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세브란스병원 “암 부위 아닌 뇌실하영역서 발생”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교모세포종의 발병 과정과 관련해 기존 학설을 뒤엎는 새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돌연변이가 암 부위가 아닌 암에서 멀리 떨어진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일(이하 한국시간기준)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 신경교세포에 생기는 종양(신경교종) 중 가장 좋지 않은 증세를 보이는 질병이다.
악성도에 따라 나눈 4개의 등급 중에서 최악인 4등급에 해당한다.
종양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치명적이다.
아직 암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수술하더라도 재발 우려가 매우 크다.
사실상 수술만으로는 완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항암·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교모세포종 시작을 불꽃놀이에 비유한 그림. 암이 존재하는 부위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뇌실하영역에서 발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KAIST 제공=연합뉴스]
교모세포종 발생 부위를 찾는 일에 몰두한 연구팀은 종양과 떨어진 뇌실하영역이라는 곳에 주목했다.
수술 이후에도 재발률이 높다는 점으로 미뤄 교모세포종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가설은 적중했다.
연구팀은 2013∼2017년 사이 수술을 한 뇌종양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종양 조직 외에 수술 중 제거되는 종양 조직, 정상조직, 뇌실 주변 조직 등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딥 시퀀싱과 단일 세포 시퀀싱 등 일련의 기법을 동원한 결과 교모세포종 시작이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전자 편집 동물 모델 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뇌실하영역에서 돌연변이가 생기면, 돌연변이 세포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하고서 교모세포종이 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불꽃놀이처럼 돌연변이 세포가 곳곳으로 퍼진 뒤 다른 부위에서 종양으로 진화한다'고 표현했다.
KAIST 이정호 교수는 "암 중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교모세포종 원인을 파악하고 동물 모델 제작까지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환자에게서 찾은 것을 동물에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에, 동물을 치료할 수 있다면 실제 사람에게도 적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KAIST 교원창업 회사(소바젠)를 통해 치료 약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보건복지부 세계선도의과학자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 사업 등 지원을 통해 수행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졸업생 이주호 박사가 1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네이처(Nature) 1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