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860년대 이탈리아 통일기, 구질서에 대한 향수감 짙게 배인 걸작 대하역사극

2019-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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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범’ (The Leopard·1963) ★★★★½

1860년대 이탈리아 통일기, 구질서에 대한 향수감 짙게 배인 걸작 대하역사극

돈 화브리지오(왼쪽)가 안젤리카와 무도회에서 춤을 추고 잇다

귀족가문 출신의 이탈리아의 명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사라진 구질서에 대한 향수감이 짙게 배인 걸작 대하역사극이다. 영화사상 가장 화려하고 풍성한 시각미(주세페 로툰노 촬영)를 지닌 것으로 도도하고 아름다우며 또 심오하고 위엄 있는 작품이다.

1860년대 이탈리아 통일기의 한 노귀족의 눈으로 본 구질서 및 귀족사회의 붕괴와 신질서의 부상을 그린 영화로 로마와 시실리에서 찍었다.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상영시간 185분 짜리로 원작은 주세페 디 람페투사의 베스트셀러.

1860년대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이탈리아를 통일하려는 지도자 가리발디의 군대가 시실리를 침공하면서 팔레르모의 귀족 돈 화브리지오(버트 랭카스터)의 우아하고 조용한 세상을 근저부터 뒤흔들어 놓는다. 현명한 화브리지오는 이제 자신들의 세상은 끝나고 탐욕스런 신 부르좌층인 ‘재칼’들이 귀족 ‘표범’들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화브리지오에게는 가난하나 야심에 찬 조카 탄크레디(알랭 들롱)가 있는데 탄크레디는 기회를 포착, 혁명군에 입대했다가 부상당한다. 한편 화브리지오 가족은 여름을 맞아 별장이 있는 도나후가타로 이동한다.

화브리지오는 자기 딸이 탄크레디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탄크레디의 안정된 미래는 벼락부자로 기회주의자인 도나후가타 시장의 매력적인 딸 안젤리카(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국민투표에 의해 이탈리아 통일이 가결된 후 화브리지오는 상원의원 자리를 수락하라는 제의를 받지만 이를 거절한다.

영화의 절정은 서로 사랑하게 된 탄크레디와 안젤리카를 신 사회에 소개하는 장시간 계속되는 대무도회 장면으로 하이앵글과 롱샷으로 찍은 촬영이 황홀무아지경이다. 그리고 ‘표범’은 지팡이를 짚고 명상에 잠겨 어두운 밤거리를 천천히 걸어 사라진다. 강인한 체격과 표정 많은 얼굴을 지닌 랭카스터의 고요하고 위엄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사라져가는 세상의 쇠락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화면에 황혼처럼 채색한 걸작이다.

29일 오후 7시30분. Aero 극장(1328 Montana Ave. Santa Mon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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