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의 자유

2019-01-16 (수) 08:26:19 옥승룡 목사, 볼티모어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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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술 공예품 전문 판매업체인 ‘Hobby Lobby’의 의료 보험 정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낙태를 일으킬 수 있는 피임약에 대해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는 오바마케어를 이 회사가 수용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미 전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이 회사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창업주에 의해 세워졌다. 기독교 경영 윤리를 표방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태아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약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회사 경영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 시민 단체가 이 회사를 고소했지만 대법원에서는 Hobby Lobby의 손을 들어주었다. 비록 그 회사가 비영리 기관이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체이지만 그 회사의 종교적 자유를 미 대법원에서 존중해 준 것이다.

몇 달 전에도 이와 유사한 판결이 연이어 있었다. 콜로라도 주의 한 제과점 주인과 워싱턴 주의 한 꽃 가게 주인의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는 판결을 미 대법원에서 내렸다.
이 두 가게의 주인들은 동성 간의 결혼식을 위한 웨딩 케이크와 화환을 각각 주문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 두 가게 주인들은 모두 기독교인들 이었고 동성 결혼식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면서 주문을 거절한 것이다.


꽃 가게 주인은 동성 결혼식을 위한 화환을 제작하는 것은 자신과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를 해치는 일이다”고 하면서 주문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종교의 자유 회복 법 (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라는 법을 근거로 제과점 주인과 꽃 가게 주인의 종교적 자유를 존중해 주었다.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는 판결은 얼마 전 한국에서도 있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하다고 한국 대법원에서 판결을 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99퍼센트 이상이 특정 종교 단체의 신도들이기 때문에 양심을 빌미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양심”은 종교적 양심을 말한다. 군에 입대하는 것은 자신들의 신앙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대법원은 병역 거부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들의 종교적 자유를 존중해 준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 대법원에서 이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 개신교 목사의 자격을 심사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법원에서는 한 대형 교회의 담임 목사가 그 교회가 속한 교단의 목사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그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목사의 자격 여부는 개신교 교단에서 내려야 하는 결정이지 사법부에서 내려야 할 결정 사항이 아니다.
교단 내에서도 그 교단에 속한 여러 노회들에 의해 목사의 자격 여부가 결정된다. 각 교단마다 특징이 있지만 미국 장로교(PCA)의 경우, 목사의 자격 여부 결정은 전적으로 노회의 권한이다.

교단 총회에서 조차 관여하지 않는다. 교단 총회에서도 관여하지 않는 일에 대해 대한한국 사법부가 목사의 자격여부를 심사한 것이다. 이것은 한국 기독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사의 자격을 심사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 사법부가 근거로 든 것은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두면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개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였다. 문제가 된 대형 교회 담임 목사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은 정의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법부에 질문하고 싶다. 이미 목사인 사람이 자신이 속한 교단이 아닌 다른 교단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반하는 일이라면, 한국 국민의 4대 의무 중의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거부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인지를 한국 사법부에 질문하고 싶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종교의 자유를 존중해 준 한국 대법원은 개신교 교단의 종교의 자유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목사의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이미 목사인 사람이 다른 교단에서도 인정받는 목사인지 아닌지는 그 교단에서 판단할 일이지 대한민국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대법원에서 이 소송 건을 다시 한번 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한국 대법원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는 진리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

<옥승룡 목사, 볼티모어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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