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걸레

2018-12-23 (일) 10:42:21 임정현
크게 작게

▶ 제24회 워싱턴문학 신인문학상 수상작

▶ ■ 시부문 가작

거미도 제집을 지니고 사는
후미진 구석
머리를 헤쳐 푼 귀신같은 대걸레가
서서 졸다가
걸레통에 머리를 처박혀
담금질을 당한다

비눗물은 철벅 철벅 불평을 쏟아 내고
쥐여 짜인 대걸레의 머리채는
오물 덮인 바닥마다 내쳐졌건만
대걸레는 도리어 콧노래를 부른다
싸악싹, 쓰윽쓱, 빠악빡
대걸레가 내쳐졌던 길을 따라
별들이 이사를 온다

<임정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