사이에 있는 Lake Hemet을 중심으로, 74번 Highway(Pines to Palms Highway)가 통과하는 구간 중에 대체로 Mountain Center에서 371번 Highway(Cahuilla Road)가 갈라지는 곳까지가 이 Garner Valley이다. 지금도 이 Garner 가문에서 이 Ranch를 소유 운영하고 있다는데, 아마도 그 규모는 예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 아닌가 싶다.

한가지 더 특기해야할 사항은, 이 Thomas Ranch에서 양털깎기 인부로 일을 하고 있던 Cahuilla 원주민 Juan Diego가 말 한마리를 훔쳤다는 혐의로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부인 Ramona Lubo와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Sam Temple(1842~1909)에게 즉각적으로 총격 살해되는 일이 발생(1883)한 사건이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서 잔인하게 4발이나 쏴 비무장 토착민을 살해한 살인자가 전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거의 묻혀질 뻔 했던, 아마도 그 시절엔 보통의 다반사였을 수 있을, 이야기가 평소에 원주민의 권익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던 Helen Hunt Jackson(1830~1885)여사에게 알려진다. 그녀는 즉시 현지를 답사하고 취재하여, 이를 소재로 하는 소설 ‘Ramona’를 1884년에 발표하였는데, 이 책이 공전의 화제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300쇄 이상의 책이 간행되고, 뒷날에는 4번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원주민의 인권실상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야기시키게 되었고, 이는 곧 원주민들의 생존권보호를 위해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는 마치 Harriet Beecher Stowe(1811 ~1896)여사가 1851년에 ‘Uncle Tom’s Cabin’을 발표하여 흑인들의 인권신장에 큰 기여를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다.

기록을 보면 Helen Hunt Jackson여사가 Thomas Ranch에서 여러 날을 체재했다는데 아마도 원주민 인디언들의 비참한 생활실태를 보다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 였을 것인데, 당연히 Ranch의 주인이었던 Charles Thomas와도 많은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이다.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라다가 13세부터 험난하기 그지없는 외지를 떠돌며 거친 생활을 거듭했던 Charles Thomas라는 인물이 모든 계층에 두루 존경받는 거대 농장주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동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에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뜨겁게 열망하고 추구했던 American Dream, California Dream을 마침내 화려하게 이루어낸 것이라고도 하겠는데, 그가 유전했던 인생행로들이 결과적으로는 그의 심성과 기량을 다 같이 함양해내는 수련의 길, 구도의 길, ‘골드문트’의 길이 아니었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산록에서는 Redshanks Tree 또는 Ribbonwood라는 이름의 아주 섬세하고 푸르른 관목숲을 걷는 즐거움이 있고, 등산로가 이 산줄기의 북쪽 기슭으로 나있기 때문에 초목들이 무성하여 시원한 그늘속을 걷게 되며 계절에 따라서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듬뿍 즐길 수 있다.

왕복 13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2500’가 되어, 대략 7시간 내외가 소요되는데 아주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Fwy60번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Fwy215번의 South로 갈아탄다. South로 가다가 Ramona Expressway가 나오면 여기서 좌회전하여 이를 타고 동쪽으로 또 남동쪽으로 가다보면 SR 74(Pines to Palms Hwy)로 연결된다. 여기서 또 좌회전하여 SR74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Hwy243번과 만나는 곳에 있는 Mountain Center에 닿는다.

여기서 계속 SR74를 달려 동남쪽으로 8마일쯤을 더 가면 오른쪽에 ‘Ramona Trail/ Tool Box Spring’ Sign이 있고 안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이곳에 주차한다. Lake Hemet을 지나가야 하며 LA 한인타운에서 약 115마일정도의 거리가 된다.

등산코스

주차장에서 서쪽으로 나있는 Ramona Trail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평지에서 시작되어 차츰 Thomas Mountain의 북쪽 기슭을 오르게 되는데, 5분 정도를 걸어가면, 우리가 지나가야 할 Tool Box Spring까지 3.5마일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겸하는 ‘Ramona Trail’ Sign이 서있다.

이 산을 등산함에 있어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시작점에서부터 약 2마일정도의 거리에 걸쳐 산기슭을 온통 뒤덮고 있는 Ribbonwood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자태이다. 나무의 밑둥부분이 동물의 정강이를 닮아보인다는 점에서 Redshank Tree로도 불리우는데, 주로 굵은 줄기의 껍질이 리본처럼 가닥으로 벗겨져 내리므로 Ribbonwood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코스의 또 하나의 장점으로는 지그재그로 산을 오르면서 북쪽으로 보이는 경치의 아름다움이다. 웅장하면서도 고운 Mt. San Jacinto와 그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리는 Desert Divide의 산줄기가 8폭 병풍인양 쭈욱 펼쳐져 있는 앞으로 Garner Valley의 초록의 평원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혹 이런 저런 세사로 마음이 무거운 사람이라도, 문득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모든 번뇌의 사슬이 일시에 벗겨지며, 밝고 맑은 심성이 환희의 탄성을 지르며 깨어날 듯 하다. 그래서 등산이야말로 심신의 수양에는 아주 그만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겠다.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따라가다보면 차츰 Oak, Manzanita, Coulter Pine들이 Ribbonwood 사이사이로 모습을 나타내게 되고 이윽고는 키가 큰 소나무 숲으로 변하게 되면서 불현듯 넉넉한 평지에 이르게 된다. 곧이어 오른쪽으로 화장실 건물이 있는 Tool Box Spring Campground가 나온다. 대략 4마일을 온 것이다.

서북쪽으로 뻗어가는 Forest Route(5S15)가 이곳을 관통하고 있다. 이 도로는 결국은 Thomas Mountain 정상의 북쪽을 스치면서 Rouse Ridge를 통과하여 종국엔 Hwy 74로 연결되어지니, 이 길을 따라가도 되겠으나 그러나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하는 것이 거리도 짧고 운치도 더 좋으니 당연히 계속 등산로를 따라간다.

등산로는 때로는 굽어지고 펴지면서 대체로 북서쪽으로 나아가는데 잘자란 소나무들이 쭉쭉 솟아있는 송림 사이로 푸른 초원도 있어, 전체적으로는 넓은 고원과 같은 형국이다.

대략 6마일남짓될 지점에 이르면 피뢰침이 서있는 변전탑같은 시설물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 십자형의 콘크리트 건물기초만 남은 곳이 나온다. 예전에 화재감시시설이 있던 흔적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조금 더 가면 큰바위들이 몇개 둘러있는 가운데 Fire Ring이 놓여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 다 온 것이다.

이곳에서의 전망은 키가 큰 소나무들로 다소 가로막히게 되는데 그래도 나무들 사이로 살펴볼 수는 있다. 북쪽으로는 Lake Hemet이 한웅큼의 물로 보이고 그 뒤로는 Mt. San Jacinto(10834’)의 웅자가 뚜렷하다.

아스라한 절벽의 형세를 이루고 있는 서남쪽으로는 광대한 전망이 펼쳐져 있다. 발아래로 가까이 펼쳐져 있는 넓은 땅은 아마도 Cahuilla Indian Reservation이 있는 Anza Valley일 것이다. 나지막하게 보이는 산줄기는 Cahuilla Mountain(5635’)과 Little Cahuilla Mountain(5042’)이다. 아마도 California를 육로로 탐험했던 최초의 유럽인인 Fages나 Anza 등이 저 곳 어디쯤을 통과하여 San Francisco까지 말을 타고 왕래했을 것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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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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