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울물 졸졸… 도토리 툭툭… 가을 자연에 심신 충전

2018-10-19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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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 졸졸… 도토리 툭툭… 가을 자연에 심신 충전

Switzer Falls.

LA지역에 살면서 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이래저래, 샌게브리얼산맥을 동서로 관통하며 La Canada에서 Wrightwood를 잇는, 전장 66마일의 Angeles Crest Highway(Hwy2)를 자주 이용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드라이브 자체를 즐기는 듯한 오토바이들과 포오쉐, 페라리 등 고급 스포츠카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왕복 2차선으로 잘 포장된 길이, 인적도 거의 없이, 아름답고 험준한 고산준령들 사이 사이를 뚫고 100km가 넘는 거리를 구불구불 뻗어 나가니, 이러한 환상적인 길이 또 몇이나 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Hwy2는, LA에서 불과 1~2시간 사이에 백두산보다 높은 험한 산들의 자락에 곧바로 닿을 수 있게 해주니 등산객들에겐 가히 Royal Road라 하겠고, 거칠고 웅장한 만학천봉 비경에다 간단없이 굽고 펴지는 굴곡까지 있으니 드라이브족에게는 그야말로 Dream Road라 하겠다.

오늘 소개코자하는 Switzer Falls 등산 코스는, 이 Hwy2의 등장과 함께 그 명암이 크게 엇갈린 사연을 간직한 곳이다.
개울물 졸졸… 도토리 툭툭… 가을 자연에 심신 충전

Switzer Trail Campground 주변의 등산로.

Perry Switzer라는 목수가 있었다. 한때 건강이 나빠졌었으나 샌게브리얼산맥에 들어와 요양을 하면서 몸이 회복되었고, 이에 아예 이곳에서 살기로 작정을 한다. LA 강의 지류인 전장 25마일의 Arroyo Seco의 상류 5마일 지점에 집을 짓고 등산객을 상대로 숙식을 제공하는 Trail Resort사업을 구상해 낸다. 그러나 주위의 사람들이, 곰과 산사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깊은 산속에 누가 들어가서 돈을 내며 잠을 자겠는가, 라며 모두 적극 말리는 것이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이를 추진해 나갔고, 결국엔 이를 성사시킨다. 1884년의 일이다.


Arroyo Seco란 “Dry Stream”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인데, 1770년에 이 곳을 탐험했던 Gasper de Portola가 부여한 지명이라고 한다. 그가 답사한 계절이 마침 가을철 갈수기로 물의 흐름이 미미하였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상류가 아닌 하류쪽만 답사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보이는데, 사실 이 곳은 연중 내내 맑은 물이, 특히 상류로 가면 더욱, 흘러내리며 Oak, Alder, Maple 등이 우거진 시원하고 아름다운 개울이 있는 숲이며 계곡이다.

Switzer가 이곳에 Resort를 지었을 그 당시에는 등산객들이 이 곳을 찾아 오려면, Alta Dena에서부터 걷거나 말을 타고 9마일의 거리를 60여번에 걸쳐 냇물을 건너며 들어와야 하는 심산유곡의 오지였다고 한다. 그가 공사에 필요한 물자나 생필품을 운반하기위해 이용한 당나귀 마차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며 개울을 건너 다닌다고 하여, “Perry제독(Commodore)” 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데, 이 “Perry” Switzer제독은, 산을 사랑하여 그와 함께 Camp에서 살고 있던 젊은 부부 Bob & Liz Waterman과 함께 1889년에 3주간의 일정으로 샌게브리얼 산맥을 종단하는 탐험을 하게 되고, 이때 이들이 오른 산 가운데 하나를 Liz에게 헌정하여 Lady Waterman’s Peak(현재는 Mt. Waterman으로 불림)으로 명명한 그 일화속의 주인공이다.

그가 세운 숲속의 Lodge를 Switzer Camp라고 했는데, 0.5마일 아래에 있는 Switzer Falls와 함께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1912년에 이르러 Lloyd & Bertha Austin부부가 이를 인수하여 경영을 하게 된 후로는, 그들의 각별한 친절과 배려에 힘입어 더욱 인기가 올라가서, 주말에는 수백명씩의 인파가 몰리는 샌게브리얼 산간지역 최고의 Trail Resort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이 Switzer Camp의 숙박등록부에는 Henry Ford, Shirley Temple, Clark Gable, Mary Pickford 같은 유명인사들의 이름도 올라간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랄까 이런 호시절도 1936년을 고비로 종언을 고하게 된다.

1929년에 죄수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착공되어 샌게브리얼산맥을 야금야금 관통해 들어가던 2번 도로가 드디어 이 해에 Red Box까지의 1차 구간이 개통되어진 것인데, 이로써 이때 쯤 이미 대중화된 자동차를 이용하여 불과 1~2시간이면 더 깊은 산악지역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됨으로써, Switzer Camp는 예전의 “깊은 계곡”으로서의 의미가 쇠퇴하게 되고, 급격히 방문자가 줄어 들게 되었던 것이다.

