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적 뜸해 원시의 분위기… 경험자와 동행은 필수

2018-08-24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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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ter Ridge ( 7499’)

인적 뜸해 원시의 분위기… 경험자와 동행은 필수

Copter Ridge의 정상부에서 휴식중인 등산인들.

인적 뜸해 원시의 분위기… 경험자와 동행은 필수

Copter Ridge의 서쪽 계곡 전망.


인적 뜸해 원시의 분위기… 경험자와 동행은 필수

Copter Ridge에 이르는 등산로.


아마 우리 LA를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LA가 산악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듯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 LA는 엄연히 Mountain Town이다. LA의 북쪽은 백두산(2744m=9056’)보다 더 높은 산들이 즐비한 샌게브리얼 산맥이 커다란 병풍으로 우뚝 솟아 있어, 연중 거의 절반은 계곡마다 흰눈을 간직하고 있는 별천지를 이루고 있음이 분명한 사실이다. 또 지질학적으로도 LA는 샌게브리얼 산맥이 존재함으로써 파생되어진 분지라고 한다. 즉 장구한 세월에 걸쳐 샌게브리얼의 산들이 눈이나 빗물에 침식되어지며 그에서 하구로 흘러내린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것이 우리의 삶의 터전인 LA분지라는 것이다.

LA의 ‘현빈의 문’인 샌게브리얼 산맥은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에 걸쳐 2겹 3겹으로 산줄기들이 벋어있는 형국인데, 오늘은 그 중에 가장 깊게 자리하고 있으면서 인적도 아주 드물어, 서구문명이 이 땅을 뒤덮기 이전의 원주민들이 살던 원시의 산림과 유사할 분위기라고 생각될 만한 곳을 찾아 간다.

샌게브리얼 산맥의 줄기는, 필자 나름의 관점으로는, 동쪽의 San Sevaine Flats에서부터 서쪽으로 Etiwanda(8662’), Cucamonga(8859’)를 거쳐 Bighorn(8441’), Timber(8303’), Telegraph(8985’), Thunder(8587’)를 지나 Harwood(9552’), Baldy(10064’)로 이어진 후 Dawson(9525’), Pine(9648’)에 이르고 다시 Pine Mountain Ridge를 타고 뻗어가서 Baden Powell (9399’)에 연결되어지고 Burnham(8997’), Throop(9138’), Hawkins(8850’), Islip(8250’)으로 향하다가 다시 Williamson(8214’)으로 연결된 후 Pleasant View Ridge를 따라 Pallett(7760’), Will Thrall(7845’)로 뻗은 뒤에는 Little Rock 쯤에서 Mojave사막으로 수렴되어지는 대략 40여 마일에 이르는 산줄기가 중심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서 Mt. Baden Powell에서부터 Mt. Islip까지의 7~8마일 구간은 능선의 고도가 9000’ 내외로 높고 남북 양쪽으로 시야가 툭 터져 있어, 가히 샌게브리얼 산맥의 중추라고 할 만하다. 이 동서로 이어지는 큰 줄기에는 다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몇 개의 작은 줄기들이 붙어있으니, Baden Powell에 붙어있는 Ross Mountain 줄기, Hawkins에 붙어있는 Copter Ridge 와 또 하나의 Hawkins Ridge, Islip에 붙어 있는 Islip Ridge 들이 그것이다.


이들 4개의 작은 줄기들은 모두 샌게브리얼 산맥의 다른 곳들에 비하면 사람의 발길이 현저히 뜸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Copter Ridge는 그 존재 자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채, 등산을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아마도 시에라클럽의 HPS Peak-bagging을 염두에 두고 이를 추구하고 있는 극소수의 등산인만이 이곳을 찾고 있기에, 아직은 거의 원시상태로 남아있는 것이겠다.

눈길을 걸어갈 때,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순결한 길이라면, 웬지 동심으로 돌아간 듯 가슴이 설레지는 것이 우리네 보통사람의 정서이듯,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준 전인미답의 Copter Ridge를 찾아, 푹신한 토양과 수북한 솔잎을 밟으며 산행을 하는 기분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단거리로 산행코스를 잡을 경우, 왕복 9마일에 순등반고도 3450’이 되고, 약 7시간 내외가 소요되는데, 등산의 후반부는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므로, 홀로 산행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등산경험이 많고 이 지역의 지리를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또한 이 산행은 등산시의 순등반고도가 1850’임에 비해 되돌아 나올때에도 1600’의 고도를 ‘등산’해야 하기에 이에 대한 시간이나 체력에 대한 배려가 따라야 할 것이다.

산행도중에 물을 보충할 데가 없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하며, 등산로 입구까지 운전하여 오고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Head Lamp, 보온용품 등을 필히 소지해야 하겠다. 지형적으로 위태로운 구간은 없으나, 중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산인 Mt. Hawkins 는 정상의 고도가 8850’(2700m)나 되는 고산이므로, 날씨가 평온치 않은 날에는 산행을 삼가야 한다. 늦어도 오후 4시까지는 산행을 마친다는 계획으로 산행에 임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가는 길

이곳을 갈 수 있는 루트는 다양하다. Azusa쪽으로 들어가 Crystal Lake Camp Area(5800’)에서 시작하여 Windy Gap을 거쳐 산행을 할 수가 있는데, 왕복 13.4마일에 순등반고도가 4900’가 된다.


