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중역처럼 흰 셔츠와 넥타이에 정장을 하고 단정히 머리를 빗어 올린 과묵한 코주부 신사 갱스터 장 가방이 나오는 멋진 프랑스 흑백 범죄영화로 1954년 작.

늙어가는 갱스터들의 우정과 명예와 배신을 고상하고 우아하게 그린 작품으로 마지막에 박진한 액션이 벌어지기까지 인물들의 성격 묘사와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두 나이 먹어가는 친구 갱스터 막스(가방)와 리통(르네 다리)이 각기 클럽댄서인 애인 롤라(도라 돌)와 조시(26세의 잔느 모로의 모습이 고혹적이다)와 함께 파리의 단골식당에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두 남자가 오를리에서 5,000만프랑 상당의 금괴를 훔쳤다는 것을 신문보도로 알게 된다.

그런데 젊은 애인인 조시를 잃지 않으려는 리통이 털이 사실을 조시에게 얘기하면서 배신과 탐욕과 총격전이 벌어진다. 조시는 마약밀매단 두목인 앙젤로(리노 벤투라)의 정부로 금괴얘기를 앙젤로에게 알려준다.

이어 앙젤로가 리통을 납치한 뒤 막스에게 금괴와 리통을 교환하자고 제의한다. 밤의 파리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 금괴와 리통의 교환을 놓고 기관총과 수류탄이 동원된 살육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금괴는 어찌 되었을까. 참으로 허무하다.

화면을 가득히 메우는 가방의 늠름한 존재가 압도적이다. 큰 코에 얇은 입술을 한 가방은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남자로 미녀와 친구 그리고 좋은 음식과 포도주 및 쾌적한 삶을 즐기는 문화적 범죄자다.

권총을 찬 신사강도로 줄담배를 태우는 막스의 침착하고 편안한 태도가 갱스터영화에 품위를 주고 있다. 그러나 그는 신사이면서도 때로는 여자의 뺨도 사정없이 후려치고 또 우정과 명예를 위해서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액션의 사나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특징을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 있다. 클럽을 전전하다가 지친 막스가 리통을 데리고 자기 아파트로 간다. 막스는 깨끗이 정돈된 아파트의 주방 내 냉장고에서 포도주와 비스킷과 으깬 간을 꺼내온다. 간을 비스킷에 발라 포도주와 함께 바삭바삭 씹어 먹은 뒤 막스는 새로 세탁해 다리미질한 잠옷을 입고 리통에게도 한 벌 준다. 그리고 세면실로 가 거울을 보면서 이를 닦은 뒤 잠자리에 든다. 이어 새로 불을 붙인 담배를 몇 모금 태우고 난 뒤 침대 옆의 전등을 끈다.

가방이 “나의 음악”이라고 부르는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운명적 분위기의 주제음악이 아주 인상적이다.

1998년 프랑스 잡지 포지티프에 의해 역사상 프랑스 최고의 범죄영화로 선택된 작품이다. 명장 자크 베케 감독.

10일 오후 2시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 323-938-4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