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비흡연 폐암 조직형 달라, 환자 35%는 비흡연자에 많은, EGFR 유전자 돌연변이 관찰
▶ 갱년기 여성 등 정기 CT 권고, 조기 발견땐 5년 생존율 64%
“우리나라 신규 폐암환자의 30%가 흡연율이 낮은 여성입니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도 50세 전후 갱년기에 유방암과 함께 폐암 검진을 함께 받는 게 좋습니다.”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 소장)은 “‘담배를 안 피우니 폐암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의 절반가량은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에 뒤늦게 진단 받는 실정”이라며 “50세 전후부터 5년에 한 번 정도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흡연자는 폐 편평상피세포암, 비흡연자는 폐 선암 많아
실제로 지난 2015년 신규 폐암환자 2만4,267명 중 30%(7,252명)가 여성이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신규발생 여성 암 중 유방암·대장암·위암에 이어 4위다. 같은 해 남성 신규 폐암환자는 1만7,015명으로 위암에 이어 2위다.
저선량 흉부CT로 폐암의심 결절(종양)이 발견되면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양 조직을 얻으려면 갈비뼈 사이로 긴 조직채취용 바늘을 찔러 조직을 얻는 생검(biopsy)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종양이 너무 작거나, 갈비뼈에 가려져 있거나, 깊숙한 곳에 위치해 검사용 조직을 얻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생검을 하다 폐에 구멍이 나 늑막강 안에 공기 등이 차는 기흉, 과다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는 잘 걸리는 폐암의 조직형이 다르다.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흡연자는 편평상피세포암에, 비흡연자는 선암에 잘 걸린다. 편평상피세포암은 기관지 내부·주변에 발생해 기관지를 막거나 내부를 손상시켜 기침, 객혈(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함께 배출),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같은 증상을 초래한다.
선암은 주로 기관지와 멀리 떨어진 폐의 주변부에 발생하며 늑막·흉벽을 침범해 가슴통증 등을 일으킨다. 비흡연 폐암환자에서 선암과 관련이 있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주 관찰된다. 우리나라는 폐암 환자의 35%가량이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 그래서 ‘이레사’ 같은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가 듣는 편이지만 편평상피세포암엔 반응이 시원찮다.
◇종양과 가까운 기관지 폐포 세척액, 돌연변이 유전자 조기 진단에 유용
EGFR 유전자 등의 돌연변이 유무를 신속·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 표적항암제 결정이 수월해지고 위험한 생검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계영 교수팀이 개발해 특허를 받은 검사법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종양 부위와 가까운 기관지 폐포(허파꽈리) 근처까지 내시경으로 접근해 식염수로 폐포를 세척한 뒤 회수해 암세포의 DNA 등을 검출하는 방법이다. 혈액에서 검출하는 방법보다 암을 암으로 판정하는 민감도가 훨씬 우수하고 안정적이다. 비소세포폐암 2~4기 환자에선 생검을 통한 조직검사를 능가할 정도다. 실제로 임상연구에서 생검을 통한 조직검사로 찾지 못한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15~20% 더 찾아냈다. 표적항암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그만큼 늘어난다.
폐암은 전체 암종 중 연간 사망자가 1만7,969명으로 가장 많다. 조기(1·2기) 발견율이 21%(위암 62%, 유방암 58%)에 그쳐 5년 생존률이 27%(위암·대장암·전립선암·유방암 등은 70% 이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64%까지 올라간다.
◇‘폐암 국가검진’으로 종양 발견 급증할텐데 암 진단 어려운 경우 많아
전국 14개 병원에서 약 2년 동안 실시한 시범사업에서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폐암 고위험군 1만3,345명 가운데 803명(6%)이 폐암의심 판정을 받았고 이 중 69명(전체의 0.5%, 11월말 기준)이 폐암으로 확진됐다. 69명 중 48명(70%)이 조기에 발견돼 일반 폐암환자 조기 발견율(21%)의 3.4배나 됐다. 저선량 흉부CT가 폐암 조기발견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미국·유럽에서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저선량 CT가 흡연자의 폐암 사망률을 각각 20%, 26%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사망률 감소 폭은 여성이 61%로 남성(26%)의 2.4배였다.
하지만 폐에 작은 결절이 발견될 경우 EGFR 돌연변이 등이 발견되지 않으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발견된 결절이 1㎝ 이하면 암인지 아닌지 진단하기 어려워 몇 년간 경과관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심리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실정”이라며 “1기 등 초기 폐암 환자에 대한 진단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유전자 패턴 연구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CT 영상에 안개가 낀 듯 희뿌옇게 보이는 ‘간유리 음영 폐암’도 비흡연자에게 많은데 생검이 쉽지 않다. 문영규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직경이 1.5㎝ 이상인 간유리 음영은 95% 이상이 주변 조직을 침투(침윤)하려는 활동성 암, 1㎝ 이상은 80~90%가 암인 반면 0.6㎝ 미만은 암까지 안 간 단계, 0.6㎝ 이상~1㎝ 미만은 암까지는 갔지만 아직 주변 조직을 침투하려는 활동성은 없는 암으로 나타났다”며 “림프절 전이가 없는 1기 간유리 음영 폐암은 폐를 크게 자르지 않아도 되고 주변 림프절을 제거할 필요도 없어 환자의 회복이 빠르고 수술 후유증도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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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