La Canada쪽으로 들어가는 Angeles Crest Highway(SR-2)를 이용할 때에는, Islip Saddle (6680’)에서 시작하면 왕복 13.5마일이 되고, Dawson Saddle(7920’)에서 시작하면 왕복 9.6마일이 된다.

그러나 오늘은 가능한 한 걷는 거리를 줄이기 위하여, SR-2의 Mile-marker 66.37지점 (7240’)에서 시작하는 루트를 안내코자 하는데, 이렇게 하면 왕복 9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3450’가 되고, 대략 7시간이 소요되는 산행이 된다.

I-210에서 SR-2 Exit로 나와서 동쪽으로 41.6마일을 가면, Mile-marker 66.37이라는 표지가 꽂혀있는 지점에 닿게 되는데, 마일표지 외에는 여타의 특별한 간판이나 시설이 없으므로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칠 수가 있다. Islip Saddle을 조금 더 지난 곳이며, LA 한인타운에서는 대략 55마일의 거리가 되는 지점이다. 널찍한 남쪽 노변에 주차한다.

등산코스

주차한 곳(7240’)에서 동쪽으로 가까이에 남쪽의 능선을 향해 오르는 확연한 발자취를 볼 수 있으니, 이를 따라 오르면 된다. 가파른 오름길이지만 불과 0.25마일의 짧은 거리로, 바로 Windy Gap(7588’)에 서게 된다. 불과 10여분 만에 능선위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터가 PCT와 중첩되는 능선구간인데, Mt. Baden Powell 로 갈 수 있는 왼쪽 길을 따른다.

Hawkins Ridge Trail Junction(8380’)까지는 약 800’의 고도를 오르는 1.4마일의 구간으로 보통은 1시간 내외가 걸린다. 주로 능선을 따라 나 있는 길 주변에는, 유난히 고사목들이 많이 서있는데 또 다른 특이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벌써 오래 전에 삶을 마감한 나무들이지만 여전히 향기롭고 굳건하고 아름다운 존재이고 보니, 우리네 인간이나 동물들보다는 훨씬 더 자연친화적으로 진화가 잘 되어진 것이 바로 식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갈라져 나가는 Hawkins Ridge Trail Junction에 닿게 되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이다.

이제 비로소 Mt. Hawkins의 정상에서부터 남쪽으로 뻗어 내리는 Copter Ridge가 보인다. 30분 가까이 등산로를 따라가면 그리 커 보이지 않는 Mt. Hawkins의 정상부를 길 오른쪽에 둔 채, 앞으로 나가게 되고, 곧 이어 자그마한 능선위에 오르게 되는데, 이때 오른쪽으로 바짝 꺾여 길이 나있는 것을 보게 된다. 직진하면 Mt. Throop, Burnham, Baden Powell 에 이르게 되나, 우리는 여기서 우측으로 꺾이는 길을 따라 간다. 불과 0.1마일 정도의 거리로 곧바로 Mt. Hawkins 정상(8850’)에 올라서게 된다.

사방의 전망이 대단하다. 남쪽을 보고 선다. 바로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산줄기가 바로 Copter Ridgeline 인데, 이 산줄기를 따라 2마일에 걸쳐 1050’쯤의 고도를 점진적으로 내려가서, 이윽고 고도 7499’ 지점까지 가야 한다.

다소 생경한 단어인 Copter Ridge라는 이름은, 1953년에 이곳에 추락했던 B-47 Helicopter 사고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부여된 것이라고 한다. 조금 내려가다 보면, 산줄기가 좌우로 갈라지는데 우리는 오른쪽의 중심줄기를 따라간다. 사람들의 발자취는 거의 없으나, 나아가기에 특별히 어려울 일은 없다.

얼기설기 쓰러져 길을 막은 채 삭아가고 있는 나무들로 어수선한 곳이 있는가 하면, 잘 손질된 조선의 양반집 뜰 같은 정갈한 공간이 있고, 굳건히 선채로 풍우한설을 맞으며 하얗게 바래어가는 고사목들이 있는가 하면, 그 옛날 시골마을의 뒷동산같이 푸르고 정겨운 소나무 동산들이 있다. 간혹 Sugar Pine 도 섞여있으나 Jeffrey Pine 이 중심으로 대단히 푸르고 윤택하다.

대체로 부드러운 풀들이 푹신한 흙을 덮고 있는 덤불지대가 있는 Saddle 에 이른다. 이곳을 지나 50m쯤 높이의 부드러운 봉우리에 올라서면 이곳이 7499’ 고도의 Copter Ridge Point 이다.

또한 이 Copter Ridge는 처음에는 다소 거칠고 산만한 산세를 보이지만, 능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편안하고 정결한 지세로 변모한다. 조선의 옛책 ‘정감록’에는 환란을 피하기 위한 10승지가 언급되어 있다는데, 바로 이렇듯 깊숙하면서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무진경개를 이루고 있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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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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