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톡톡 튀는 아이디어 돋보이는 매물사인 ‘짱’

2018-08-23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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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비용 들이지 않고 바이어 눈길 사로잡는 효과, ‘퍼레이드 관람 명당‘ 귀신 안나와요’등 내용 다양

▶ 전문가들“집 내놓은 뒤 독특한 마케팅 방법 중요”

최근 한 부동산 에이전트가 공룡 분장을 하고 리스팅 사진에 등장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집을 내놓은 뒤부터는 이처럼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에이전트는 오픈 하우스를 통해 무료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기도 하고 일부 고가 매물의 오픈 하우스에는 라이브 밴드가 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나 바이어의 관심을 받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 앞마당에 설치하는 매물 사인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매물 사인의 예를 모아봤다.

■ 우리 남편 바람났어요

순조로운 주택 거래를 위해서는 셀러의 정직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택과 관련된 사항을 숨기거나 사실과 다르게 공개했다가 주택 거래가 중도에 깨질 때가 많다.


그런데 매물 사인에 가정사까지 가감 없이 공개해서 주택 판매에 성공한 셀러가 있다. 오리건 주 교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주택 시장 침체로 숏세일과 같은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집을 처분해야 했다.

가격이 낮은 급매물이 판을 치던 시기라 어떻게 해서든 매물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매물 사인에 당시 바람을 피우던 남편의 사연을 적어보자는 것이었다. 남편이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딴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내놓게 됐다는 웃기지만 슬픈 사연을 매물 사인에 공개했다.

더욱 우스운 사연은 이 같은 아이디어에 남편도 동의해 제작 비용을 부담했다는 것. 바람난 남편의 사연이 적힌 매물 사인이 앞마당에 내 걸리자 소문은 하룻밤 사이에 전역에 퍼졌다. 바이어의 관심을 끄는데 대성공한 여성은 집을 내놓은 지 23일 만에 주택 처분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부는 그 뒤로 결국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게 됐다.

■ 퍼레이드 관람 최고의 명당 자리

주택을 구입할 때 위치 조건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좋은 위치 조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학군이 우수하고 생활 환경이 쾌적한 지역을 좋은 위치 조건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축제 때 실시되는 퍼레이드를 최고의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위치 조건을 앞세워 바이어들의 관심을 받게 된 사례도 있다.

애리조나 주 스노우플레이크에 거주하는 애덤 화이트는 집을 내놓았지만 3달 가까이 지나도 보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자 상심에 빠진 상태였다.

집을 팔기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찾아야만 했던 화이트는 도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퍼레이드를 떠 올리게 됐다. 그 지역에서는 가장 큰 행사인 퍼레이드가 매년 7월 말 실시되는데 퍼레이드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화이트의 집 앞만큼 명당자리가 없었던 것.


화이트는 매년 수천명이 찾는 퍼레이드를 매물 홍보에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에 앞서 화이트씨는 집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는데 현수막에는 ‘이 집을 구입하면 매년 퍼레이드를 마음껏 관람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퍼레이드를 찾은 방문객들은 화이트의 집에 걸린 현수막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퍼레이드 당일 무려 40여 명이 집을 보고 갔다고 한다.

■ 귀신 나오지 않아요

팔려고 내놓은 집이 무려 10년 동안 팔리지 않는다면 귀신들린 집이란 소리를 들을 법하다. 그런데 아이다호 주 ‘코들레인’(Coeur d’Alene)에 실제로 그런 집이 있었다.

물론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집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을 뿐 소위 말하는 귀신이 출몰하는 집은 아니었다. 10년 동안 팔리지 않은 집의 판매를 담당하게 된 리스팅 에이전트 제프 메이슨은 기발한 아이디어 없으면 집을 팔기 힘들겠다고 판단,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약 10달러의 비용을 들여 매물 사인에 위에 추가 설치할 사인을 제작했는데 추가 사인에는 ‘이 집은 귀신 들린 집이 아닙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바이어들이 근거 없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오해를 풀어보겠다는 목적이었다. 메이슨 에이전트에 따르면 추가 사인을 설치한 뒤로부터 바이어들의 전화 문의가 하나둘씩 이어졌다고 한다.

■ 길 건너 (공동 묘지) 동네 이웃은 조용합니다

공동묘지 인근의 주택은 바이어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왠지 모를 음산한 느낌때문이다. 그러나 공동묘지에 접하고 있는 주택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들도 꽤 있다. 주말마다 파티를 여는 시끄러운 이웃보다는 조용한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뉴욕 피츠포드 지역의 한 매물은 공동묘지를 길 건너편에 둔 주택이었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공동 묘지라고 하면 으레 떠 올리게 되는 부정적인 느낌 대신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강조한 사인을 매물 사인 위에 걸어 놓았다. 사인은 ‘길 건너편에 조용한 이웃들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내용이었다. 오픈 하우스를 찾은 바이어들은 길 건너편 공동묘지를 보게 됐지만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사인의 내용에 미소를 짓게 됐다. 결국 이 매물은 사인 덕택에 얼마 되지 않아 새 주인을 만났다고 한다.

■ 구입자에게 무료 피자 제공

세상에 공짜 싫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특히 먹을 것으로 무료로 제공한다면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부동산 에이전트 더그 밀러는 이 같은 사람의 심리를 활용한 사인을 달아 바이어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집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이 집을 구입하면 무료 피자를 제공합니다’란 내용의 사인을 별도로 달았다. 그 뒤 뜸했던 바이어들로부터 연락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가격을 내렸다’라는 사인은 자주 볼 수 있다. 집이 잘 안 팔리면 셀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격을 인하하는 것. 가격 인하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사인이 필수다. 그러나 가격이 내렸다는 사실을 알면 바이어들은 셀러가 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의 헐값 오퍼를 제출하기 쉽다. 헐값 오퍼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테네시 주의 빌 맥스페이든 에이전트는 가격을 내렸지만 급하지 않다는 내용의 사인을 설치한 사례도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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