마침내 1959년에 모든 건물이 철거되어짐으로써, 한때 크게 붐비던 Switzer Camp의 영화는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고, 그 자리는 아무런 시설이 없는 채, Switzer Trail Campground 라고 불리게 되고, 2번 도로에 연결된 1.5마일쯤의 상류엔 기본적인 위락시설이 갖춰져서 Switzer Picnic Area로 불려진다.

오늘날의 Switzer Falls 코스는, 이 Switzer Picnic Area(3300’)에서 시작하여, 울창한 숲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Arroyo Seco 를 따라 폭포까지 2마일에 걸쳐 400’쯤의 고도를 내려가는 것으로, 대단히 쾌적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LA로 부터의 거리도 가까워 특히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드는데, 산행시간은 왕복 3~4시간이면 된다.

가는 길
Freeway 210에서 La Canada의 Hwy2의 East Exit으로 나와 동쪽(산쪽)으로 9.2마일을 가면 길이 왼쪽으로 갈라지는, Clearwater Creek이라고 부르는 3거리가 나온다. 왼쪽 길은 Palmdale 쪽으로 가는 Angeles Forest Highway로 우리가 가고 있는 Angeles Crest Highway와는 별개의 다른 도로이다.
우리는 직진한다. 이 3거리에서 불과 0.4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Switzer Picnic Area임을 알리는 큰 표지판이 서 있다. Hwy Mile-marker로는 34.14지점이며, LA 한인타운에서는 23마일쯤의 거리가 된다.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경사길을 따라 0.5마일을 내려가면, Live Oak의 녹음이 짙은, 시원한 계곡에 자리한Switzer Picnic Area에 닿는다.


주차장 아래로 서남쪽에 있는 운치있는 다리를 건너, Arroyo Seco 개울의 흐름을 끼고 완만한 내리막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간다. 등산로는 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의 왼쪽 둑을 타고 이어져 내려간다. 개울에 가까운 쪽으로는 거목으로 자라있는 Alder들이 무성하고, 그 바깥쪽으로는 역시 크게 자란 Live Oak, Maple, California Bay Laurel, Sycamore들이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봄철이나 우기에는 흐르는 물의 양이 제법 많은데, 건기라 하더라도 자그마한 물레방아쯤은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만큼의 맑은 물이 흐른다.

등산코스
가을에 이 곳을 찾으면 물 흐르는 소리는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듣기가 쉽지 않은 대신, 간단없이 “후두둑 딱 툭툭” 소리내며, 낙엽층 나무등걸 바윗돌들 위에 떨어지는 도토리들의 낙하음이 완연 귀를 즐겁게 해준다. 또 드문드문 곱게 단풍이 든 Maple들은 이에 질세라 눈을 즐겁게 해주고,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속에는 지천으로 나무잎들이 잠겨 있어, 바로 이것이야말로 대자연의 맛과 내음이 녹아든 청정약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봄에는 계곡의 양쪽 기슭으로 여러가지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낸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이 계곡의 서정에 심신을 듬뿍 적시며 1.5마일쯤을 가다보면, 트레일 왼쪽의 자그마한 나무밑 공터에 3개의 철재 Stove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이른다. Switzer Trail Campground 이다.

여기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개울을 건너면서 오름길로 접어든다. 계곡의 남쪽 둑 위로 높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면 이제 계곡은 왼쪽 발 아래로 가물가물하고, 정면으로는 Bear Canyon과 그 주변의 무쌍한 산세가 탄성을 자아낸다.

대략 0.4마일을 나아가면 왼쪽의 Bear Canyon Trail 과 오른쪽의 Gabrielino Trail 로 갈라지는 갈림길에 이르게 된다. Gabrielino Trail 은, 그 옛날에 Switzer Camp를 찾아서 수많은 선남선녀들이 오르고 내리던 길로서, Alta Dena쪽으로 이어지는데, 통행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어제와 오늘의 시간을 차단하는 관문인양 길을 막고 서 있다.

우리는 Bear Canyon 을 향해 왼쪽의 좁다란 내리막 길을 간다. 다시 0.4마일쯤을 가면, 등산길이 왼쪽으로 급하게 꺾이며, 계곡을 향해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개울바닥에 이르면 사람들의 발자취가 좌우로 나뉘는데, 폭포는 왼쪽(상류쪽)으로 가야한다. 굽어지는 계곡을 따라 0.2마일쯤을 돌아들면 이윽고 Switzer 폭포에 다다른다. 50’ 낙차의 제법 큰 폭포이고 주위의 바위들과 나무들의 분위기도 썩 좋은 편이다. 상쾌한 계곡의 기운을 즐기며 쉴만큼 쉰다음 돌아갈 땐, 내려 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올라가도록 한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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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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