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묵해야 할 때

2018-12-13 (목) 08:12:37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크게 작게
집집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선물을 준비하는 가슴 따뜻한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다소 들뜬 분위기 속에서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폐암에 걸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육십 평생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다른 때와 달리 피로가 더 느껴졌기에 그저 바빠서 그러려니 했다 한다. 어느 날 사물이 여러 개로 보여 검사를 해보니 뇌에 전이가 되었다는 사형선고 같은 말을 듣고 절망 상태에 빠져 있었다.

찾아가 보니 평소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던 그 분은 ‘청천벽력’같은 일에 상심해 하는 모습을 보여 마음이 아팠다.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몸에 좋다는 것을 구하러 다니고 그분의 남편은 민간요법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병원에선 항암치료 중엔 민간요법은 뒤로 미루고 잘 먹고 안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암세포에만 공격해 치료한다는 ‘표적 항암제’란 약이 있어 희망적이란 말을 듣고도 무서움을 떨쳐 버릴 수 없는 듯 했다.

그 와중에 매일 눈물 흘리는 가족과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기도와 위로의 말을 해주는 많은 분께는 미안하고, 고맙지만 한편으론 심신이 지쳐 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무섭게 다가오는 몸의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그분 곁에서 나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모든 암 환자가 그렇듯 ‘혹 죽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데 가족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끝없이 이어지는 유언비어에 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아팠던 나의 경험상 가족들 마음 아플까 속을 털어놓지 못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그분께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전문 상담자한테 속을 털어놓고 나서야 그동안 자포자기 했는데 이제부터 치료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는 소리를 듣고 안심이 되었다. 명언 중에 아르키메데스의 ‘말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은 침묵해야 할 때도 안다’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아는 것을 말로 뱉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묵해야 할 때도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잠시 침묵하며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안정시키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주위에 보면 아파도 혹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검진을 미루는 사람이 있는듯하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듯 미리미리 본인의 건강도 챙겼으면 한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한결같이 하는 말이 미리 검진 할 것을 후회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보내며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며, 주위의 몸과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분들께 하고픈 말 잠시 접어두고 진정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귀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