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아름다운 봄날에 펼쳐진 한 편의 서정시

2019-04-05 (금) 빌리 장 / 엘리트 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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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익 엘시노, 앤틸롭 밸리, 카리조 평원의 봄꽃 구경

어느 아름다운 봄날에 펼쳐진 한 편의 서정시

중가주에 있는 카리조 평원의 야생화. 평원을 뒤덮은 노란색 야생화와 앙상한 고목, 통나무집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내고 있다. <빌리 장 여행사진가>

어느 아름다운 봄날에 펼쳐진 한 편의 서정시

랭캐스터 앤틸롭 밸리의 화려한 파피꽃. 최근 기후 영향으로 파피 꽃이 사상 최대의 만개 현상을 보여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빌리 장 여행사진가>


“들 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아라.

그 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이 입은 것도 이 꽃 한 송이만 못하리라” <마태복음>

“꽃의 매력가운데 하나는 아름다운 침묵이다” <소로우의 일기>


들꽃 구경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이곳저곳을 뒤적이면서 발견한 이 문구들만큼 들꽃을 잘 표현한 문구는 찾기 어려웠다.

꽃구경 프로그램은 사실 처음에 긴가민가 망설였던 시도였다. 말하기도 촌스런 꽃구경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놓자 일부에서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볼 때 어리석은 시도라는 충고도 들어왔다.

망설이고 있던 차에 한국일보에 ‘남가주 들 꽃 천지’ 라는 제목으로 화사한 들 꽃 사진이 한 장 실렸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무작정 신문에 보도된 그 들 꽃 현장을 찾아갔다.

여행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시간만 나면 남가주 이곳저곳 꽃을 찾아 헤매였던 터라 왠만한 꽃밭은 다 다녔을 정도로 숱한 꽃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날도 가면서 그저 올해는 어떤 꽃을 담을까하는 생각만 하고 산을 올랐다.

그런데 산을 오르는 순간 처음 상상했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벅찬 감동이 밀려왔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연신 셔터를 눌렀으나 카메라에 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야말로 혼자 보기가 아까웠다.

굽이굽이 산 전체가 온통 들 꽃으로 뒤덮여 불바다를 방불케 했다. 그동안 한 두 굽이의 산이 울긋불긋 꽃밭으로 변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이 산 저 산 인근의 모든 산들이 꽃으로 뒤덮인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그 다음날 새벽에 LA에서 3시간여 떨어진 중가주의 카리조 평원을 찾았다. 옛날에 들꽃을 찍을 때면 찾아갔던 곳이었다. 도착해보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레익 엘시노와 앤틸롭 밸리는 빨강색, 주황색 꽃 바다를 이루었는데 카리조 평원은 노란 꽃, 보라색 꽃 바다였다.


봄바람이 불자 평원의 바다에 노란 색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수 백년된 고목나무와 빛바랜 통나무 오두막집은 주변의 노란 들 꽃과 어울려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서정적이었다. 카메라를 대는 곳마다 작품으로 탄생했다.

수고도 없고 길쌈도 없이 피어난 수많은 들꽃들, 그리고 침묵이 아름다운 매력인 들꽃을 말이나 글로 형용할 수는 없었다. 그저 한 편의 서정시일 뿐 …

야생화 꽃구경 프로그램 광고가 나가자 첫 날부터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레익 엘시노와 보타닉 가든, 앤틸롭 밸리의 파피 꽃구경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아침 일찍 떠났다. 뒤를 이어 중가주의 카리조 평원의 야생화 나들이 버스가 떠났다. 카리조행 버스에는 망원렌즈를 장착한 대형 카메라를 동원한 관광객들도 보였다.

버스가 출발하자 어떤 한 사람이 ‘오늘 봄 소풍 간다’고 하니 또 다른 분이 ‘봄 소풍이 아니라 수학여행’이라고 맞받으면서 온 관광객이 깔깔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깔깔댔다. 그들은 어제와 오늘을 잊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도착하자마자 도시락을 지급했다. 팥이 송글송글 들어간 팥밥에 반찬으로 계란말이, 생선구이, 시금치, 김치, 우엉, 고추 찜이 들어간 6가지 반찬이 들어간 도시락이었다.

일찍 출발해 아침 식사를 못했을 거라 생각하고 도시락을 지급했는데 꽃이 눈앞에 펼쳐지자 아무도 도시락을 갖고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마다 꽃밭으로 몸을 던졌다. 꽃은 사람들을 반겼고 사람들은 꽃을 포옹했다.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한 폭의 그림이었다.

꽃과 입맞춤하는 사람도 있었고 꽃이 예쁘랴 내가 더 예쁘랴 하며 경쟁하듯 꽃에 얼굴을 대는 사람도 보였다.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소리쳤다. 현장에서 연필을 꺼내 꽃을 스케치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를 쓰는 사람도 보였다. 여고생 시절 교복을 입고 진달래를 머금은 채 사진을 찍었던 모습들이 연출됐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운 꽃이었다.

