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aldy 정상에서 느끼는 산행의 맛… 인생의 숙연함…

2018-06-22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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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 Baldy (10064’) - North Course

Baldy 정상에서 느끼는 산행의 맛… 인생의 숙연함…

Pine Mountain (9648’ ) 정상에서 본 Pine Ridge와 Mt. Baden Powell (9399’ ).

Baldy 정상에서 느끼는 산행의 맛… 인생의 숙연함…

Mt. Baldy(10064’ )의 정상부 북쪽면.


Baldy 정상에서 느끼는 산행의 맛… 인생의 숙연함…

Dawson Peak(9575’ )쪽에서 본 Mt. Baldy (10064’ ).


등산인들에 회자되는 남가주의 ‘3대봉’ 또는 ‘3성인산’이란 말이 있다. Big Bear의 Mt. San Gorgonio(11503’), Palm Springs 의 Mt. San Jacinto(10834’), LA 의 Mt. San Antonio(10064’, Mt. Baldy)를 뜻하는데, 다같이 10000’ 가 넘는 두드러진 명산들이다.

이 중에 LA 의 Mt. San Antonio 는 Mt. Baldy 로 널리 불리움은 주지의 사실인데, 전거한 3개의 산 중에는 그래도 높이가 가장 낮아 3형제중의 막내인 셈이나,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의 다양성이나 아름다움은 두 형님 산들보다 나은 점이 있기도 하다.

특히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의 다양성을 간단하게나마 아래와 같이 비교하여 본다.


Mt. San Gorgonio 의 경우, 산 아래에서는 일반적인 등산로가 6개가 되지만, 중간에 3개로 통합되어지고 정상 가까이에서는 하나로 통합된다.

Mt. San Jacinto 의 경우, 산 아래에서는 등산로가 역시 6개가 되지만, 중간에 2개로 되고 정상부에서는 하나로 통합된다.

그러나 Mt. San Antonio는, 가장 일반적인 정규 등산루트로 국한할 경우, 산 아래에서는 등산로가 4개지만 정상에 이르기까지 4개의 등산로가 그대로 독립된 코스를 유지하며 이어진다.

즉, 형님뻘인 두 산들이 정상부근에서는 등산로가 하나가 됨에 비해, 막내인 Mt. Baldy 는 끝까지 4개가 유지되므로, 다양성과 독립성에서는 오히려 비교우위에 있는 셈이다.
아무튼 오늘은 Mt. San Antonio, 즉 Mt. Baldy 의 동서남북의 4개의 등산로중에서, 북쪽 코스에 대해 알아본다. 이 북쪽 코스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는 Mountain High 스키장이 있는 Blue Ridge 의 Guffy Campground 나, 또는 Mt. Pine Trailhead에서 시작하고 끝내는 것으로 얘기하는데, 지금은 이 코스의 시종점을, 소나무숲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고지대 마을인 Wrightwood 의 Acorn Dr.(6360’)로 하여 기술코자 한다. 꽤 긴 시간에 걸쳐 비포장도로를 달리지 않아도 되고, Mountain High 스키장의 개장 여부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으며, 단 한번의 산행으로 Sierra Club의 HPS에 등재있는 고산4개를 섭렵하는 1석4조의 효율적이고도 도전적인 등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Mt. Baldy의 북쪽코스는 Mt. Wright(8477’), Mt. Pine(9648’), Dawson Peak(9575’)의 3개의 높은 산을 넘어서야 비로소 Mt. Baldy 의 동북쪽 아래에 도달하게 되는 험난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대략 왕복 15마일에 순등반고도가 6300’(등산시: 4860’, 하산시:1440’)가 되고 11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Mt. Baldy 의 대표적인 4개의 등산코스 중에 가장 힘든, 그러나 가장 알찬, 코스라 하겠다.

Mt. Baldy는 10064’에 달하는 고산인지라 오후의 날씨가 돌연 어떻게 변할지 예측키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므로 대개의 고산산행이 그렇듯 정오까지는 등정을 마치는 것이 안전할 것이므로, 이 코스로의 산행은 늦어도 해가 뜰 무렵에는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또 산행거리가 길고, 순등반고도도 높기 때문에 충분한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특히 바닥이 튼튼하고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의 준비는 필수이고, 중간에 식수를 구할 데가 없으므로 미리 충분한 물을 지녀야 하며, 이 코스를 잘 아는 리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가는 길


15번 Freeway를 타고 북상하다가 138번 Highway West로 나가서 8.6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Highway 2 의 시작점이 된다. 이 길을 따라 5.2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Wrightwood 시가지의 Pine St.이 나온다. Mountain High 스키장 조금 못 미친 지점이다. 좌회전하여 0.4마일을 가면 Partridge Rd.가 나온다. 우회전하여 0.2마일을 가면 Acorn Dr. 이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이 길의 끝까지는 약 0.4마일인데 Finch Rd와 만나는 곳 쯤에서 도로변에 차를 세운다.

LA 한인타운에서는 대략 82.5 마일의 거리이다. 주차허가증은 필요치 않으나, 주민들이 여기저기 주차금지 싸인을 붙여 놨으니, 이를 잘 살피도록 한다.

등산코스

Acorn Dr.(6360’)의 끝부분에 Acorn Trail의 안내표지가 있으니, 이를 따라가는 것으로 오늘의 등산이 시작된다. 남쪽으로 솟아있어 Wrightwood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형국의 산줄기로 올라가는 등산길을 따라 약 2.7마일을 올라가면 Blue Ridge 선상에 닿게 되는데, PCT 를 알리는 싸인이 서 있다. 왼쪽(남쪽)길을 따라 반마일쯤 가다가 다시 길이 갈라지면 또 왼쪽으로 간다. 반마일쯤을 더 가면 Mt. Wright 의 정상(8477’)인데, 평평한 가운데 노란색으로 된 삼각꼭지의 철제 말뚝이 꽂혀있다. 첫 번째 봉우리에 오른 것이다.

