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엔 집채만한 바위, 그 곁을 수백년 지켜온 고사목…

2018-08-03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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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tario Peak ( 8637’)

정상엔 집채만한 바위, 그 곁을 수백년 지켜온 고사목…

Ontario Peak정상에서 보는 Mt. Baldy(10064’).

정상엔 집채만한 바위, 그 곁을 수백년 지켜온 고사목…

Icehouse Canyon구간 등산로 옆의 거대한 Incense Cedar.


정상엔 집채만한 바위, 그 곁을 수백년 지켜온 고사목…

Icehouse Canyon에 남아있는 Cabin.


우리 LA 의 북동쪽에 병풍처럼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에 걸쳐 둘러있는 San Gabriel 산맥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은 Mt. Baldy(10064’=Mt. San Antonio)이다.

이 산의 남녁에는 해발 8000’가 넘는 산들만도 8개가 있는데, 그 중 Harwood(9552’), Thunder(8587’), Telegraph(8985’), Timber(8303’)의 4개의 봉우리는 종으로 이어져 내리고, 또 다른 Ontario(8637’), Bighorn(8441’), Cucamonga(8859’), Etiwanda(8662’)의 4개의 봉우리는 동서로 갈라지는 줄기를 타고 횡으로 벌어져 있는 형국인데, Ontario Peak 은 그 중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하면서 덩치가 큰 산이다.

Ontario란 원래 북아메리카의 원주민인 Iroquoian 족의 말로, ‘반짝이는 물’ 또는 ‘아름다운 호수’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1882년에 캐나다의 Ontario 주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주해온 George & William Chaffey 형제가 Rancho Cucamonga의 땅 8000에이커를 구입하여서, 이 땅에 자신들의 고향이름을 붙인 Ontario Irrigation Colony를 세웠는데, 1891년에 이 땅의 일부가 City of Ontario가 되어짐으로써, 이 산도 Ontario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굳이 부득불 견강부회하자면, 맑은 날에는 이 산 정상에서 Palos Verdes와 Catalina섬 등을 포함한 태평양의 일부를 볼 수도 있으므로, Ontario Peak이란 표현이 나름대로 이 산의 이름으로 어울릴 수도 있겠다.


이 Ontario Peak을 오르는 루트로는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대부분의 등산인들이 이용하는 루트로서, Icehouse Canyon(IC) Trailhead(4920’)를 출발하여 Icehouse Saddle(IS; 7580’) 까지 3.6마일을 간 다음,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2.8마일의 Ontario Peak Trail을 따라 가며 Kelly’s Camp(7840’)를 지나 Ontario Peak까지 편도 총 6.4마일의 산행을 하는 것인데, 순등반고도는 약 3950’가 되고, 대략 8~9 시간이 걸린다.

시작점에서 IS 까지는 약간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넓은 전망보다는 계곡의 차가운 냇물과 싱그럽고 장대한 수목들과 계곡 양안의 경치가 주가 되나, IS 를 지나면서는 길이 비교적 완만하고 Mt. Baldy의 남쪽면과 그 주변의 연봉들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 한결 여유로운 산행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매우 힘든 루트로서 일부 열성적인 등산인들이 시도하는 코스로, 정비된 등산로가 따로 없고 주로 계곡이나 비탈과 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Mountaineering을 하는 코스이다.

Icehouse Canyon Trail로 산행을 시작하되, 약 0.5마일 지점에서 우측의 Creek을 건너 Falling Rock Canyon을 통하여 오르는 코스로, 편도거리가 3마일 내외로 짧은 대신, 등산소요시간은 첫번째 코스의 6.4마일의 산행과 비슷할 수도 있다. 이 코스의 매력중의 하나는, 시에라 클럽의 Angeles Chapter에서 등산을 장려키 위해 선정한 남가주 일원의 270여개의 산 가운데 하나인 Sugarloaf Peak(6924’)을 들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힘든 코스이긴 하지만, 방심하지 않으면 특별히 위험한 코스는 아니라는 관점에서, 등산이 익숙한 산꾼들은 시도해 볼 만하다고 하겠다. 단, 눈과 비, 얼음이 없는 계절에, 반드시 이 코스를 가 본 사람과 동행하길 권한다.

오늘 여기서는 물론 첫번째 코스를 안내한다.

가는 길

210번 Freeway상의 Upland지역의 Mountain Ave에서 내려, 이 길을 따라 북쪽(산쪽)으로 향한다. 약 1.5마일을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다가 완만하게 왼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며 산줄기의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계속 왼쪽의 큰길을 따르다 보면, Mt. Baldy Road를 만난다. Freeway로 부터 약 4마일 온 지점이다. 우회전하여 Mt. Baldy Road를 따라 올라간다.


약 4마일을 더 가다보면, 작은 타운이 길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점에 닿는다. Baldy Village 이다. 왼쪽 편에 있는 Visitor Center를 찾아 들어가 주차하고, 사무실에 가서 Free Permit을 받아 지닌 후, 다시 2마일을 더 올라간다.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곳에 이르면 Mt. Baldy Road를 버리고 직진한다. Icehouse Canyon Road이다. 200m 쯤 들어가면 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큰 주차장시설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북쪽으로 있는 등산 시작점을 쉽게 볼 수 있다. Adventure Pass 라는 주차허가증을 차안에 잘 걸어 놓는다.

