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
예전부터 한국 사람들은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어 먹는 것이 좋은 풍습이 있다. 미국문화는 같이 나누어 먹는 습관이 아니라 자신은 자신의 것만 먹는 풍습이 더 강한데, 한인타운에서 병원을 하면서 발견하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자기의 약 또한 다른 사람들과 나눠 먹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아버지 약을 몇 년 동안 먹다가 사고가 난 환자를 보았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서 오늘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국에서도 필자의 친척 한 명이 교회에서 쓰러지셨는데, 근처에 있던 장로께서 내가 몸이 안 좋아 쓰러지면 이 약을 먹으니까 얼른 드셔 보시라고 전해 주었다고 한다. 그 약을 먹고 얼마 후 앰뷸런스에 실려가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어떤 주위에 있는 일반인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먹던 약이 좋다고 막무가내로 주면 큰 사고를 범하게 된다. 필자의 친척은 그 약을 드시고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었지만 다행히 큰 일은 없었다. 나중에 자세히 물어보니 그것을 주신 장로님께서 혀 밑에 약을 녹이라고 했다는 걸 보면 아마도 심근경색증 있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nitroglycerine 이란 약이 아니었을까 사료된다. 그런데 필자의 친척분은 저혈압으로 인해 현기증이 나면서 쓰러진 것이었는데, 그 장로님이 주신 nitroglycerine 약은 혈압을 더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 약이다. 따라서 저혈압에 빠진 사람에게 그 약을 준다면 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기까지 할 수 있는 약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상황에서 그 약을 주신 장로님은 좋은 뜻에서 주셨겠지만, 자신이 의사도 아니고, 그리고 그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모르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쓰러진 친척분의 동반 질환을 모르는 상태에서 약을 드시게 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높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교회에서 주위 사람이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섣불리 아무 약이나 처방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약을 나누어 드시는 것은 응급 상황뿐만 아니라 노인정이나 노인 아파트, 또는 친구끼리 가족사이에 흔히 일어난다. 물론 미국의 의료수가가 너무 비싸다 보니 보험이 없는 분들의 딱한 사정을 생각해서 자신의 약을 나누어 주는 분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이 먹어야 되는 약을 안 먹고 다른 사람에게 주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의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필요 없는 약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환자가 자신의 친구에게 주기 위해 먹지 않는 약을 먹고 있다고 타가게 된다면, 미래에 자신에게 큰 문제가 생겨 병원에 실려 가게 되었을 경우 그 약들을 먹지 않았다고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가 먹고 있는 약이라고 생각하고 투여하게 되며, 그로 인해 아주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그 먹지않던 약이 당뇨약이면 저혈당이 빠지고, 혈압약이면 저혈압을 일으켜 문제를 만들게 되는것이다..
또한 자신의 약을 먹은 친구는 필요 없는 약을 먹었거나, 의사의 전문적인 조절없이 약을 먹게 되기 때문에 결국 눈을 감고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위험에 노출이 된다..
캘리포니아의 보건복지부에서는 처방전을 쓸 수 있는 라이센스를 줄 때 처방전 라이센스라고 부르지 않고 License to prescribe dangerous drug이라고, 즉 위험한 약을 처방하는 라이센스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처방약은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고 받아야 하며, 재진을 통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좋은 것을 나누는 한국의 좋은 풍습, 하지만 자신과 친구의 건강을 위해 약은 나누어 복용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문의 213-674-8282, www.ivitam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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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혁 /내과·신장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