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만성 허리통증의 원인을 찾자

2019-03-19 (화) 김영진 / 가정의학과 전문의
크게 작게
만성 허리통증의 원인을 찾자

김영진 / 가정의학과 전문의

만성 허리통증(chronic low back pain)은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로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환자를 만난다. 그렇다면 허리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을 정확히 찾으면 치료과정을 이해하고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연령대의 허리통증 중 70% 정도를 차지하는 통증의 원인은 요추염좌 또는 요추의 긴장상태(lumbar sprain/ strain)로 척추 자체가 아닌 근육 문제이다. 그리고 27% 가량의 환자들은 근육이 아닌 척추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통증(mechanical back pain)을 가지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비율은 올라간다. 나이가 들수록 관절염 발생이 많아지고 특히 여성분들은 골다공증이 많아지고 척추가 휘는 측만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2%의 정도의 드문 경우로 허리랑 전혀 상관없는 이유에서 통증이 올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신장결석, 신장염증, 췌장염, 동맥질환으로 생기는 통증이다. 마지막 1%의 경우는 드물게 척추에 생기는 암 때문이다.

환자의 허리통증이 근육 통증인지 척추 자체의 통증인지만 구분해도 진단과 치료를 쉽게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허리통증은 초기에 근육통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그래서 먼저 타이레놀이나 진통소염제(애드빌)를 복용해봐야 한다. 한인 환자들은 진통제 복용을 꺼리는 경향이 더러 있지만 많은 연구와 임상에서 적절한 진통제 투여의 효과와 안정성이 증명되어왔다. 소염진통제는 보통 7~10일 정도 꼬박 드셔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적은 용량으로 짧게 먹는 진통제는 증상 완화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7~10일 복용 후 증상이 나아진 뒤에는 증상이 다시 심하게 나타날 때에만 추가로 복용하면 결국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진통제의 효과가 없다면 허리 근육통증 외에 허리의 구조적인 문제 등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허리통증으로 내원했을 때 엑스레이나 MRI를 바로 검사하지 않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70% 가량이 근육 문제로 인한 통증이기 때문이고, 단순한 허리통증이라 느껴졌던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주 후에 통증이 다른 곳으로 퍼지거나 엉덩이나 허벅지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거나 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에 척추관 협착증, 디스크나 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MRI를 찍게 된다. 어르신들은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척추 문제를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에 MRI검사가 종종 필요하다. MRI 상에도 문제가 없다면 마지막 3%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한편 물리치료나 침 열치료 마사지 등의 치료법을 시행할 때도 진통소염제를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훨씬 좋아진다.

필자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이사를 하면서 그리 무거운 짐을 나르지도 않았는데 참기 힘든 급성 허리통증이 생겼다. 차로 이동하는 6시간 내내 허리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신음했다. 작은 범프만 넘어가도 참지 못할 통증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때 5일간 꼬박 하루 세번 진통소염제를 먹었는데 첫날은 별 효과가 없었고 셋째날부터 통증이 눈에 띄게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다섯째날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었고 당시 받을 수 있는 별다른 치료법은 없었다. 그때 만약 진통제를 첫째날만 먹고 말았다면 만성 허리통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 급성 허리통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만성 통증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 이후로는 디스크 문제나 허리통증 전혀 없이 지낸다.

평상시 요통 예방을 하려면 스트레칭 허리운동 코어운동을 해야 한다. 허리가 튼튼한 상태이면 근육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인별 허리통증의 특징을 추가로 살펴보자면 근육 문제로 인한 통증의 특징은 쉴 때 통증이 좋아진다.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무리하게 일하거나 운동하지 않을 때 증상이 좋아지는 것이다. 오래 누워있는 것은 사실상 허리가 휴식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누워있는 상태에서 척추는 더 뻣뻣해지고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허리를 굽히거나 일어날 때와 같이 특정한 동작으로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는 것은 근육통증일 가능성이 크다. 동작이랑 상관없이 아프다면 허리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처럼 증상을 잘 파악하면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보다 빠르게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의 (213)480-7770

<김영진 / 가정의학과 전문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