등산코스

등산시작점인 Icehouse Canyon Trailhead에서 Icehouse Saddle까지의 3.6마일은 순등반고도가 약 2700’ 가 되어 초보자에겐 조금 가파른 편이나, 초반엔 계곡을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있고 녹음이 우거져 시원하므로, 찾는 사람들이 그치지 않는데, 특히 주말엔 꽤 붐비는 인기가 높은 코스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Grand Central Station on High Country’ 라고 표현한 바 있는 5거리인 Icehouse Saddle 에 일단 도달하고 나면, 여기서 부터는 크게 다른 분위기의 산행이 되는데, 우선은 마주치는 등산인이 많지 않고 한적한 느낌이 든다.

먼저 맨 오른쪽으로 Ontario Peak을 안내해주는 팻말을 따른다. 이 첫부분의 등산로는 왼쪽에 있는 Bighorn Peak의 서쪽 기슭을 횡단해 나가는 형국으로, 오르내림이 크지 않고 평탄하게 이어지지만, 겨울철에 눈이 쌓이면 통과하기가 수월치 않은 응달진 비탈구간이 된다.

푸르른 생기가 철철 넘치는 Sugar Pine들이 지금 한창 길다란 솔방울들을 주렁주렁 키워내고 있는 것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한가한 마음으로 유산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우리 눈에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저 숱한 식물들은 지금 생존과 번식을 위해 주어진 하루하루 시시각각을 아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0.5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아주 짧게 도드라진 산줄기가 뻗어져 있다. 오른쪽의 Bighorn Peak에서부터 뻗어내린 작은 줄기의 맨 끝 돌출부이다. 지형의 생김새가 그냥 지나치기엔 웬지 아쉬운데, Icehouse Saddle을 떠난지가 바로 전이라 쉬어야 할 곳은 아니다. 경계초소나 주막이 들어서면 걸맞을 듯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 지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뻗어 내려가는 계곡의 윗부분이 되는데, 0.5 마일정도의 거리에 있는 Kelly’s Camp에 이르기까지 넓게 깎여 파여진 계곡으로, Delker Canyon으로 호칭된다.

이윽고 Kelly’s Camp(7840’)에 닿는다. 1 Acre 남짓한 숲속의 공터이다. 여기저기 옛 건물의 바닥이나 기초들을 살피며 옛 사람들의 삶의 열정과 꿈을 나름대로 상상해 볼만도 하다. 계절에 따라서는 이 자리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는데, 확실치 않으므로 이를 기대하고 이곳에서 야영을 계획해서는 안된다. 야영을 하려면 물을 2마일쯤의 아래에 있는 Columbine Springs에서 미리 받아서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여기에서 부터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이나 그다지 힘든 경사는 아니며 대략 0.4마일 정도면 산줄기의 등성이에 올라서게 된다. Bighorn Peak Trail Junction이며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좌측은 Bighorn Peak으로 가는 길이므로, 우리는 오른쪽으로 간다.

전망이 참 좋다. 오른쪽으론 Mt. Baldy가, 왼쪽 뒤로는 Cucamonga Peak이 가깝고, 왼쪽 앞으로는 Rancho Cucamonga, Ontario를 비롯하여 Riverside, San Bernardino, Fontana 등으로 나뉘어 불리는 도시지역이, 그 옛날 어깨너머로 훔쳐 보던 시골 노인들의 바둑판인 듯 다소 희뿌연하게 눈아래에 펼쳐져 있다.

대체로 등산로의 왼쪽은 아득히 함몰된 벼랑이고 오른쪽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는 평화로운 느낌의 자락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Ontario Ridge의 오른쪽 넓은 비탈면에 이미 오래 전에 타죽은 나무들이 아직도 숲의 형태를 유지한 채 촘촘히 서있는 독특한 정경이다. 1980년에 발생했던 산불로 모든 가지들을 잃고 껍질도 벗겨진 채 바싹 마른 알몸기둥만 남아있는 Lodgepole Pine 숲이다.

한 때는 잎이 푸르고 키가 훤칠한 이 소나무들이 당당한 주역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을 곳에, 이제는 특히 밤나무를 닮되 낮은 키의 관목인 Chinquapin이 온통 창궐해 있고, 가지마다 부지런히 콩 꼬투리를 살찌우고 있는 무성한 Lupine들이 처처에 가득하다. 산불의 발생으로 식물의 생태계가 크게 바뀐 하나의 예가 될 듯하다.

대략 이곳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솟아있는 작은 봉우리들을 3개쯤을 지나야 비로소 Ontario Peak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또는 멀리 전망이 푸르고 아름다워 힘든 것을 잊게 되는데, 다행히 정상까지 오르는 거리도 가깝다.

정상은 집채만한 바위덩이가 몇조각으로 갈라지고 벌어진 모습으로 서있는 투박한 모양새인데, 우람하게 굵은 고사목 한 그루가 파수꾼인양 그 옆에 외연히 서있다. 아마 살아 생전에 수백년을 이곳에 서있었을 터인데, 지금 이렇듯 생을 마친 후에도 수백년쯤은 이렇게 서있을 듯한 기상이다. Mt. Baldy를 수호하는 남서쪽의 수비성곽으로서, 이 봉우리를 사수하라는 임무를 받아,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를 충직하게 수행하고 있는 만고충절한 성주의 기상을 읽어 본다.

정상에서의 전망은 ‘일망무제’ 바로 그것이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무려 35개의 산들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상부의 남쪽은 역시 천길 절벽을 방불케 하는 단애인데, 그 아래 너른 벌판에는 엷은 운무에 가려진 도시의 윤곽이 꿈속인양 아스라하다. 전망을 즐기며 쉴만큼 충분히 쉰 다음, 올라온 길을 되짚어 그대로 하산한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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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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