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음증 소재의 심리 범죄 스릴러 프랑스 국민배우 미셸 시몽 열연 거장 쥘리앙 뒤비비에 감독 작품

2019-01-1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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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닉’(Panique 1947) ★★★★ ½ (5개 만점)

관음증 소재의 심리 범죄 스릴러 프랑스 국민배우 미셸 시몽 열연 거장 쥘리앙 뒤비비에 감독 작품

이르씨(왼쪽)는 요부 알리스의 매력에 사로잡혀 여인의 흉계의 희생물이 된다

‘페페 르 모코’와 ‘파리의 하늘 밑’ 그리고 ‘나의 청춘 마리안느’ 같은 명화를 만든 프랑스의 거장 쥘리앙 뒤비비에의 심리 범죄 스릴러로 고독과 소외에 관한 얘기이자 관음증과 우매한 집단의 떼거리 근성을 파헤친 느와르 작품이다. 원작은 벨기에 작가 조르지 시메농의 ‘이르씨의 약혼’.

파리 교외의 작은 마을에 사는 이르씨(미셸 시몽)는 인간 기피증자로 이로 인해 동네 사람들로 부터도 따돌림을 받는다. 이 마을에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아름다운 알리스(비비안 로망스)가 범죄자 애인 알프레드(폴 베르나르)를 찾아온다. 그런데 알리스는 알프레드가 저지른 강도질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했다.

알리스가 이르씨의 아파트 건너편 아파트에 입주하고 이르씨는 이 여자를 창밖으로 훔쳐보면서 동경과 사랑에 시달린다. 그리고 동네에서 여인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알프레드. 이르씨가 자기를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알리스는 알프레드와 함께 이르씨의 자신에 대한 집념을 이용하기로 한다.


이르씨가 알프레드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이르씨를 범인으로 만들 계획을 짠다. 이르씨는 자기를 이용하려고 접근하는 알리스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 그녀에게 자기와 함께 살자고 구애한다. 이를 거짓으로 받아들인 알리스와 알프레드는 자신들의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집단심리를 이용해 이르씨를 집단 테러의 희생양으로 만든다. 그러나….

사실주의와 느와르 장르를 잘 혼합한 작품으로 전쟁 중 프랑스 시민들의 나치에 대한 협력을 은유한 내용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미셸 시몽의 중후한 연기가 뛰어나고 간교하고 냉정한 알프레드 역의 베르나르와 천사의 가면을 둘러 쓴 요부 알리스 역의 로망스도 잘한다. 이와 함께 그림자와 명암을 잘 이용한 흑백촬영도 훌륭하다.

쓴 맛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이 영화는 1989년에 ‘이르씨’(Monsieur Hire)로 리메이크 됐다. 이르씨로는 미셸 블랑이 그리고 알리스로는 산드린 본네르가 각기 나와 좋은 연기와 함께 몸에서 소름이 돋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파닉’이 최근 Criterion에 의해 블루-레이로 나왔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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