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경제칼럼/롱아일랜드 vs 롱아일랜드시티

2018-12-31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크게 작게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롱아일랜드의 아무 건물이나 하나, 급히 사 달라는 부탁이다. 아마존 본사가 거기로 옮겨갈 것이라는 고급(?) 정보를 알아냈단다. 그 사람은 롱아일랜드를 롱아일랜드시티와 혼동했다. 물론 지리적으로는 롱아일랜드시티가 롱아일랜드라는 긴 섬의 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동네다.

더욱이 그것을 자기만 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지역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거기는 원래 낙후지역(opportunity zone)으로 지정되기 힘든 곳이었다. 그런데도 지난 여름에 지정이 되면서 아마존이 세금감면을.. 어쩌고저쩌고 한 것이 언제 적 얘기인데.

사람들은 (특히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만 똑똑한 줄 안다. 그러나 지나친 오만함과 어설픈 유튜브 지식이 투자의 실패를 부르고, 절세를 탈세범으로도 만들 수 있다. 특히 앞으로 2년 동안 최악의 불경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들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본격적으로 불어 닥칠 롤러코스터의 세상, 떨어지는 칼날(falling knife)의 세상에서는 자신의 무지함을 빨리 인정하고 겸손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하늘에서 칼날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세상. 주식도, 부동산도, 비즈니스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저가매수’의 기회라면서, 떨어지는 칼을 잡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나만 똑똑한 줄 아는 사람들이다. 칼등을 잡았으면 그나마 천운. 그러나 칼날을 잡았으면 내 손가락은 피투성이가 되고 만다. 옆에 전문가를 대동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것도 투자다.

폭풍과 혼란의 시대가 온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폭풍우에서는 나대는 사람보다 겸손한 자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순풍에서는 비싼 항해 전문가를 쓰는 것이 돈 낭비일지 모른다. 그러나 태풍의 한 가운데서는 다르다.

너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라. 2400년 전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2500년 전에 공자는 이미 ‘아는 것을 안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라고 설파했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것도 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맞춘 개수를 세고 있지만, 공부 잘 하는 학생은 틀린 개수만 센다. 무지, 무능, 무식한 사람은 잘못된 결정을 내려 실패를 해도,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행복한 무지는 그러나 거기까지다.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하늘에서 칼날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세상. 그 속에서 모두 살아남길, 그래서 웃으면서 다시 만나길 바라면서, 2018년 마지막 칼럼의 문을 쾅 닫는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