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투표 참여의 의미와 효과

2018-11-04 (일) 10:34:20 이내원 재미한국학교 협의회 자문이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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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참여가 왜 그리 중요한가?
미국이 자랑하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란 국민이 주인이 되어 자기를 대변할 대의원을 뽑아 의회로 보낼 권리를 갖는 정치제도를 말한다. 대의원을 뽑는 과정을 선거라고 하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투표권인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새겨야 할 점은 ‘투표’란 주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리인 동시에 반드시 참여하여 행사를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한 양면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투표참여를 하지 않는 행위는 ‘주인이 주인이기를 포기하고 집나간 떠돌이가 되겠다는 말’ 과 같다. 끔찍한 일이다. 한편, 태어난 조국을 떠나 미국에 입양국민이 된 우리 미주 한인들에게 투표 참여란 또 다른 의미의 절실한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거대한 고요의 바다와 같은 합중국 미국의 물 밑에서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초강대국 미국의 영향력과 혜택을 좀 더 차지하는가를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경쟁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유태계가 미국의 힘을 통째로 빌려 살기 띈 눈총 속의 외로운 조국 이스라엘을 잘도 지켜 나가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기만 하고 있다. 답을 알면서도 손을 놓고 딴전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력 신장만이 우리의 잘 살길이요, 나아가 강대국 사이에서 고전하는 조국 대한민국에 외교 지원군이 될 수 있는 절묘한 카드인데 손에 쥐고도 이를 쓰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위안부 인권 미 연방의회 의결, 잇따른 위안부 기림비 설치의 각 지역 확산, 그리고 2014년 버지니아 동해 병기안 주 의회 가결 등은 강대국 일본의 막강한 외교력과 치밀한 로비 운동을 한인 동포들의 미숙한 정치력만으로도 보기 좋게 이겨 낼 수 있었다는 결과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워싱턴은 과연 안녕 하신가?’ 묻고 싶어진다. 정치 1번지 워싱턴의 정치력 신장, 풀뿌리 운동의 지향성은 사라지고 동포 대표 조직인 한인회는 시대에 따­른 세대교체를 거부하며 회칙 타령이나 하는 노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 정치력 운동에서 뉴욕의 유권자 시민 연대가 한참 앞서 있고 최근에는 보스턴과 L.A를 기반으로 한 KAA(Korean American in Action)라는 새로운 시민운동이 시작되고 있는데, 1번지 워싱턴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앞장 설 리더를 내지 못했으면 뒤에서 받쳐줄 풀뿌리 군단을 동원하는 성의를 보다 철저히 실행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만 했더라도 지난 여름 국회의사당 풀뿌리 참여인원 600명을 800명으로 늘려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만 하다.

한인회를 맡은 사람들은 누가 더 정치력 신장을 잘할 수 있는가를 경쟁해야 한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지도부도 한국학교를 한글 언어학당으로 한정하지 말고 유태계와 같이 민족학교로 운영하여 한국학교의 방대한 조직을 내가 제안했던 ‘실행적 민주 교육’ 개념의 계기교육을 실행하여 한인 투표율을 현 40-50% 수준에서 유태계의 80-90% 실적을 쫓아 적어도 60-70%는 도달하는 기초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력 신장은 한인 모든 조직과 단체가 힘을 합해 이룩해야할 생존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내원 재미한국학교 협의회 자문이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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