아름다운 꽃 앞에서는 나이도, 늙음도, 시름도, 근심도, 수고로움도 없었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큰 위로는 꽃이라 했던가. 꽃은 그들에게 행복과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주었다.

한인타운에 산다는 한 관광객은 나를 볼 때마다 손을 잡으며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줘서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레익 엘시노 꽃 구경에 참가했던 한 분은 “엔틸롭 밸리 파피꽃, 카리조 평원 야생화 구경도 가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은 “교회에서 단체로 오겠다”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은 처음 먹어본다. 꽃밭에서 먹으니 더 맛있고 정말 소풍을 온 기분”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손님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망설였던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꽃을 두고 잠시라도 비즈니스를 생각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꽃들과 벗하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감사하겠는가.

오랜 장마 끝에 갑자기 차가운 한랭전선이 내려오면서 남가주 들꽃은 사상 최대의 만개현상(Super Blossom)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수퍼 블로섬 현상은 4월에도 계속된다고 한다.

누군가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아름다운 꽃을 보고 싶은가. 누군가 가족들과 꽃내음을 맡으며 행복을 확인하고 싶은가. 누군가 지루한 일상에 한번쯤 분위기 전환을 원하는가. 누군가 하루쯤 운전대를 내려놓고 몸을 내맡기고 싶은가. 누군가 친구들과 교회에서, 커피샵에서 못했던 남은 얘기가 있는가.

이런 분들은 주말을 이용해 부담없이 떠나는 꽃구경을 적극 추천한다.
어느 아름다운 봄날에 펼쳐진 한 편의 서정시

엘리트 투어에서 제공한 시푸드 뷔페 메뉴.

▲앤틸롭 밸리 파피 꽃 보호구역

랭캐스터 앤틸롭 밸리 파피꽃 지역은 그동안 누구나 한번쯤 다녀왔을 정도로 익숙한 봄맞이 명소다. 4월 초순에 만개하는 파피꽃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게 퍼져있으며 얕은 언덕으로 아기를 동반해 가족들이 같이 산보도 하고 꽃도 보고 사진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파피꽃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절대 꽃을 꺾어서는 안되며 적발되면 벌금을 물게된다.

특히 올해는 오랜장마와 갑자기 찾아온 따사로운 햇빛 영향으로 그 어느때보다 화려하게 피었다. 파피꽃 시즌에는 랭캐스터 공원(43011 N. 10th Street West, Lancaster)에서 파피 축제도 열린다. 엘리트 투어는 관광객들을 위해 파피꽃 구경에 이어 인근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맛있는 도시락을 먹는 시간을 갖는다.

▲레익 엘시뇨와 보타닉 가든

테메큘라 인근에 위치한 레익 엘시뇨 워커 캐년은 수년전부터 야생화가 피었으나 올해 기후영향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15번 프리웨이에서도 산이 울긋불긋 꽃으로 뒤덮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직접 가서 보면 온갖 종류의 야생화에 감탄하게 된다. 완만한 언덕을 거닐면서 꽃을 구경할 수 있고 공기도 좋아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주말에는 무려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하니 그 장관을 가늠할 수 있다. 엘리트 투어는 레익 엘시뇨 야생화 구경에 이어 샌디에도 보타닉 가든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있다. 샌디에고 보타닉 가든은 특히 밤이면 빛의 축제로 미 전국에서도 유명하다. 온갖 봄 꽃과 계절 꽃들이 가득해 또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점심으로 시푸드 뷔페가 제공된다.

▲카리조 평원 야생화

여행사진가인 필자가 수년전부터 야생화 꽃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찾았던 곳이다. 올해 야생화가 너무 좋아 이번에 한인들에게 정식으로 소개했다. LA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인데 정식명칭은 Carrizo Plain National Monument로 공원국에서 관리한다.

특히 평원과 야산에 핀 노란색과 보라색 꽃이 장관이다. 야생화가 들풀과 어울려 색다른 맛을 자아내며 특히 꽃잎의 색깔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운 빛깔을 낸다.

캘리포니아주에 오래 거주한 사람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고 특이한 곳이다.

여행 팁

엘리트 투어는 사상 최대의 야생화가 만개한 꽃 계절을 맞아 ▲레익 엘시뇨 및 보타닉 가든 투어 ▲랭캐스터 앤틸롭 밸리 파피꽃 및 호숫가 투어 ▲중가주 카리조 평원 투어 ▲낭만기차 및 유황온천 투어 등 꽃 구경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4월말까지 주중과 주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가족은 물론, 교회, 동창회, 동호회의 1일 또는 1박2일 단체 나들이 문의를 환영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213)386-1818

www.elitetourus.com

745 S. Oxford ave. #2 LA, CA 90005

<빌리 장 / 엘리트 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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