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렬한 햇빛이 빚어낸 몽환적인 장관

2018-10-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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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비경 ‘더 웨이브’

▶ 80마일 내 사람 없는 곳, 혼자서 산행은 피해야

강렬한 햇빛이 빚어낸 몽환적인 장관

뜨거운 용광로속 소용돌이치는 불꽃 형상의 강렬한 느낌이 드는 사암 위에 거북이 등 모양의 흰색 바위가 얹어진‘화이트 포켓’은 허가증이 없이 방문 할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다. <정철 여행작가>

새벽 4시.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고원 사막 주차장에 도착했다. 어제 늦은 오후, LA를 출발하여 쉬지 않고 달려 9시간 만에 도착했다. 장시간 운전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곳을 찾을 까닭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곤함도 잊은 채 어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린다. 이곳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매혹적이며 신비한 기하학적 곡선이 살아 꿈틀대는 세계 10대“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비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전문 사진가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더 웨이브(The Wave)란 곳이다.

정확히 파리아 캐년-버밀리온 클리프 자연보호구역 Paria Canyon-Vermilion Cliffs Wilderness 구역에 숨겨져 있는데 파리아 Paria는 고대 인디언 언어로 ‘진흙탕’이란 뜻을 지녔다.

더 웨이브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 이곳은 아주 오래 전에 얕은 바다였다. 다른 색을 지닌 모래와 침전물이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독특한 형태로 퇴적되었다. 이후 지각이 솟아올라 육지가 되었고 풍화작용과 빗물의 침식이 거듭되었다. 특히 거센 바람과 함께 실려온 미세한 모래가 부딪히고 특정 지역에서 회오리가 일면서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푹 찍어낸 듯한 크고 작은 움푹 패인 침식지형이 탄생했다.


더 웨이브 부근은 지구상 살아 있는 지질학 표본이자 자연사 교과서로도 알려져 있다. 수천 겹의 붉은색 사암 지층은 발로 밟거나 손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부서지며 부근에는 주라기 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공룡 발자국, 동물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은 정부기관(BLM·Bureau of Land Management)의 출입 인원 제한 및 보호를 받고 있다.

반경 80마일 이내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로 이곳을 방문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폭우가 기습적으로 내리는 여름~가을철의 몬순시즌에는 산행이 시작되는 주차장까지의 왕복 17마일 비포장도로가 진창길로 변해버려 차량 이동이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기관 측은 4륜구동 차량을 추천하지만 비 소식만 없다면 세단으로도 갈 수 있다.

BLM 측은 충분한 식수(1인당 1갤런을 권장한다)를 챙겨갈 것과 무더운 여름철(6~9월) 산행은 가급적 피하라고 권장하며 만약 여름철 산행을 계획한다면 최대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일찍 돌아오는 것도 추천하고 있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1~4시는 걷지 않는 것이 좋다. 초행이라면 가급적 길눈이 밝고 산행 경험이 많은 이와 함께 가는 것이 좋고 절대 혼자서 산행하는 일은 피해야겠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초행에 비슷비슷한 자연 풍경 때문에 길을 잃고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튼튼한 신발 착용은 필수며 모자와 선크림, GPS 또는 GPS 앱이 깔린 스마트폰과 응급 처지 키트, 야간산행을 대비한 비상등을 꼭 챙겨가자.

산행이 시작되는 와이어 패스(Wirepass)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다면 벅스킨 걸치(Buckskin Gulch)의 지류이기도 한 코요테 와시(Coyote Wash)마른 개울을 따라 0.6마일(약 1km)을 걷는다. 언덕으로 이어지는 웨이브 트레일(Wave Trail)을 가리키는 유일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부터는 멀리서 쉽게 보이는 형광색 입산 허가증을 배낭에 매달아야 한다는 경고문이 부착되어 있다. 입산 허가증 없이 출입하다 발각될 경우 평생 허가증 응모, 웨이브 입산 자체가 금지되며 수백달러의 범칙금을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절대 허가증 없이 입산하지 않도록 하자.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이때부터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길이 펼쳐지며 0.6마일(1km)를 더 걸어 들어가면 40도 경사의 가파른 사암지대가 나온다. 이때부터 부서지기 쉬운 사암 지대를 걸어야 하는데 BLM 센터에서 나눠준 등고선이 표기된 지도와 사진 속 지형을 보고 웨이브까지 이정표나 팻말 없이 찾아가야 한다.

마지막 구간인 0.5마일 길이의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오르면 꿈에 그리던 더 웨이브에 도착하게 된다. 한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사암이 만든 그늘에서 미리 챙겨온 간식과 물을 마시면서 숨을 고르자. 이제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비경” 웨이브의 풍광을 카메라와 캠코더 속에 마음 가는대로 담는 시간만 남았다.

●여행수첩


▲입산 허가증은 어떻게 구할까?

부서지기 쉬운 탓에 출입 인원은 하루 2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4개월 전 인터넷 사이트(www.blm.gov/az/st/en/arolrsmain/paria/coyote_buttes.html)를 통해(인터넷 응모비 7달러, 참가비 1인당 5달러) 예약이 가능하며 매달 1일, 하루 10명분의 출입 허가증 발표와 함께 당첨 유무를 결재과정에서 미리 등록한 이메일로 알려준다.

▲케납 BLM 방문자 센터

주소: 745 E. Highway 89 Kanab, UT 84741

전화: 435-644-1300/1301

시간: 오전 8시~오후 4시30분

웹사이트: www.blm.gov

▲가는 길

로스앤젤레스→라스베가스→I-15→세인트
조지 St. George→UT9→UT59/AR389→ AR89A→AR89→House Rock Valley Rd→남쪽 8.5마일(비포장)→와이어패스(Wirepass)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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