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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찌르는 듯한 편두통… 진통제 남용땐‘만성’ 된다

2018-11-20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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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100명 중 6명 꼴 편두통 절반 가량이 우울ㆍ불안장애 동반 조기 관리하면 잡을 수 있지만 대부분 치료시기 놓쳐 만성 악화

▶ 한 달에 15번 이상 만성 환자는 두통

칼로 찌르는 듯한 편두통… 진통제 남용땐‘만성’ 된다

우리나라 편두통 환자가 261만 명이 넘는데, 환자의 절반 정도가 우울과 불안장애까지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두통학회 제공>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1년에 한 번 이상 두통을 겪고, 3% 정도는 매일 머리가 아프다. 긴장형 두통(50%)과 편두통(30%)이 두통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편두통(偏頭痛)이 ‘한쪽 두통’이란 뜻이어서 많은 사람이 한쪽 머리가 아플 때에만 편두통이라 여긴다.
그러나 편두통은 양쪽 머리가 동시에 아플 때가 더 많다. ‘칼로 찌르는 것 같다’, ‘머리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다’ 등과 같은 심한 두통과 함께 위장관 증상, 즉 ‘체하면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심하면 메슥거리거나 토한다’ 등이 동반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머리가 아프면 밝은 빛이나 소리, 냄새 등에 예민해진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게다가 편두통 환자의 절반가량이 우울장애(51%)나 불안장애(48%)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다. 김병건 을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편두통은 조기 관리하면 잘 잡을 수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편두통으로 악화된다”며 “한 달에 두통 횟수가 5회 이상이면 만성편두통이 될 위험이 5배나 높다”고 했다.

4~72시간 머리 아프고 기절하기도


편두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한번 시작되면 짧게는 4시간, 길게는 72시간 머리가 아프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으로 흥분이 전달되는 중추성 감작, 즉 피부 통증, 피부 이상감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살을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 두통이 너무 심해 기절하기도 한다.

딱따구리가 쪼는 듯한 두통을 편두통으로 오인하지만 이는 ‘찌름 두통’이다. 두통과 함께 눈물, 콧물, 코막힘, 결막충혈 등이 집단ㆍ주기적으로 생기면 ‘군발(群發ㆍcluster) 두통’이다.

편두통은 성인 인구의 6% 정도(261만명)가 앓을 정도이지만 병원을 찾은 사람은 50만5,000여명에 불과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 유병률은 성인 인구의 6%로 국내 성인 편두통 환자가 261만여명으로 추산되지만 병을 제대로 알지 못해 치료하는 사람이 적다”고 했다. 조 교수는 “편두통은 심각성에 비해 이름 자체가 한쪽 머리가 아픈 증상처럼 지어져 환자가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환자는 서양인 환자보다 통증을 참고 일상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경향이 있어 두통을 별것 아니라고 치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편두통은 통증을 참더라도 그 여파로 인한 생활 속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편두통 환자는 업무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편두통 환자 159명을 조사한 국내 자료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평균 21일간 두통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간헐적으로 머리가 아픈 ‘삽화성 편두통(episodic migraine)’ 환자의 3%가 1년 후 만성편두통으로 바뀐다. 약물과용, 비만, 무해자극통증, 우울, 불안, 불면, 카페인중독 등이 삽화성 두통을 만성화시키는 요인이다.

만성편두통 환자는 인구의 1.8%나 되지만 제대로 치료받는 환자는 15%에 불과하다. 편두통이 월 15회 이상이거나, 하루 4시간 이상이거나, 한 달에 8일 이상 3개월 넘게 나타난다면 만성편두통으로 진단된다. 대한두통학회는 한 달에 8회 이상 두통이 생긴다면 만성편두통을 염두에 두고 두통 전문의를 찾기를 권한다.


편두통 없을 때 예방약 먹으면 효과

편두통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편두통 환자는 뇌가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또 안면감각을 담당하는 3차신경 말단에서 특정 신경전달물질(CGRP)이 많이 분비된다. 이 물질은 뇌혈관을 확장ㆍ흥분시켜 통증을 일으킨다.

편두통 환자의 25%에서 두통이 생기기 전에 조짐이 나타난다. 눈에서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이거나 한쪽 손이 저린 것이 대표적이다. 김병건 교수는 “이런 신경학적 조짐이 한 시간 가량 지속하다 두통이 온다”고 했다.

편두통은 대부분 약으로 치료한다. 급성 치료와 예방 치료로 구분한다. 편두통이 1주일에 2~3번 이하로 생기는 환자는 급성 치료가 도움된다. 편두통이 생겼을 때 진통제를 먹어 최대한 빨리 두통과 동반 증상을 완화하면 된다.

한 달에 15일 이상 머리가 아프고 동반 증상이 심하면 만성편두통이다. 이런 만성편두통 환자에게는 예방 치료가 효과적이다. 두통이 없을 때 예방약을 먹어 통증을 미리 조절하는 것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편두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혈압약(베타 차단제ㆍ칼슘 채널 차단제)ㆍ항우울제ㆍ항경련제 등을 먹는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예방약을 먹으면 편두통 빈도를 줄이고 강도를 낮출 수 있다”며 “어지럼증ㆍ멀미 등 동반 증상이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보톡스로도 만성편두통을 치료한다. 보톡스를 3차신경이 분포된 얼굴ㆍ관자놀이ㆍ어깨 등에 주사하면 두통을 일으키는 신경차단물질이 분비되지 않아 통증이 감소한다. 효과는 3개월 정도다.

편두통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로 피곤할 때 심해진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로 건강을 유지하는 게 편두통 관리의 기본이다. 하루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섭취량이 줄이면 카페인 금단성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평소에 커피를 1~2잔 정도 마시는 게 적당하다. 얼굴ㆍ어깨ㆍ목 뒷부분을 자극하는 마사지와 냉찜질도 편두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

김지수 교수는 “편두통이 있을 때마다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으면 만성으로 악화하기 쉽다”며 “치료가 늦을수록 치료법이 복잡해지고 치료기간도 길어지므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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