이제 Mt. Wright의 남쪽면으로 내려간다. 또렷한 길은 없으나 잘 살피면 사람들의 발자취를 알아볼 수 있고, 설령 발자취가 없더라도 남쪽으로 우뚝 보이는 소나무숲이 울창한 Mt. Pine의 봉우리이니, 이를 보며 그 방향으로 걸어내려가면 된다. 곧 횡으로 지나가는 PCT 를 만나게 되는데 그를 가로질러 50m쯤 더 내려가면 곧바로 Blue Ridge Rd에 닿는다.

이 길을 따라 오른쪽(서쪽)으로 조금 걸으면 이내, 길이 오른쪽으로 크게 꺾이는 부근의 왼쪽에 trailhead임을 알리는 Peddle이 굵은 소나무 앞에 세워져 있다. Mt. Wright의 정상에서 약 0.4마일 내외로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다. 여기가 North Backbone Trailhead(8260’)이며,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짜릿한 Mt. Baldy 북쪽 루트의 등뼈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남서쪽으로 높이 솟아있는 Mt. Pine봉우리를 향해, 약간의 상하좌우로의 굴곡은 있지만 Switchback은 거의 없이, 좌우 양쪽이 아스라하게 함몰되어 있어 좁다랗게 울룩불룩한 산등성이만 겨우 남아있는 산줄기를 타고, 곧장 올라간다. 우측으로는 Mt. Baden Powell (9399’) 과 Vincent Gap 의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이따금씩, 잘생긴 청년같은 Jeffrey Pine과 주름살 많은 노인같은 Mountain Mahogany가 구간구간 안내를 맡은 안전요원인듯 길 옆에 드문드운 서있는데, 흡사 동화속에서 마법의 성을 찾아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천길벼랑인양 위태롭게 보이는 길이 계속되므로,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걸어야 한다. 의외의 실수로 몸의 균형을 잃는 일이 없도록, 양손 모두 Trekking Pole 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 등뼈구간을 통과하는데 보통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오른쪽으로, 1000년 이상 됐을 듯한 Juniper 한 그루가 한 그루의 Lodgepole Pine 과 친구가 되어 함께 서있는 곳에 이르면서 이 등뼈구간이 끝난다.

이제 트레일은 Lodgepole Pine 이 유난히 빽빽하게 밀집된 Mt. Pine 의 허리와 어깨를 지나며 정상을 향해 곧게 올라간다. 정상까지는 30여분이 걸리는데, 해발고도 9648’의 Mt. Pine 정상은 약간 평평한 가운데 납작한 돌들이 빈틈없이 깔려있고 키작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생하고 있다.

다시 세번째 봉우리인 Dawson Peak을 향해 내리막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대략 0.5마일을 가다보면 우측으로 길이 갈라지며 Fish Fork Creek 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 Junction 을 지나 0.7마일쯤의 완만한 오름길을 거치면 Dawson Peak(9575’)에 이른다.

이제 Mt. Baldy 의 육중한 뒷모습이 바로 눈앞에 있고, 오른쪽으로는 Iron Mountain의 동쪽면과 Fish Creek이 있는 깊은 계곡이 가까이에 있다. 등산로는 다시 내리막이 되어 대략 0.5마일에 775’를 내려가면 Dawson과 Baldy사이의 Saddle에 닿는데, 고도 8800’ 인 지점으로, 여기서 바닥을 찍고, 다시 마지막 봉우리인 Mt. Baldy 를 향해 1264’의 고도를 곧장 올라가게 된다.

가파른 등산로의 오른쪽은 Baldy 의 북쪽면으로 절벽에 준하는 거칠고 삭막한 비탈의 세계이나, 왼쪽은 Baldy 의 동쪽면으로 어린 소나무들이 키가 큰 Lodgepole Pine 들과 함께 자라고 있는 평화로운 산록이라서, 좌우의 분위기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차츰 정상에 임박해지면서 주변이 온통 크고 작은 돌덩이들만이 깔려있는 가운데 키 낮은 난장이 나무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불모지의 모습이 된다. 수목성장 한계고도를 초과한 지역이기 때문이겠다.

맨 아래의 Saddle 을 떠나온지 1시간쯤이 지나고 정상까지의 거리가 100m 정도에 이르렀을 무렵에야, 비로소 둥그스럼한 Mt. Baldy 의 정상부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전력질주 아닌 전력속보로 마침내 해발고도 10064’에 이르는 Mt. Baldy 의 정상을 확보한다. 돌을 쌓아 올린 토치카가 여럿 눈에 뜨이나 저항하는 세력은 없다. 그저 여유로운 표정으로 얘기들을 나누며 정상에서의 전망과 감회를 즐기는 등산객들이 여나문 있을 뿐이다.

동서남북 360도에 걸쳐 거칠 것이 없는 장쾌한 전망을 보면서 6시간에 걸친 고단한 산행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낸다. 충분히 쉬면서 땀을 식히고 힘을 채운다.

부여받은 사명을 사고없이 잘 마쳤으나, 다시 3개의 산을 넘고 넘어 무사히 원대 복귀하는 일도, 생각하면 심란하고 아득하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 승리후 고국의 정숙한 아내 페넬로페에게 돌아가는 귀향에, 무려 10년의 세월을 소모하며 고군분투했다는 신화를 떠올려 봄은 지나친 과대망상일 것이다.

정진옥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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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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