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육아와 집안 일에 찌든 주부, 사실적이며 초현실적으로 그려

2018-05-04 (금) 박흥진 편집위원
크게 작게

▶ 새 영화 ㅣ 털리 (Tully) ★★★ (5개 만점)

▶ 두 아이 키우는 만삭의 주부, 20대 보모 맞으며 생기 되찾아

육아와 집안 일에 찌든 주부, 사실적이며 초현실적으로 그려

만삭의 말로가 두 아이에게 밥상을 차려 준 뒤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육아와 집안 일에 찌든 주부, 사실적이며 초현실적으로 그려

어린 두 남매가 있는데다가 세 번째 아기를 가진 주부 말로는 무거운 몸으로 일벌레 남편과 아이들 돌보랴 밥 짓고 집안 청소하랴 곤죽이 되도록 피곤해 축 늘어져 산다. 그런 말로에게 어느 날 뜻밖에도 구원의 천사와도 같은 보모가 찾아오면서 밤에 우는 아기 젖 먹이는(말로의 젖이다) 일을 비롯해 말로가 하던 일들을 말끔히 대신 해주니 말로는 이제야 살 것 같다.

삶에 지친 말로가 밝고 명랑한 보모를 통해 일상의 재충전을 하게 되는 사실적이면서도 거의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코미디기마저 지녔다. 보통 어머니이자 아내인 여인들의 다사다난한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린 드라마로 약간 기이한 작품이다.

영화는 ‘주노’(Juno)와 ‘젊은 어른’(Young Adult)의 각본을 쓴 여류 디아블로 코디와 이 두 영화를 감독한 제이슨 라이트만이 다시 손잡고 만든 것으로 보통 사람들의 일종의 환상적 인물을 통한 삶의 질곡에서의 탈출기라고 하겠다.


젊었을 때 브루클린의 자유혼을 지닌 여자였다가 이제 남편 드루(론 리빙스톤)와 결혼해 교외로 이주한 말로(샬리즈 테론)는 어린 두 남매를 가진데 이어 세 번째를 곧 낳기 직전이어서 몸이 무거워 거동이 불편할 지경이다.

드루는 착한 사람이지만 일벌레로 아이들 돌보는 것을 비롯해 집안 만사는 말로에게 맡겨놓고 사는 모든 보통 남편이자 아버지들의 대명사와도 같은 사람이다. 말로는 무거운 몸으로 밥하고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안 치우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어린 아들이 정서적으로 다소 불안해 학교 교장으로부터 따로 개인교사를 두라는 말까지 들어 속된 말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여기에 말로는 셋째를 낳으면서 밤잠을 설쳐 삶이 삼중으로 고달파졌는데 이를 보다 못한 말로의 즉흥적인 남동생 크레이그(마크 뒤플라스)가 혼자 고생하지 말고 자기가 돈을 대겠다며 밤에 일하는 보모를 두라고 조언한다. 처음엔 이를 거절하던 말로가 마지못해 승낙한다.

이어 어느 날 저녁 보모가 말로의 집을 찾아온다. 20대의 보모의 이름은 털리(매켄지 데이비스)로 날씬하고 예쁘고 원기왕성하며 매사에 적극적이요 긍정적이다. 털리로 인해 말로는 오래간만에 밤잠을 제대로 자는데 자고 깨어나니 집안도 말끔히 정리됐다.
이어 둘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술까지 들면서 친구처럼 급속히 가까워지는데 생기를 되찾은 말로는 그 동안 뜸했던 드루와의 섹스마저 재시도하게 된다. 그 동안 드루는 침대에 들기만 하면 귀에 헤드폰을 쓰고 비디오게임 하느라 섹스 같은 것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화는 테론이 혼자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테론은 거대한 몸으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아내요 어머니의 역을 깊이 있고 진중하게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사람마저 피곤에 절게 만든다. 이에 대조적으로 데이비스도 경쾌하고 사뿐한 연기를 잘 한다. 데이비스는 앞으로 연기파 스타가 될 소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R등급. Focus. 랜드마크(피코 & 웨스트우드) 등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